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故 이건희 선대회장 '애견 사업' 추진 배경 전해

故 이건희 회장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길러지는 리트리버를 돌보는 모습. (사진=삼성)
故 이건희 회장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길러지는 리트리버를 돌보는 모습. (사진=삼성)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삼성이 과거 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진돗개 순종 보존 활동과 함께, 선대회장의 '애견 사업' 배경에 '보신탕 문화'로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건희 선대회장, 순종 진돗개 보존 사업 추진


생전 이건희 선대회장은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품종의 개를 키워 보면서 진돗개를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또 개의 중요한 특성인 희생과 충성에 있어 진돗개를 따를 만한 품종도 드물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이 선대회장은 진돗개가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로 우수성이 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점도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에 이건희 선대회장은 순종 진돗개 보존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 선대회장은 1960년대 말경 진도를 찾아 거의 멸종 단계였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다. 10여 년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냈고,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올렸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진돗개 품종 보종에 그치지 않고 진돗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견종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서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진돗개는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원산지를 등록할 수 있었다.

이 선대회장의 노력으로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켄넬클럽은 심사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며 '품종 및 혈통 보호가 잘 되어 있는 견종'으로 평가했다.

이 선대회장은 진돗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뒤 이 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덕분에 진돗개는 현재 한국 고유의 견종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올림픽 당시 '개 잡아먹는 야만국' 이미지 개선 위해 '애견 사업' 돌입


이건희 선대회장의 진돗개에 대한 관심이 애견 사업으로 확장된 것은 '88 서울올림픽' 무렵이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보신탕' 문제로 연일 시끄러웠던 게 문제였다.

올림픽 이후에도 유럽 언론은 한국을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으로 소개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영국 동물보호협회는 대규모 항의시위를 계획하기도 했다.

삼성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은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한국 상품 불매운동으로 연결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선대회장은 고민 끝에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을 서울로 초청해 집에서 개를 기르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애완견 연구센터 등을 소개해 한국 '애견 문화'의 수준을 보여줬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영국 동물보호협회의 시위는 취소됐고, 이후로는 더 이상 항의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05년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마련된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진돗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
지난 2005년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마련된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진돗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

이후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설립해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 걸음을 사회공헌으로 시작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세계 속에 한국의 애견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1993년부터는 영국 왕실이 후원하는 권위 있는 세계적인 애견대회인 크러프츠 도그쇼를 후원했고, 2013년 대회에는 진돗개 '체스니'가 최초로 출전해 입상을 하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2008년 삼성은 일본에 청각 도우미견 육성센터를 설립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당시 일본 명문 야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최고 선수로 꼽히는 나가시마 시게오 선수에게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선물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노력은 애견 관련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영국 왕실은 이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과 애견 문화 확산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개를 선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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