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레고켐바이오 인수로 바이오 사업 경쟁력 강화
오너 3세 담서원, 신사업 담당 ‘중책’…추후 행보 관심

[뉴스포스트=오진실 기자] 오리온그룹의 오너 3세 담서원 상무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되며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담 상무는 초고속 승진을 통해 그룹 내 전략 기획과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 인수로 바이오 사업 강화에 나선 만큼 담 상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리온 본사 전경, 담서원 오리온 경영지원 상무 (사진=오리온, 편집=오진실 기자)
오리온 본사 전경, 담서원 오리온 경영지원 상무 (사진=오리온, 편집=오진실 기자)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 15일 해외 종속회사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총 936만3283주를 5485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오리온은 레고켐의 지분 25.7%를 보유하며 최대 주주가 된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기존 경영진 및 운영 시스템은 변함없이 유지한다.

레고켐은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항체-약물 접합체)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다.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2조20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연구 성과를 내기도 했다.

앞서 오리온은 미래먹거리로 바이오 사업을 꼽으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지난 2020년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는 중국 산둥루캉의약과 합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1년에는 ‘산동루캉하오리요우’ 합자 법인을 설립해 현재 대장암 체외진단 임상 2상에 들어갔다. 또 결핵 백신 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업계는 이번 레고켐 인수와 관련해 담서원 경영관리담당 상무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담 상무는 현재 오리온그룹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이번 빅딜에 역할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담 상무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장남으로 향후 오리온을 이끌어 갈 인물로 꼽힌다. 1989년생인 그는 미국 뉴욕대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했다.

담 상무는 2021년 7월 오리온그룹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경영지원팀은 그룹의 국내외 법인 경영전략과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핵심 부서다. 입사 후 담 상무는 물류사업을 맡아 지난 22년 오리온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인공지능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할 때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의 물류 고도화 성과에 담 상무는 1년 5개월 만인 2023년 정기인사를 통해 상무로 승진했다. 당시 오리온은 담 상무의 승진을 위해 경영관리 임원을 신설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담 상무의 승진을 두고 오리온의 후계구도가 장남으로 굳어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담 상무의 낮은 회사 지분 등은 과제다. 담 상무는 2017년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 출범 당시 출자에 참여해 누나인 담경선 오리온재단 이사와 동일하게 1.2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오리온 경우 2018년 담 회장에게 1.1%의 지분을 증여받으며 오리온홀딩스(37.37%), 이화경 부회장(4.08%)에 이어 3대 주주(1.23%)가 됐다. 담 회장은 0.5%, 담 이사는 0.6%를 보유하고 있다. 담 상무의 나이가 아직 30대 중반인 만큼 승계 작업은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지분 증여를 통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담 상무는 미래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식품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고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도움이 되는 만큼 뚜렷한 경영 성과가 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레고켐바이오 지분인수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ADC 항암 치료제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며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신사업인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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