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푸드테크, 첫 M&A 美 스텔라피자 인수
성장 멈춘 유통업…기술 접목해 시너지 기대
조리 로봇 도입된 파스타 레스토랑 오픈 계획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부사장이 미래먹거리로 점찍은 푸드테크 사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올 초 출범시킨 한화푸드테크를 통해 미국 로봇 피자 업체를 인수한데 이어 한남동에 관련 기술을 활용한 식음 매장 오픈도 앞두고 있는 것. 파이브가이즈 성공을 이끈 김 부사장이 로봇 신사업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한화푸드테크 제공)
(사진=한화푸드테크 제공)

로봇이 만드는 피자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회사 한화푸드테크는 지난달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운영하는 ‘서브 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

서브 오토메이션은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이 모여 2019년 설립한 기업이다. 창업자는 스페이스X에서 로켓과 위성용 배터리 시스템을 연구 개발한 벤슨 차이다. 이 회사는 300억원이 넘는 투자 유치를 통해 조리 전 과정을 책임지는 피자 로봇을 개발했다.

스텔라 피자는 48시간 저온 숙성한 피자 반죽을 가져다주면 로봇이 조리한다. 주문이 이뤄지만 로봇이 탑재된 트럭에서 피자를 만들면서 고객에게 배달한다. 반죽 제조 이력부터 토핑 무게, 피자 두께 체크 등 제품 품질도 로봇이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12인치 피자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은 5분 가량으로 여러 건의 주문도 처리 가능하다.

사람이 하는 업무는 트럭 운전, 피자 전달 등의 업무다. 인건비가 줄어들어 피자 가격이 저렴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미국 LA 판매가 기준 한 판당 8~9달러로 주요 피자 브랜드이 60% 수준이다.

한화푸드테크는 벤슨 차이 CEO 등 경영진과 핵심 기술진 일부를 고용 승계해 스텔라피자의 기술 고도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후 미국과 국내에 스텔라피자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열린 ‘CES2024’에 참석한 김동선 부사장이 푸드테크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푸드테크 제공)
지난 1월 열린 ‘CES2024’에 참석한 김동선 부사장이 푸드테크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푸드테크 제공)

김 부사장이 찜한 ‘푸드테크’

이번 인수는 한화푸드테크의 미국 법인인 한화푸드테크글로벌이 진행했다. 한화푸드테크는 화호텔앤드리조트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이 전신이다. 한화의 기존 식음 서비스에 인공지능(AI), 3D프린팅,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신사업 추진은 김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한화의 유통·호텔·식음과 로봇 사업의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김 부사장이 주요 신사업으로 ‘푸드테크’를 점찍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푸드테크 출범 당시 “푸드테크는 고객에게 동일한 품질의 음식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력난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그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현장에서도 국내외 푸드테크 부스를 방문하며 관련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도 김 부사장이 직접 미국 현지를 오가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한화푸드테크는 김 부사장의 주도 하에 향후 다양한 식음 콘텐츠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적극 공략해 푸드테크 산업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화의 로봇 전문 계열사인 한화로보틱스와도 적극 협업할 계획이다.

우선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는 고메이494한남에 퀵 서비스 레스토랑 ‘파스타엑스’를 오픈해 푸드테크 사업을 점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해당 매장에는 조리 로봇이 도입된다.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전문 조직을 신설하고 연구개발 인력도 확대한다. 시장 분석과 함께 푸드테크 활용 방안을 발굴하는 ‘F&B 솔루션 TF(태스크포스)’를 이달부터 운영하며 푸드테크 분야에 특화된 연구 인력도 지속적으로 채용한다. 또한 올해 상반기 중 판교 인근에 R&D(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해 푸드테크 개발 및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파이브가이즈 1호점 론칭 미디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해 6월 파이브가이즈 1호점 론칭 미디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 (사진=뉴시스 제공)

그룹 내 영향력 확대

김동선 부사장은 현재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을 비롯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 담당 임원으로 관련 사업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김 부사장 주도로 론칭한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는 유통 부문에서 첫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호점인 강남점의 경우 지난해 3분기 35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3개 매장은 전세계 파이브가이즈 1858개 점포 중 주간 평균 매출 톱 5순위 안에 들었다. 오는 4월 서울역사 마켓존에 4호점을 선보이며 5년간 15개의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 확대는 승계와도 연관된다. 한화그룹은 현재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화학 등 주력 계열사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계열사를 맡고 있다. 형제들이 이끌고 있는 사업 부문에 비해 김 부사장이 맡고 있는 유통 사업의 경우 그룹 내 비중이 적은 만큼 신사업의 성과가 중요하다.

한편 김 부사장은 경영 보폭을 넓히는 동시에 지배력 확대도 적극 나서고 있다. 승계에 있어 중요한 지분 확보도 꾸준히 하는 모습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되며 신규상장한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거의 매달 매수했고, 같은해 12월 최대 주주인 한화(36.15%)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난달에도 26일부터 29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한화갤러리아 보통주 5만2000주를 사들이며 그의 지분은 0.02% 늘어난 1.78%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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