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이사 인터뷰
대한민국 성인 종합독서율 해마다 하락
"책은 소비되는 게 아니라 공유되는 것"
"책 읽는 사회, 서점의 역할이 매우 중요"
IT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책을 대신할 정보 매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이책을 대신할 오디오북 등 전자기기가 등장하며 우리 사회에 문해력의 저하로 보이는 여러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024년 현재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다시 종이책을 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우리나라 성인들의 종합 독서율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종합 독서율이란 교과서와 학습참고서, 수험서를 제외한 종이책과 웹소설을 포함한 전자책, 오디오북 중 1개 이상 매체 도서를 읽거나 들은 비율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책 안 읽는' 어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진행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1일부터 지난해 8월 31일까지 1년간 대한민국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43%에 불과했다.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국민독서실태조사를 시작한 1994년 이후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은 72.2%, 2015년 67.4%, 2017년 62.3%, 2019년 55.7%, 2021년 47.5%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20대 이상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74.5%로 성인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0대는 68%, 40대 47.9%. 50대 36.9%, 60대 이상은 15.7%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감소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 '다른 매체를 이용해서'가 주였다. 다만 노년층의 경우 '시력이 나빠 글자를 읽기 어려워서'라는 이유가 많았다.
<뉴스포스트>는 대한민국 성인들의 종합 독서율이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들에게 독서가 왜 중요한지, 책과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에 본지는 지난 20일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이사이자 충청북도 충주시에서 '책이 있는 글터'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호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생이 아닌 다 큰 어른들도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먼 미래가 아니더라도 당장 눈앞에 닥칠 가까운 미래에 대한 상상과 전망은 아이나 학생만 해야 하는 게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은 어쩌면 어른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지닌 기본적인 태도다.
책은 인류가 지나온 과거 흔적만 있는 게 아니다. 현재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예측과 상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게 책이다. 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소설 '기억전달자'**에서 나온 것처럼 모든 게 통제된 사회조차도 세상의 모든 기억을 홀로 지닌 기억전달자의 지혜가 필요할 시점이 있다. 오래된 기억을 토대로 현재의 문제 상황을 극복할 지혜를 구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로이스 로리의 1993년 작 소설. 직업과 감정 등 모든 게 통제된 미래 사회를 그린 작품
지혜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거친 정보 수준의 텍스트가 책을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다. 떠도는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해서 새로운 전망을 세우는 일은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이 암울할 뿐이겠다. 책을 쌓아 놓고 불태운 진시황이나 아돌프 히틀러는 그런 암울한 사회를 만들려고 했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종합 독서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독서가 문화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독서율에 대한 수치를 조사하고 발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치 조사·발표는 독서율을 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고, 실천 의지를 보여줄 때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독서율을 올리기 위한 정책적 실천 방안이 현재 보이지 않아 아쉽다.
독서율 하락에 대한 진단과 대안은 각계가 속한 집단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이다. 일부 매체들은 독서율 하락의 원인을 도서정가제 시행에 있다고 진단하며 단순하게 결론을 짓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기사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책을 단순 소비재로 취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제 독서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도서정가의 적정성 문제도 연간 독서량에 따라 분리 조사할 필요가 있다. 출판과 유통, 서점, 독자 등 각자의 자리에서 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한 어른들이 많다. 이들이 다시 책과 가까워지기 위한 좋은 방안은 무엇인가.
책을 읽지 않은 사회가 된 것은 서점의 책임도 적지 않다. 단순히 책을 파는 상점을 만들기에 급급해 '책이 있는 공간'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책임이 있다. 책은 기본적으로 소비되는 게 아니라 공유되는 것이다. 독서 행위는 인류의 오랜 지식과 지혜를 함께 공유해 새로운 내일의 력(力)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지식과 지혜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서점이 필요하고, 새로운 상상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공간의 창의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저자들이 보낸 이야기는 독자들마다 모두 다른 결로 새겨질 것이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를 함께 공유하고 나누면 새로운 이야기가 또 새롭게 번질 것이다. 이를 위해 서점인들의 노력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 진흥을 위한 국가의 정책도 책을 읽는 공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노년층의 경우 시력 약화 문제로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나이를 먹을수록 책을 멀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시력의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핑계 삼을 일은 아니라고 여긴다. 요즘에는 그림책만 읽어도 전할 수 있는 생각과 지혜가 결코 적지 않다. 글자가 크게 쓰여진 책도 제법 나온다.
서점 한 곳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은 어떨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듣는 아이들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존재는 얼마나 존경스러울까. 서점에서 살아나야 할 이야기는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다.
-노년층이 다시 책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어렵지 않다. 그저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아 어슬렁거리기를 즐기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책의 물성에 친숙해지면, 책장을 넘기게도 될 것이다. 눈에 편한 책을 보시면 될 거 같다. 가볍게 산책을 삼아 나오시고, 산책 삼아 책장을 넘기시면 또 할 일이 보이실 거라 믿는다.
문화는 자연스럽게 나눠지는 것이지 통제하는 게 아닐 거 같다. 자연이 그렇듯 스스로 그러하게 두시면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