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를 분리배출 해야 한다. 기후위기가 전 세계 최대 관심사가 돼버린 오늘날, 분리배출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을 따라가지 못해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잘못된 분리배출 방식으로 과태료를 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선량한 시민의 선의가 도리어 환경에 아무런 이로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징벌의 대상이 된 것이다.

경기도 주택가의 분리수거 및 쓰레기 배출 현장. 그물망 형태의 재활용 수거함이 턱 없이 부족해 보인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경기도 주택가의 분리수거 및 쓰레기 배출 현장. 그물망 형태의 재활용 수거함이 턱 없이 부족해 보인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온라인상에서는 섬뜩한(?) 괴담이 떠돌기도 한다. 대학생 A모 씨는 일반쓰레기일 줄 알았던 라면봉지를 비닐로 분리배출 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귤껍질을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일반쓰레기로 배출한 주부 B모 씨 역시 과태료를 내야 했다. 적지 않은 과태료 액수도 무섭지만, 부과 대상자를 어떻게 색출했는지 의문이라 더욱 섬뜩하다.

죄를 지었다면 응당 벌을 받아야 하지만, 과태료 부과자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마다 통일되지 않은 분리배출 방식이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닌 데다, 매번 바뀌는 법은 혼란을 가중한다. 우리 지역의 정확한 분리배출 방법과 장소 역시 찾기 쉽지 않다. 이쯤 되면 과태료 부과의 형평성도 의심스럽다. 누구나 운이 없으면 과태료 폭탄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을 알아봤다.

“경미한 사항은 계도 처리합니다”

서울시 강동구는 B씨 사례처럼 귤껍질을 음식물 쓰레기로 규정하고, 일반쓰레기로 분리배출 할 시 이를 단속하는 지자체다. 구청 관계자의 입장을 들어보니 지자체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강동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귤껍질 때문에 항의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귤껍질만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경미한 사례만으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과태료 고지서에는 귤껍질과 더불어 ‘혼합배출’이라는 말이 적시됐을 것이다”며 “귤껍질 외에 다른 분리배출 지침을 상당 부분 어긴 구민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의미다”고 덧붙였다.

즉 생활 쓰레기 불법 투기 정도가 심각할 경우에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귤껍질은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28일 육동한 춘천시장이 생활쓰레기 불법 투기 야간 단속에 나섰다. (사진=춘천시 제공)
지난해 12월 28일 육동한 춘천시장이 생활쓰레기 불법 투기 야간 단속에 나섰다. (사진=춘천시 제공)

다른 지자체의 상황도 비슷하다. 강원도 춘천시는 육동한 춘천시장까지 야간 단속에 나서는 등 생활 쓰레기 불법 투기와 강력한 전쟁을 벌이는 지자체다. 2022년에는 1636건을 적발해 과태료 1억 2000만 원을, 같은 해 12월에는 불과 열흘 동안 80건을 적발해 56건에 대해 과태료 395만 원을 부과했다. 올해부터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 ‘집중 단속의 날’을 지정해 불법 투기를 단속한다.

온라인상 떠도는 과태료 폭탄 괴담에 대해 춘천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라면봉지 과태료 부과 사례는 춘천시가 아니며, 지자체는 무조건 과태료만 부과하는 게 아니다“며 “분리배출을 경미하게 어길 시 ‘다음부터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주의해 달라’고 계도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중 단속의 날에는 오전에는 단속 관련 홍보를 진행하고 오후부터 단속을 시작하는데, 과태료 부과가 목적이 아닌 올바른 분리배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불법 투기된 쓰레기들은 모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 폐기물이 대부분이었다.

춘천시 관계자는 “배달용기에 음식물 쓰레기가 그대로 담긴 채 버려지거나, 일반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버리는 사례가 가장 많다”며 “과태료 부과 대상자들 중 일부는 시에 항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과실을 인정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분리배출, 헷갈린다면 이렇게 하라

환경부 역시 분리배출 시 겪는 시민들의 혼란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생활 폐기물의 경우 관할 지자체가 처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환경부 차원에서 일률적인 분리배출 방식을 지시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관계자는 “환경부가 분리배출 지침을 만들면 지자체는 관할 지역 사정에 맞게 조례를 정한다”며 “환경부 역시 시민 불편을 알고 있어 관련 홈페이지 추진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잘못된 분리배출로 과태료 폭탄을 받지 않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안내했다.

그는 “환경부 애플리케이션 ‘내손안의 분리배출’을 다운로드 하면 일반적인 분리배출 요령을 누구나 알기 쉽게 안내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는 방법이 있다”며 “과태료 부과의 주체는 해당 지자체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문의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더욱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계는 올바른 분리배출 문화가 정착과 시민 불편 해소를 모두 중요한 과제라고 봤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 팀장은 “분리배출 장소와 방법을 정확하게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관할 지자체의 홍보 부족 문제가 있다”며 “온라인 사례처럼 억울해하는 시민들이 나오지 않도록 각 지역의 분리배출 방법과 장소 등의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제공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지자체 관계자들은 분리배출 지침 위반 수준이 경미한 주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분리배출 지침 위반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만 부과한다는 것이다. 다만 분리배출 위반 과태료 부과 사례 중 경미하다고 여겨질 사례가 전혀 없다는 근거도 없어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단했다.

[참고 자료]

서울 강동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 인터뷰
[왱] 귤껍질은 음식물 쓰레기, 대파 뿌리는 일반 쓰레기 왜 그럴까?(영상), 국민일보, 2022.02.09
강원도 춘천시 보도자료
강원도 춘천시 자원순환과 관계자 인터뷰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관계자 인터뷰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 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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