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독서율 10년 새 30% 감소
청년층 "시간이 없다"...노년층 "안 보인다"
IT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책을 대신할 정보 매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이책을 대신할 오디오북 등 전자기기가 등장하며 우리 사회에 문해력의 저하로 보이는 여러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024년 현재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다시 종이책을 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각종 독서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시청광장과 청계천, 광화문 광장 일대에 야외도서관을 조성했다. 강원도 동해시에서는 발한공원에서 매주 주말마다 자연과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북크닉(Book+Picnic)' 행사를 연다. '대한민국 독서대전' 행사 개최 도시로 선정된 경상북도 포항시에서도 도서 관련 행사를 열 계획이다.
지자체가 시민들의 독서문화 함양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낮은 독서율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성인들의 독서율은 해가 지날수록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1일부터 지난해 8월 31일까지 1년간 대한민국 국민들의 종합 독서율*은 성인 43%, 학생 95.8%로 나타났다.
*종합 독서율: 교과서와 학습참고서, 수험서를 제외한 종이책, 웹소설을 포함한 전자책, 오디오북 중 1개 이상 매체 도서를 읽거나 들은 비율
문화체육관광부는 2년마다 국민독서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조사 대상은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와 초등학교 4~6학년 재학생, 중학교와 고등학교 재학생 등 7400명이다. 성인은 5천 명, 학생은 2400명이다. 성인 남성은 2485명, 성인 여성은 2514명이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책을 가까이한 것과 달리, 성인 10명 중 무려 6명이 1년 동안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인의 독서율은 국민독서실태조사를 시작한 1994년 이후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는 종이책 외에도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다양한 매체를 독서율에 포함했지만, 감소세는 여전하다.
대한민국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2013년 72.2%에 달했다. 하지만 2015년 67.4%, 2017년 62.3%, 2019년 55.7%로 떨어졌다. 2021년에는 47.5%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50% 선이 무너졌다. 약 10년 새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30%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다시 말해서 1년에 책 1권도 읽지 않는 성인들이 해마다 증가한 것이다.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연령이 높을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종합 독서율은 74.5%로, 성인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30대 68%를 기록했다. 40대부터는 47.9%로 나타나 50% 선이 무너졌다. 50대는 36.9%다. 60대 이상 노년층은 15.7%로 전 연령대에서 낮은 독서율을 기록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인지하고 있고, 독서의 중요성 역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의 71.9%는 자신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평소에 책을 읽는 성인의 경우 49.1%가, 책을 읽지 않는 이들 89.1%가 자신의 독서량 부족을 인지하고 있다. 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성인은 67.3%로 대다수다. 독서자 88.2%가, 비독서자는 51.6%가 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독서, 왜 어려운가
우리나라 성인들이 독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다. 일이나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 독서를 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24.4%로 가장 많았다. 평소에 책을 읽는 독서자들 33.3%도 해당 항목을 독서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이들에게 시간 부족은 가장 큰 독서 장애 요인이다. 비독서자는 17.8%가 해당 응답을 꼽았다.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영화, 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하느라 독서를 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23.4%로 2위를 차지했다. 해당 항목은 비독서자가 가장 많이 꼽은 독서 장애 요인이기도 하다. 비독서자의 19.3%가 꼽았다. 독서자들은 29%가 해당 응답을 가장 큰 독서 장애 요인으로 골랐다.
그 밖에도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11.3%를 차지했다. 이어 '다른 여가나 취미 활동을 해서'가 8.9%, '시력이 나빠 글자를 읽는 게 어려워서' 8.8%, '독서가 재미가 없어서' 7%, '독서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5%, '독서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어서' 4.1%,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서' 2.6% 순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는 독서 장애 요인을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라고 뽑은 비율이 33%로 가장 높았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29.5%로 2위를 차지했다. 30대는 '시간이 없어서'가 32.4%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라는 응답으로, 30.1%를 기록했다. 40대와 50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60대 이상만 독서 장애 요인으로, '시력이 나빠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서'가 가장 높은 비율로 꼽혔다. 전체 60대 중 23.4%다.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가 15.7%, '시간이 없어서'가 13.2%,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 13.1% 순이다. 노령층에게서 건강과 노화는 독서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력이 나빠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독서가 어렵다는 응답은 학력과 월평균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비율이 높아졌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특성상 노년층에서 저학력, 저소득자가 많은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고학력·고소득의 경우 '시간이 없어서',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 라는 응답이 독서 장애 요인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마지막 단락에 학생들의 독서 진흥 방안에 대해 기술됐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자녀의 독서 습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부모나 교사가 독서를 권장하는 게 학생들의 독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학교의 독서 지도 활동 역시 학생들의 독서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성인들의 독서 진흥 방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나와있지 않다.
책을 멀리하는 어른들이 많아질수록 학생들 역시 독서를 등한시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독서 진흥 방안 못지않게 성인들에게도 독서를 권장해야 한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볼거리가 많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한 결과 성인들의 종합 독서율은 해가 지날수록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어른들이 책을 읽지 않은 후과가 미래세대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서둘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