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았던 남양 오너, 2세 경영서 마무리
'매일 3세' 김오영 실장 승진, 운반비 줄인 성과
원재료값 상승 속 수익성 고민...실적 개선 숙제

[뉴스포스트=오진실 기자] 국내 유업계 경영 구도에 바람이 불고 있다. 남양유업은 2년간 이어져 온 한앤코와의 소송에서 패하면서 60년 오너 경영이 막을 내렸다. 반면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오너 3세의 승진으로 경영 승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최종 패소’로 저무는 남양 홍 씨 경영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2년간 이어졌던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홍 회장은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남양유업의 허위 발표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임했다. 이후 홍 회장은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자신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그해 9월 홍 회장은 한앤코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유는 주식 양도 이후 한앤코가 ‘임원진 예우’ 등의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홍 회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본인과 한앤코를 쌍방대리한 것도 문제 삼았다. 당사자 동의 없는 쌍방대리는 위법이니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에 한앤코는 해당 합의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1·2심 결과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은 60년 만에 역사로 남게 됐다.

한앤코의 품에 안긴 남양유업은 경영 정상화와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앤코 측은 입장문을 통해 “긴 분쟁이 종결되고 이제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만 남았다”며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당사가 보유한 장수, 파워브랜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 활동 추진과 함께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단백질·건기식·식물성 음료 시장 확보에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2019년 대리점 물품 강매 사건, 경쟁사 비방 댓글 논란 등이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번지면서 실적이 감소했다.

2020년 매출은 1조원 아래로 떨어지고 77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홍 회장이 사임했던 해인 2021년 매출은 9336억원 영업손실은 734억원, 2022년은 매출 9646억원, 영업손실 868억원이었다. 2022년엔 희망퇴직을 통해 20년 이상 고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장남’ 김오영 승진

반면 경쟁사인 매일유업은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있다. 최근 매일유업 오너 3세인 김오영 생산물류 혁신담당 임원(실장)이 입사 3년 만에 E1(이사급)에서 E2(전무급)로 승진한 것이다.

(사진=매일유업)
(사진=매일유업)

1986년생인 김 실장은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장손자이자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장남이다. 대표인 김선희 부회장과는 5촌이다. 김 실장은 2021년 10월 매일유업에 입사해 E1(이사급)으로 재직해 왔다. 앞서 김 실장은 2014년 신세계그룹 공채로 입사해 신세계백화점과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했다.

이번 승진에 대해 매일유업 측은 김 실장이 생산물류 혁신담당 임원으로 업무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상반기 운반비 기준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상반기 판매비와 관리비 대비 운반비 비중은 11.5%로, 전년 동기보다 0.9% 포인트 줄었다. 지난 3년간 매일유업의 운반비 비중은 ▲2022년 12.4% ▲2021년 12.4% ▲2020년 12.7%였다.

이번 승진으로 업계는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김 실장이 보유하고 있는 매일유업 지분은 0.01%로 승계를 위해서는 추가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김 실장의 아버지이자 매일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김정완 회장의 지분율은 38.27%이고, 매일홀딩스는 매일유업 지분 31.06%를 보유하고 있다.

3세 시대로의 전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매일유업도 실적 개선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된 실적 부진은 승계 행보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원재료가격 상승과 원가부담 등으로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9% 감소한 607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해 경영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512억원, 매출은 1조 34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2%, 8% 증가세를 보였으나 2021년의 실적에 비하면 저조하다는 평가다. 2021년 3분기 영업이익은 651억원, 매출은 1조 1494억원이었다.

매일유업은 올해 식물성 음료와 성인용 단백질 음료인 셀렉스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1월 오트음료인 어메이징 오트 신제품 출시를 통해 대규모 샘플링을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셀렉스 ‘매일닥터’ 브랜드를 통해 일반 환자용 균형영양 조제식품을 선보이는 등 환자·고령자 관련 사업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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