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지속되는 조 회장, 9일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12일 대전공장서 ‘재난급’ 화재 발생한 한국타이어...청주시까지 피해
민주노총 “소방설비 부족으로 대전공장 화재...보고서 발표할 것”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회장의 오너십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조 회장이 검찰에 구속돼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는 데 이어, 조 회장 구속 사흘 만에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재난급’ 화재가 발생한 까닭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와 관련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21일 뉴스포스트에 “조만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가 소방설비 미비로 발생했다는 물증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조 회장 오너십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조현범 회장 ‘200억대 횡령·배임’ 혐의 검찰 구속 


한국타이어 오너십을 흔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조현범 회장의 사법리스크다. 조현범(51) 한국타이어은 회장은 지난 9일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계열사 부당지원과 배임·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조 회장에 대해 전날인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회장이 받는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가법상 횡령 △공정거래법 위반 등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이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서도 리한 대표와 친분을 앞세워 한국타이어 계열사 MKT의 자금 130억 원을 빌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년부터 2017년 MKT의 타이어 몰드를 비싼 가격에 사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와 비슷한 시기 회삿돈 수십억 원을 유용해 외제차 구입 등에 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의 배임·횡령액은 200억 원 규모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재난급’ 화재...청주시도 피해


13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오후 10시 9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 2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0명과 소방대원 1명 등 11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는 나흘 만에야 진화됐다. 화재 발생 58시간 만이다.

해당 화재 사고로 한국타이어 물류창고에 보관된 타이어 완제품 21만 개가 소실된 것으로 잠정 파악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대전공장 2공장 타이어 완제품을 만드는 ‘가루공정’에 있는 성형 압출 기계 인근 컨베이어벨트 쪽에서 처음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 화재 발생 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로 인한 분진 피해가 청주시 현도면에서도 발생했다며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해당 단체는 성명을 통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인접한 현도면 채소밭에 검은 분진이 내려앉아 출하를 못 하는 상황”이라며 “충북도와 청주시는 조속히 피해를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분진 피해를 호소하는 현도면 주민은 27명이다. 피해 면적은 인삼밭 33만674제곱미터, 비닐하우스 116개 동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대형 화재와 관련해 경찰은 한국타이어 등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20일 설명회를 열어 한국타이어 화재 관련해 현장에 있던 작업자 7명과 설비팀, 기술팀, 소방관계자 등 총 9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조현범 회장 사퇴해야”...민주노총 “소방설비 미비 물증 보고서 발표할 것”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단체가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등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단체가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등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노동사회단체는 21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오는 29일 예정된 한국타이어 주총에서 지분 8.0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조 회장 등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동사회단체들은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난 9일 횡령, 배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구속됐다”며 “조 회장은 2019년에도 하청업체 납품대가로 5억 원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에 대해 내부감시시스템은 이번에도 적용되지 않았다”며 “이에 조현범 회장을 비롯한 한국타이어 경영진은 이번 사건(대전공장 화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타어어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총수일가는 매년 수백억 원씩 자신들의 곳간만 채워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며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지난 12일 발생한 화재사고”라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대형 화재가 소방설비 구축에 사용돼야 할 예산이 총수일가의 사적 곳간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민주노총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대형 화재 사고가 소방설비 미비로 인한 것이라는 현장의 물증과 증언을 종합하고 있다”며 “한국타이어 정기주총 전후로 해당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현범 회장의 사퇴 주장 등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한국타이어 소방시설 자체점검 실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대전공장에서 906건의 소방시설 불량 사항이 드러났다. 연도별로는 △2020년 284건 △2021년 382건 △2022년 240건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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