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사망...학교로 추모객 발걸음
찜통더위에 검은색 옷...국화꽃 든 시민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선생님 부디 그곳에서는 괴롭히는 사람도, 아픔도 없이 평안히 행복하세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인근 학교 현직 교사 일동-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 앞에 해당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를 추모하는 인파들이 몰렸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 앞에 해당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를 추모하는 인파들이 몰렸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일대에는 해당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낮 최고 기온이 영상 30도를 넘는 찜통더위 속에도 상당수가 검은색 옷을 차려입고 길게 줄을 섰다.

추모객 인파는 학교 담장을 덮을 만큼 많았다. 맞은편에는 전국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끝없이 서 있었다. 현직 교사는 물론 초등학생들, 일반 시민들의 근조화환이었다. 수많은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학교 정문에는 현장을 보도하려는 취재진과 추모객들이 가득했다.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었다.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곳곳에 붙어있고, 국화꽃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포스트잇에는 일반 시민은 물론 현직 교사들의 추모 메시지도 적혀있었다.

“선생님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다”, “교직에 있으면서 선생님의 아픔을 미처 알지 못해 죄송하다”, “이것은 선생님 만의 슬픔과 아픔이 아니다”, “괴롭힘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 등의 추모 메시지가 눈에 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인근에 해당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를 추모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인근에 해당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를 추모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시민 A모 씨는 “사건 소식을 듣고 많이 분노했고, 울었다”며 “젊고 꿈 많던 선생님의 죽음을 추모하고 싶어서 나왔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인권을 존중받으며 일해야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마땅한 추모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시민들은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다 지친 시민들은 “문을 열어라”라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 시민은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렸다”며 “국화꽃만 놓고 가려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야 하나”라고 불만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이달 18일 서이초에서는 1학년 담당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사망 소식이 온라인상에 전해진 후 해당 교사가 학부모들의 민원에 자주 시달려왔다는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진실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서이초 교장은 입장문을 통해 “SNS 등을 통해 여러 이야기가 사실 확인 없이 떠돌고 있다”며 “부정확한 내용들은 고인의 죽음을 명예롭지 못하게 하며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유족 측은 “입장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나와 있다”며 “사회 초년생이 왜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정확한 답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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