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 가격 인하, 유통 업계도 물가 안정 기여로 동참
정부, 라면·제과제빵업계 이어 유업계 가격 안정 유도하나
소비자단체 “유가공업계 과도한 폭의 가격 인상 단행”
업계 “협상 진행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정해진 사항은 없어”
[뉴스포스트=오진실 기자] 지난달 정부가 국제 밀값 하락을 이유로 식품업계에 가격 검토를 권고하자 기업들이 연이어 라면‧과자 등의 판매가를 낮추고 있다. 정부의 으름장에 식품업계가 눈치싸움에 돌입하자 원유 가격 인상을 논의 중인 유업계도 덩달아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가격 검토 요청 이후 지난달 27일부터 라면 업계(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제과·제빵(SPC,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등)업계가 가격 인하에 나섰다. 지난 4일 동원그룹도 통조림 가격 인상을 보류하며 식품업계가 물가 안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자체 브랜드 PB 일부 상품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했다. 또, 편의점 4사는 롯데웰푸드가 아이스크림 출고가를 인상했음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라면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한 정부의 다음 가격 안정 대상은 유가공업계로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농식품부 관계자는 “흰 우유 소비가 지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원유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져 낙농산업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원유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간담회 등을 통해 유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와 유업계는 지난달 9일부터 원유 기본 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여기서 결정된 가격은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낙농업계와 유업계는 흰 우유 가격을 1L당 69~104원, 가공유는 87~130원 사이로 인상 폭을 두고 가격을 논의하고 있다. 원유가격이 결정되면 전반적인 생산비용을 포함한 우유제품 가격이 1L에 3000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유가공업체의 가격 인상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우유 및 유제품 가격 인상 현황을 분석하며 원유가격 상승에 비해 유가공업체의 흰 우유 가격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협의회는 “지난해 원유가는 2.5% 상승했으나, 서울우유는 소비자가가 4.7% 올랐고,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각각 8.6%, 4.8%씩 출고가가 증가했다”며 “2023년 1분기 원유가는 전년 대비 평균 4.1% 상승한 데 반해 서울우유는 전년 대비 흰 우유 소비자 가격이 5.5% 상승했고, 남양유업은 출고가 9.9%, 매일유업은 출고가를 7.7% 인상 시켜 소비자 가격이 원유가 상승 대비 크게는 2배 이상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공업체는 제품 가격 인상 원인을 낙농가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며 “원유가 상승 대비 과도한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원유가 상승만을 핑계로 자사의 이익만을 강구한다면 유제품 시장의 축소와 낙농 시장의 하락세는 유가공업체가 자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협상 중인 사항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원윳값 상승으로 우윳값이 오르면, 제조 시 우유가 필요한 제과·제빵업계에서 인하했던 가격을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흰 우유 뿐만 아니라 빵, 아이스크림, 유제품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제과·제빵 업계는 “안 오른 것이 없는 상황인 만큼 예의주시 중이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지난 20일 우유 등 농식품 물가 관리 방안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김정욱 축산정책국장은 “한국은 1~2년 단위로 반영하며 이미 1년이 늦어 원유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우유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우유 가격을 많이 올리면 소비 수요가 더 줄 수밖에 없어 큰 폭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멸균유 수입이 늘고 있고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거라는 우려도 있어 유업체가 인상 폭을 고민해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