한국ESG기준원, 평가모형 개정…“ESG워싱 걷어내고 실질적인 것 평가”
일반 상장사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에서 많은 하락…전체 33% D등급
ESG대상까지 받았던 풀무원 등급유지 실패, 드물게 등급 상승한 매일유업

[뉴스포스트=오진실 기자] 올해 식품기업들의 ESG 등급이 발표됐다. ESG 등급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유도하고,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수준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지표다. 올해 국내 식품사는 대체로 양호한 성적을 받았지만, 깐깐해진 평가 기준 탓에 지난해 대비 등급이 하락한 기업도 있었다.

(사진=한국ESG기준원)
(사진=한국ESG기준원)

평가모형 개정으로 등급 하락 기업 증가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ESG기준원은 올해 기업들의 ESG 경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ESG기준원은 국내 ESG 평가기관 중 하나로, 매년 국내 상장사 대상으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부문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ESG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증대됐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개정된 모범규준을 평가모형에 반영함에 따라 ESG 경영체계 고도화를 이루지 못한 기업들의 등급이 하락했다.

올해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양호한 수준인 ‘B+’등급 이상의 비율이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상위권 기업의 경우 평가모형 개정의 영향이 적었지만 부정적인 이슈가 많이 발생한 기업을 중심으로 총점이 하락했다.

또한 통합등급 기준 전체의 33%가 D등급으로 평가됐다. 원인은 ‘B’ 등급 이하 내에서의 하향 이동이었다.

특히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에서 일반 상장사의 많은 등급 하락이 있었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ESG워싱을 반영하지 않으려고 했고, 실질적인 것을 평가하려고 했다”며 “실제 이사회의 운영과 참여도에 중점을 뒀으며 부정적인 이슈 반영 비율이 커졌다”고 말했다.

향후 이사나 임원들의 근본적인 ESG 체질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의 피드백 대응 등 실무진 중심의 ESG 개선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각 사 제공)
(사진=각 사 제공)

풀무원 A+등급 유지 실패…매일유업 A로 상승

올해 식품사 ESG 경영 성적은 어땠을까. 우선 삼양식품은 올해 ESG 통합등급 B+를 받았다. 세 부문 중 지배구조 등급이 두 단계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한국ESG기준원의 지배구조 부분 기준이 많이 강화된 것으로 알고 있고, 변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등급이 아쉽지만 다시 점검하고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농심은 올해 통합 등급 C를 받았다. 지배구조 부문에서 지난해 대비 3단계 하락한 D를 받은 것이 뼈아팠다. 이에 농심 관계자는 “사외이사 부적격 사유와 낮은 주주 배당에 지적을 받았다”며 “추후 사외이사 추천 시 충분한 고려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본지에 전했다.

이어 “낮은 주주 배당에 대한 지적사항은 농심은 주주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영업이익에 따르지 않고 정해진 배당(4000원)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이 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평가사유를 검토하고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풀무원은 5년간 통합등급 A+등급을 받아왔다. 2021년에는 ESG 우수기업 대상까지 받았던 풀무원이 올해는 환경 부문에서 한 단계 하락한 B+ 등급을 받으며 통합등급 A를 받았다.

하락의 요인이 된 환경 부문에 대한 질의에 풀무원 관계자는 “ESG 환경 부문 평가 문항이 세분화됐다. 증빙자료 수준 강화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성과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인데 같은 해 8~9월에 평가 기준이 바뀌었고, 이에 대한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개선점을 찾고, 변경된 기준에 대해 대응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등급을 유지하거나 하락한 반면 ‘매일유업’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A등급을 받았다. 올해 환경(E), 사회(S)와 지배구조(G) 부문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았다. 특히 환경 부문에서 지난해 대비 두 단계 상승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등급 상승 이유에 대해 “환경경영 체계 구축과 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 등의 노력을 인정받아 환경 항목에서 두 단계 상승했으며, 지배구조에서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 조직 설치 및 운영 활성화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공헌활동, 인사제도, 다양성 노력 등의 사회 항목은 계속해서 A 등급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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