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데이터랩, ‘저축보험 해지’ 검색량 급격히 증가
내달 동양생명·농협생명 등 고금리 상품 출시 예정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기준금리가 연이어 상승하면서 더 높은 이자 혜택을 보기 위해 저축성보험을 해지하고 은행의 예·적금으로 갈아타려는 ‘금리 노마드족’이 늘고 있다. 보험사들은 연 6%에 달하는 금리를 주는 저축보험을 출시하며 고객 이탈 방어에 힘쓰는 모양새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저축보험 해지 관심도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의 ‘저축보험 해지’ 검색량이 지난 9월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0월 넷째 주 최대치를 기록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제공하는 검색량 정보는 검색량이 최대인 시점을 100으로 환산한 상대적인 검색량 정보를 보여준다. ‘저축보험 해지’의 주간 검색량은 9월 넷째 주 21.46에서 10월 셋째 주 72.15로 급격히 늘었으며, 10월 넷째 주에는 최대치인 100에 달했다.
저축보험은 은행의 예·적금에 사망보장 등의 보험 성격을 더한 상품이다. 가입자가 만기 전에 사망하면 적립금에 보상금을 추가해 지급하고, 만기 시에는 보험사가 사업비와 위험 보험료를 제외하고 일정 금액을 계약자에게 지급한다.
저축보험은 대부분 은행(방카슈랑스)을 통해 판매돼 예·적금 상품과의 비교가 용이하기 때문에 은행 수신 상품들과 대체재 관계로 본다. 실제로 저축보험 해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9월 말은 예·적금 금리와 보험사의 공시이율 간의 차이가 크게 확대된 시기였다.
금리 노마드족은 0.1%라도 더 높은 금리를 받고자 움직이는 금융 소비자들을 뜻한다. 이들은 투자보다 리스크가 적은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을 오가며 금리가 더 높은 쪽에 자금을 맡기는 경향이 있어 유목민(Nomad)이라고 불린다.
기준금리 상승 영향에 은행의 예·적금의 수신금리가 상승하자 저축보험을 해지하고 높은 이자를 받아 가려는 금리 노마드족의 관심이 이어진 것이다.
저축보험은 위험 보험료, 사업비 등을 떼 중도 해지할 경우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해지 유인이 떨어진다. 하지만 저축보험 해지에 따른 손실분을 예·적금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적금 금리와 공시이율 간의 차이가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지고 금리차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저축보험의 해지 패널티를 만회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해지율이 일시에 급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고금리 저축보험을 내놓고 있다. 지난 15일 교보생명이 판매한 연 5.8% 금리의 저축보험을 선보였다. 해당 보험은 교보생명이 계획했던 물량이 모두 소진돼 판매가 중단됐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25일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연 금리 5.9%의 저축성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한화생명과 ABL생명도 각각 연 5.7%, 5.4%의 판매 한도와 가입 상한선이 없는 저축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도 동양생명이 ‘(무)엔젤더확실한저축보험’의 금리를 5.95%로 올릴 예정이다. 농협생명도 5% 후반대의 확정금리형 저축보험 상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의 고금리 저축보험 출시 경쟁은 고객 이탈을 방어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2023년 도입될 예정인 IFRS17(새 국제회계제도)과 K-ICS(신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을 하기 위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저축성 보험 판매는 단기간 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2023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금융상품 간 수익률 격차에 의한 소비자의 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김세중 연구위원은 “보험사의 저축보험 계약 이탈이 지속될 경우 대규모 채권 매각에 따라 채권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보험사의 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다”며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의 계약 유지를 위해 저축보험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