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다우키움그룹·한국금융지주 등 3세 경영인 지분 확대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올해 초 대신증권이 3세 경영 승계를 본격화하면서 증권업계 오너 3세 시대가 열릴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비교적 젊은 오너가(家) 3세들이 회사 지분 보유량을 늘리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보수적인 증권업계의 새 바람이 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의 모회사 다우키움그룹의 3세들이 자사 지분을 매입하고, 계열사에 근무하는 등 3세 경영의 보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사회 의장직 나선 양홍석 대신파이낸셜그룹 부회장
먼저 대신증권 창업주 3세인 양홍석 대신파이낸셜그룹 부회장은 올해 4월부터 모친인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이 물러난 대신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양 부회장의 부친인 양회문 전 회장이 2004년 작고함에 따라 지난 2005년 이어룡 회장이 의장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이 약 20년간 맡아온 의장직을 올해 초 아들에게 넘기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한 모양새다.
1981년생인 양 부회장은 대신증권 창업주인 양재봉 명예회장의 손자다. 지난 2007년 대신증권 평사원으로 입사해 자회사인 대신투자신탁운용 상무, 대신증권 전무를 거쳐 2008년 부사장과 2014년 사장, 2021년 11월부터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양 부회장은 대신증권 지분을 지속 매입하고 있다. 2014년 말 6.66%에 그쳤던 지분율은 2015년 6.92%, 2016년 7.02%, 2017년 7.04%, 2018년 7.51%, 2019년 7.83%, 2020년 9.08%로 증가했으며 부회장이 된 해인 2021년 12월 말 기준 9.82%까지 확대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양 부회장의 지분은 10.19%, 모친 이 회장의 지분율은 2.5%다.
양 부회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증권업 업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사업 등 사업 확장과 수익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최근 자기자본 확충 차원에서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김익래 회장 경영일선 후퇴...김동준 사장 승계 가능성 ↑
최근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SG증권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다우키움그룹의 차기 경영권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1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으며, 벤처투자 시장 등 금투업계 전반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 대표는 1984년생으로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으며, 2009년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이후 2011년 다우키움그룹에 입사하고 다우기술, 다우데이타 등을 거쳐 2018년부터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등을 맡고 있다. 2021년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다우키움그룹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다우데이타를 이머니가 31.56%, 김익래 회장이 26.66% 보유했다. 김 대표는 이머니 지분율 33.1% 갖고 있고, 다우데이터 지분은 6.53% 보유하고 있다. 다우데이타는 다우기술과 키다리스튜디오의 지분을 각각 45.2%, 33.65% 보유, 다우기술의 경우 사람인HR과 키움증권, 한국정보인증 지분을 각각 32.6%, 41.2%, 39.78% 갖고 있다.
증권가에선 김 대표가 조만간 그룹 경영 전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편법승계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동윤씨 한국금융지주 지분 첫 매입...3세 경영 신호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장남 김동윤 씨는 최근 한국금융지주 지분을 매입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동윤 씨는 지난 11~13일 한국금융지주 주식 5만 2739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난 11일 2만 120주를 취득한 김동윤 씨는 12일 2만주, 13일 1만2619주를 차례로 매입했다. 주식 취득을 위해 들인 자금은 총 26억 4030만 원이며 개인 자금으로 이뤄졌다. 이번 주식 취득 후 지분율은 0.09%로 평균 취득가는 5만 64원이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김남구 회장으로 20.70%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김남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기존 20.70%에서 20.79%로 늘어났다.
1993년생인 김동윤 씨는 지난 2019년 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 공개채용으로 입사해 강북센터지점에서 평사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현장 경영을 중요시하는 가풍에 따른 것으로 경영 수업의 첫 단추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는 경영전략실에서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다만, 승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구 회장과 김남정 부회장 모두 현업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후 임원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김남구 회장도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동원산업 평사원으로 2년 근무 후 1991년 한신증권(동원증권의 전신) 명동지점 대리로 입사했다. 2003년 동원그룹 계열 분리 당시 동원금융지주를 맡아 독립했으며, 2005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해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로 키웠다. 그는 채권·정보기술(IT)·기획·뉴욕사무소 등 증권업의 주요 실무를 익혔으며, 자산 운용본부 상무와 전무·부사장·전략기획 실장 등을 역임했다.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도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 지역 영업사원 등을 거쳐 11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향후 김동윤 씨는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