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의 재구속으로 이른바 ‘화학적 거세’ 문제가 다시 여론의 화두에 올랐다. 검찰은 지난 3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근식에게 징역 10년과 전자발찌 착용 10년, 성범죄 예방프로그램 이수와 함께 성충동 약물치료 10년도 구형했다.

지난해 10월 경기 안양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으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이 탑승한 호송버스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경기 안양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으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이 탑승한 호송버스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00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은 김근식은 형량을 마친 후에도 교화되지 못했다. 출소 후 2006년 5월부터 8월까지 수도권 등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추가로 성폭행해 다시 구속됐다.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은 김근식은 지난해 10월 출소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제로 남아있던 또 다른 13세 미만 아동성범죄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지면서 재구속됐다.

국회에서는 김근식과 비슷한 사례를 막기 위해 화학적 거세 대상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달 6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출소한 성범죄자라도 재범 위험이 크면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자의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공소 제기 또는 치료감호 청구와 별도로 성범죄 전력이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 대해 치료명령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재범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성범죄는 성욕 문제가 아닌, 개인의 인격 문제라서 화학적 거세를 할 경우 성범죄자가 흉기나 도구로 더욱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 예방은커녕 더 끔찍한 성범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온라인상 주장은 사실일까.

국내 화학적 거세의 역사

법제처에 따르면 화학적 거세로 알려진 ‘성충동 약물치료’는 2010년 6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도입됐고, 이듬해 7월부터 시행됐다. 초창기에는 16세 미만 아동 상대 성범죄자로 대상이 제한됐으나, 2013년 3월 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 연령제한이 폐지됐다. 2015년 12월에는 유사강간과 동성 성폭행, 2017년 10월에는 장애인 아동·청소년 간음·추행죄가 추가되면서 대상 범위가 점차 넓어졌다.

성범죄자 중에서도 성도착증 환자로서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는 만 19세 이상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의학적으로 검증되고, 과도한 신체적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된다. 검찰이 약물치료를 청구하고, 법원의 판단으로 결정한다. 치료 기간은 최대 15년을 넘을 수 없다. 다만 법원이 아닌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치료명령을 부과한 경우 치료 기간은 최대 3년이다.

치료 방법에는 약물 투여와 심리치료 등 크게 2가지가 있다.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고, 성기능을 약화 또는 정상화한다. 약물 투여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분비 억제 호르몬을 주사하는 방법이 있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진행된다. 심리치료에는 정신보건전문요원 등 전문가에 의한 인지행동 치료가 있다. 인지 왜곡과 일탈적 성적 기호 수정, 치료 동기 향상,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 증진, 사회적응 능력 배양 등이 포함된다.

국내 최초 성충동 약물치료 시행은 대상은 아동 성범죄자 박모 씨(당시 40대)다. 2012년 5월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박씨에게 국내 최초로 성충동 약물 치료 명령을 부과했다. 박씨는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전과만 4회다. 정신감정결과 성도착증 중 하나인 소아성기호증(小兒性嗜好症)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씨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총 49명의 성범죄자들이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았다. 법무부 법무연수원이 지난해 발간한 ‘2021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1년 제도 시행 이후 2021년까지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성범죄자들 중 치료 기간에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성충동 약물치료 효과는?

국내외 수많은 연구자들은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발표해 왔다. 효과와 부작용은 물론 2차 범죄 야기 가능성까지 연구 대상에 들었다. 우리나라의 사례만 봐도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범죄 재범을 막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원 성균관대학교 과학수사학과 교수와 송광섭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9년 12월 발표한 ‘성충동 약물치료제도의 효과성과 그 개선방안’에 따르면 성충동 약물치료와 관련한 긍정적 연구 결과는 미국 오레곤주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가석방된 성폭력 범죄자 재범률 분석이 있다. 치료에 불응한 55명의 성범죄자 중 10명이 재범해 재범률이 18.2%인 반면, 약물치료를 받은 79명 중에서는 재범자가 나오지 않았다.

1998년 이스라엘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성도착증 성인 30명에게 42개월간 성충동 약물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모든 환자들이 성적 환상, 욕구 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내용이 실렸다. 2005년 독일에서는 화학적 거세를 포함한 호르몬 치료가 심리치료의 일종인 인지행동 치료보다 2배 이상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성충동 약물치료가 성범죄 재범에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낸 사례도 있었다. 1981년부터 1995년까지 해외 연구 논문 5개를 분석한 결과 약물치료를 진행해도 재범률이 최대 18%까지 나왔다. 다만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할 시 재범률이 1%까지 떨어졌다. 김 교수와 송 교수는 논문을 통해 “약물 투여만으로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으며, 인지행동치료 또는 심리치료가 수반되면 상당한 재범방지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적 거세가 더 큰 범죄를 야기할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있다. 임용진 광운대학교 범죄연구소 연구원과 동 대학에서 범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서한서 예일문서감정원 원장은 2015년 ‘성범죄자 약물치료과정에 따른 2차 범죄화 가능성에 관한 연구’ 논문은 약물치료 대상 출소자의 개인적·사회적 환경에 따라 이들이 교화되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예측했다.

논문은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자가 ▲ 약물 주입 판결을 받을 때 ▲ 약물 주입 장면을 직접 볼 때 ▲ 사회복귀 과정에서 낙인효과 등 어려움을 겪을 때 ▲ 피해의식이 나타날 때 겪는 수치심과 자존감 하락이 재범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소 후 생계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절도나 강도 등 재산범죄로 재범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2차 범죄 사례나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완희 가천대학교 경찰·안보학과 교수는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자들의 2차 범죄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 심리치료 병행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3년 ‘성충동 약물치료대상자의 인지행동치료 처우기법 개발’ 논문을 통해 “어떤 성범죄자들은 인지행동 치료만으로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면서 “약물치료를 중단할 경우 성적 능력이 회복되거나 다른 것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반드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성충동 약물치료의 추가 범죄 예방 효과는 국내외 연구 사례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2021 범죄백서에 따르면 약물치료 기간 성범죄를 저지른 성범자는 없다. 따라서 화학적 거세가 오히려 범죄를 야기한다는 온라인상의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다만 약물치료만으로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고, 심리치료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연구도 있다.

[참고 자료]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 법령정보

검찰, ‘16년 전 아동 강제추행’ 재구속 김근식에 징역 10년 구형, 연합뉴스, 2023.03.03

법무부 보도자료

2021 범죄백서

김범식·송광섭, 성충동 약물치료제도의 효과성과 그 개선방안, 2019

임용진·서한서, 성범죄자 약물치료과정에 따른 2차 범죄화 가능성에 관한 연구, 2015

이완희, 성충동 약물치료대상자의 인지행동치료 처우기법 개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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