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콘텐츠의 중요성 강조
임직원 교육과 신진예술가 지원 및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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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이는 한류(韓流)' 열풍을 두고 많이 회자되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이다. K-pop과 영화에 이어 최근 문학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명성을 얻으면서, 그의 '선견지명'이 옳았음을 증명해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 도약을 준비하는 전 산업군에서는 그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적 영향력이 커진 '한류'가 K-기업들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제약바이오 6대 강국'을 꿈꾸는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봉준호, 한강 등 문화예술계 인사 못지않게 물밑에서 'K-문화' 저변 확대에 진심인 제약기업의 면면을 살펴본다. |
[뉴스포스트=김민주 기자] "나 자신이 전문적인 학자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기에 처음부터 역사서나 기행 도서를 쓸 마음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 남산에 서린 복잡하고도 서글픈 역사를 사람들에게 알릴 것인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두고 이 무모한 일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사(민족)문화 알리기에 앞장선 제약사 회장이 있다. 부채표 활명수로 잘 알려진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의 이야기다.
윤도준 회장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동 대학원 의학과 의학박사를 취득했으며, 경희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 정신과 과장을 역임했다. 2005년 가업을 잇기 위해 동화약품으로 옮겨 2008년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2022년 윤 회장은 서울 남산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담은 에세이 '푸른 눈썹 같은 봉우리, 아름다운 남산'을 출간했다. 이 책은 조선시대부터 약 6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남산의 역사와 변천사를 담아낸 책이다.
윤 회장의 남산 사랑은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독립운동가인 선친 고(故) 윤광열 회장의 영향으로 10년 넘게 남산을 매일 찾았다. 2017년부터는 사람들을 모아 남산 탐방을 기획했으며, 남산의 옛 흔적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짚었다.
남산은 1876년 강화도 조약을 계기로 조선이 문호개방을 하며 훼손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남산에 조선신궁, 조선헌병대 사령부, 통감관저 등 종교시설과 주요 행정기관을 곳곳에 세웠다. 해방 후에도 경제 개발 등을 목적으로 훼손되어 갔다.
이후 산림녹화사업을 시작으로 남산은 서울에 오면 반드시 찾는 관광지이자 대표적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를 찾아보기는 어렵게 됐다. 윤 회장은 이를 안타까워하며 남산이 겪은 시련과 변화들을 알려주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 등을 제안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제약사, '제약보국' 이념으로 민족운동 앞장
윤 회장이 우리나라 역사(문화)알리기에 적극적인 이유는 민족기업 동화약품의 창업이념인 '제약보국'(製藥報國)과 맞닿아있어서다. 대한민국의 큰 도약을 위해서는 후손에게 역사에 대한 이해와 반성을 가르쳐야 한다는 게 윤 회장의 신념이다. 그는 미래의 가능성이 역사의식과 자긍심에서 만들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동화약품 임직원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조국의 우수성과 나아갈 길에 대한 강연 '우리 조국'을 진행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897년 설립된 동화약품은 127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가장 오랜 업력을 지닌 기업으로 꼽힌다. 동화약품은 기네스북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기업, 제약사, 최초의 등록상표(부채표), 등록상품(활명수) 등 4가지 부문에 등재된 기업이기도 하다.
동화약품의 역사는 '강산도 변하게 한다'는 10년의 몇 곱절을 넘겼다. 그 시간 동안 동화약품은 성장과 발전을 거듭했다. '우리 민족의 건강은 우리 손으로 지킨다'는 사명감과 긍지로 현재 400여종의 우수의약품과 30여종의 원료의약품을 생산, 세계 40여개국에 수출하는 한편,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다양화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중이다.
그러나 동화의 역사경영이념은 변함이 없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활명수 판매금으로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한 독립운동가 초대사장 민강, 보당 윤창식, 가송 윤광렬 등 역대 CEO가 강조한 정도경영, 생명존중, 윤리경영, 민족기업정신 등은 일제시대와 해방정국, 6.25전쟁과 경제재건이라는 역사적 혼란기를 거치면서도 시류에 퇴색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동화인들의 행동 지침이 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윤 회장은 임직원 교육을 위해 동화약품의 사내교육 특강 프로그램이자 명사특강을 매달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기업인, 교수, 예술인 등 저명인사의 강의를 통해 인문학적 지식을 습득하고 임직원 개인의 문화적 소양과 역량을 높여 대한민국 제약산업을 선도해 나가자는 윤 회장의 의지에서다.
"겨울연가,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등 영향으로 K-컬쳐의 일상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역사를 알리는 방법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과 표지석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콘텐츠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저서를 통해 윤회장이 밝힌 문화마케팅지론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대를 이어 회사를 이끌고있는 윤도준 회장은 이처럼 문화가 가진 힘을 통해 기업비전(인간행복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 필두는 부채표 가송재단이다. 가송재단은 2008년 4월 윤 회장의 부친인 고 가송 윤광열 동화약품 명예회장과 부인 김순녀 여사가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다. 이 재단의 이사장 윤 회장은 전통문화 가치의 계승 발전을 위해 '가송예술상'을 제정해 신진작가를 지원하고 양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동화약품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유명 예술가들과 콜라보를 통해 한정판 활명수를 출시하는 것도 그 일환에서다. 협업 대상은 카카오프렌즈,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패션브랜드 '게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 아웃도어 브랜드 '스탠리',스위스 대표 브랜드 '빅토리녹스'까지 다양한 국가의 브랜드를 망라하며, 수익금은 전 세계 물 부족 국가 식수 지원과 어린이 교육 지원에 쓰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