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혜택 축소 등 소비자 부담 우려 목소리
삼성전자 “얘기 중이지만 결정된 것 없어”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지난달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이 국내 휴대폰 기반 간편결제 수수료 유료화에 불을 댕겼다. 애플페이는 카드사에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지금까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업체들도 유료화 검토에 나서면서 카드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애플페이로 결제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애플페이로 결제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사의 간편결제서비스 삼성페이의 일부 부문 유료화 전환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 부문 유료화에 대해 내부적으로 얘기하고는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페이는 지난 2015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별도의 수수료 부과하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한국에서 애플페이 결제 1건당 결제액의 0.1~0.1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한 시장조사업체는 2024년 간편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가 15%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 경우 카드사들은 하루에 160억 원 이상(2022년 기준)의 수수료를 애플에 줘야 하는 셈이다.

삼성페이의 수수료 부과 논의 소식이 전해지자 카드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페이가 수수료 부과를 시작한다면,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업자들의 수수료 인상도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간편결제 서비스는 카드사가 아닌 전자금융업자나 금융사 간편결제 시스템, 휴대폰 제조사 등에서 대부분의 사용이 이뤄진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 실적은 2342만 건으로, 금액은 7326억 원에 달한다. 

서비스 제공업자별로 보면 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코 등 전자금융업자(47.9%)가 제일 높은 사용 비중을 차지했다. 페이북·KB페이·신한페이 같은 금융사 간편결제 시스템이 26.8%, 삼성페이 등 휴대폰 제조사가 25.3%로 뒤를 이었다. 

최근 국내 카드업계는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전체적인 수익성이 하락한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도 이미 너무 많이 인하돼 적자가 난 상황인데, 페이 수수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계속 물 붓는 꼴이다”며 “삼성전자가 시작한다면 각종 페이 업체에서도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설 텐데, 결제 서비스 비용이 너무 많이 커지게 되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고 말했다. 

결제 서비스 수수료 부과로 인한 카드사 수익성 악화가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2년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카드사들은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다. 수수료 조정으로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수수료는 4.5%에서 0.5%로, 연 매출 3억 원 이상 30억 원 미만 소규모 가맹점의 수수료는 3.6%에서 1.1~1.5%로 낮아졌다.

네 차례에 걸친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실제로 알짜·혜자 카드들이 대거 단종되기도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결제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소비자·가맹점이 아닌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는 “(수수료 부담에 대한) 애플페이 유권해석은 삼성페이에도 적용된다”며 “다만 카드사가 제시하는 서비스 혜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의 유료 수수료 정책이 그동안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삼성페이가 이를 유료화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한 셈이다”며 “카드사의 이 같은 비용 부담은 결국 혜택 축소 등 다른 부분에서의 상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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