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부자재’ 율촌화학·태경…농심 연매출 증가에 내부 거래 증가
ESG 경영 평가 우려…농심 “계열사들 외부 매출 점차 늘려갈 계획”
[뉴스포스트=오진실 기자] 지난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농심이 사익편취 규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중을 늘렸다. 농심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에서 농심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당시 물류 내부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집단은 쿠팡, 농협, 한라, 하이트진로, 농심 순이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국내 회사는 총수와 그 친족이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다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내부거래 금액 200억원이 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 된다.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이 된지 1년이 지났지만 농심의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과 주요 계열사들(율촌화학, 농심태경, 엔디에스, 농심기획, 농심미분)의 각 계열사의 총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은 2021년 27~52%였고, 지난해에는 27~63%로 증가했다.
농심은 사업 수직계열화를 적용하는 기업으로 내부거래 규모가 크다. 농심 제품의 포장재 등을 공급하는 율촌화학의 2021년 총매출 5126억원 중 내부거래 매출이 2014억원(39%)이었고, 지난해에는 총매출 4815억원 중 내부거래 매출이 2225억원(46%)으로 늘었다.
농심의 스프 제조를 맡고 있는 농심태경은 2021년 총매출 4133억원 중 2014억원 (52%)이 내부거래 매출이었으며, 지난해에는 총매출 4660억원 중 2305억원(50%)을 계열회사 간 상품·용역 거래를 통해 올렸다.
농심의 광고 대행업체인 농심기획의 경우 지난해 총매출 207억원 중 63%인 130억원을 내부거래 매출이 차지했고, 2021년에는 총매출 217억원 중 47%인 102억원이 내부거래 매출이었다. 전년 대비 16%가 증가한 수치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 분포다. 대부분 오너 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현재 42.92%의 지분을 보유한 신동원 회장이다. 이어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이 13.18%로 2대 주주다. 신 회장 장남인 오너 3세 신상열 농심 상무는 1.41%를 갖고 있다.
또, 농심홀딩스는 핵심 상장사 율촌화학 지분을 31.94%를 갖고 있다. 농심태경의 경우 농심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다.
올해는 11개의 계열사가 신규 편입됐는데, 신규 설립된 발효주 사업체 허심청브로이를 제외하고는 물류와 운송, 부동산, 보관 및 창고업이다. 신규 편입 계열사들도 대부분 친인척이 임원이거나 특수관계인이 등기돼 있다. 그 중 (주)남양통운의 경우 총 매출 중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97.22%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나면 기업에서 필수 시 되는 ESG경영에도 부정적인 평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농심은 한국ESG기준원(KCGS) ESG 평가에서 통합등급 C를 받으며 한단계 하락했다. 통합등급 하락은 지배구조(G) 부문에서 최하 등급인 D등급을 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사외이사 부적격 이슈와 낮은 주주 배당이 문제가 됐다. 또한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점도 부담요소로 작용했다.
농심 측은 2021년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이유로 지난해 농심 연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서며 제품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매출이 증가하며 각 계열사가 공급하는 양이 함께 증가해 내부거래 매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농심은 정부에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율촌화학과 농심태경의 경우 농심 제품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고 있어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이 증가한 것”이라며 “현재 B2B 등 각 계열사만의 외부 매출을 늘리려고 노력 중이지만 단기간 내에 줄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