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규모 대형 OLED 시설투자도 미룬 LG디플 “포트폴리오 조정”
연속 적자에 올해 1월 유급휴직 신청받기도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분기 영업손실만 1조 원을 넘기며 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실적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을 공언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8일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수주형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진행 중”이라며 “하반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1조원 자금 수혈받은 LG디플, 대형 OLED 시설투자도 미뤄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6일 매출 4조 4111억 원, 영업손실 1조 984억 원 등의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이날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당기순손실은 1조 1531억 원, EBITDA는 802억 원 손실이었다.
전방 산업 부진과 LCD 패널 철수 등으로 LG디스플레이의 적자 장기화는 예상된 부분이었다. TV와 IT 제품 글로벌 수요 부진과 전방 산업 재고 조정, 계절적 비수기 영향 등으로 제품 출하와 매출이 감소한 게 실적 부진의 원인이었다.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LCD TV 사업의 축소도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LG디스플레이는 신규 시설투자도 미루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달 31일 LG디스플레이는 2017년부터 추진한 수조 원 규모 투자를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까지 마무리됐어야 할 3조 원 규모의 대형 OLED 시설투자가 2028년 1분기까지 미뤄졌다.
사업 부진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우 전쟁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게 문제였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시설투자 발표 당시 대형 OLED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라고 밝힌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그룹사 ‘큰형님’ LG전자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자금을 수혈받기도 했다. 4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로 운영자금도 마른 까닭이다. LG디스플레이는 토지와 건물 등 담보를 잡히고 LG전자로부터 지난달 30일 6500억 원, 이달 20일 3500억 원 등 모두 1조 원을 차입했다. 상환일은 오는 2026년 3월 30일까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대형 OLED 등 수급형 사업은 프리미엄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며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중·소형 OLED 등 수주형 사업구조로 포트폴리오를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급휴직으로 허리띠 졸라매는 LG디플, 삼성전자와 손잡을까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전부터 적자로 인한 LG디스플레이 내부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실적 악화에 ‘유급휴직’을 실시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 25일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2주간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장 1년의 유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당시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진급 욕심이 크게 없는 MZ세대와 번아웃이 온 7~8년차 직원들 일부는 이를 반길 것으로 본다”며 “일부 젊은 직원들은 이번 유급휴가를 육아와 재충전의 기회로 삼는 분위기”라고 내부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유급휴직 진행 상황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유급휴직 인원은 100여명 내외”라며 “자율신청인 유급휴직인 만큼, 회사 적자와는 무관하게 개인적 필요로 유급휴직을 활용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실적 개선을 위해 물동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주형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수주형 사업의 전사 매출 비중은 올해 들어 40%대 초반까지 확대됐다. LG디스플레이는 향후 2~3년 이내에 70% 수준까지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추가 양산 예정인 고부가가치 모바일 제품 출하를 확대해 나가는 한편,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수주와 매출 성장을 통해 세계 1등 업체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투자가 진행 중인 태블릿 PC용 OLED 등 중형 OLED 부문에서는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오는 2024년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장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의 영향이 큰 수급형 사업은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OLED는 휘도, 소비전력 등 근본 경쟁력을 강화한 차별화 제품의 라인업 확대와 원가 혁신을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 내 입지를 지속 강화해 나가고, 투명과 게이밍 OLED 등 시장창출형 사업 추진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는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재고건전성 회복에 따른 패널 구매 수요 증가 및 모바일 제품 출하 증가 등 수주형 사업 성과 확대로 하반기 중 흑자 전환을 기대한다”고 밝히며 올해 하반기 OLED 부문 실적을 중심으로 턴어라운드를 공언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TV에 OLED 패널을 공급한다는 얘기가 지난해부터 나오는 것이다. 실제 2021년 양사 동맹이 협상 난항으로 좌초된 전례가 있지만, 4분기 연속 적자인 LG디스플레이가 이번 협상에서는 삼성전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동맹설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고객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수주형 사업 확대 등 사업구조 고도화로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