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와 협업, 2026년 창립 100주년 기념 뮤지컬 선봬
'유일한 박사 정신 계승' 독립운동 유튜브 콘텐츠 제작도 이어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이는 한류(韓流)' 열풍을 두고 많이 회자되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이다. K-pop과 영화에 이어 최근 문학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명성을 얻으면서, 그의 '선견지명'이 옳았음을 증명해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 도약을 준비하는 전 산업군에서는 그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적 영향력이 커진 '한류'가 K-기업들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제약바이오 6대 강국'을 꿈꾸는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봉준호, 한강 등 문화예술계 인사 못지않게 물밑에서 'K-문화' 저변 확대에 진심인 제약기업의 면면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민주 기자] "사람은 죽으면서 돈을 남기고 또 명성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값진 것은 사회를 위해서 남기는 그 무엇이다"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일념 하에 회사를 경영하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고 유일한 박사는 생전 이 같은 명언을 남겼다. 독립운동가였던 유일한 박사는 한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기업인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유한양행 임직원은 그런 창업주 유지와 행적을 사회에 남기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19일 일제 치하의 1945년, 암호명 '넵코 프로젝트'에 참여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가 국내 한 대극장 무대에서 막을 올린다. 냅코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미국 육군전략정보처(OSS, CIA의 전신)가 비밀리에 준비한 작전을 뜻하며, 이 뮤지컬은 냅코 작전 요원이었던 고(故) 유일한 박사의 독립운동 일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간 독립운동에 관한 뮤지컬 작품들은 많았지만, 유독 이 뮤지컬에 눈길이 가는 까닭은 유일한 박사가 100여년 전 설립한 제약사 유한양행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업계서 상업 뮤지컬 제작에 나선 것은 유한양행이 최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2년 문화콘텐츠 사업을 위해 '암호명케이문화산업전문'에 24억 원을 투자했다. 계열사 문화산업전문회사(문전사)는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제43조에 따라 문화산업의 특정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다. 브랜드스토리 전문기업 올댓스토리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서 뮤지컬 제작과 공연마케팅을 책임진다. 공연기획과, 공연장 운영 사업 등을 영위하는 ㈜컴퍼니 연작도 공동제작사로 참여했다.
유한양행의 이 같은 사업 추진의 배경에는 제약사 특성상 문화콘텐츠 사업에 대한 전문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외부 인력을 통해 전문성을 높여 콘텐츠 질을 강화하려는 회사 측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19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에는 주인공 유일형 역에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 배우 등 초호화 출연진과 더불어 영화 실미도의 김희재 작가와 김태형 연출 및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다. 유한양행이 단순 기업 홍보를 위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완성도 높은 작품 제작을 통해 오랫동안 대중에게 다가서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번에 제작된 뮤지컬 '스윙 데이즈'는 기존 방송에서 방영된 '암호명 K' 다큐멘터리를 각색해서 만든 픽션(fiction)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뮤지컬 제작을 계획한 것은 현 이사회 의장인 이정희 전 대표이사 사장 재임 시절부터인 것으로 알려진다. 유한양행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유일한 박사의 정신과 역사적 이야기를 콘텐츠로 제작해 대중에게 널리 알린다는 취지에서다.
유한양행의 뮤지컬 제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한양행은 앞서 올댓스토리와 협업한 뮤지컬 플래시몹 '나의 독립을 선포하라(2017년)'와 단편 뮤지컬 '새벽이 온다(2020년)', '위국헌신(2021년)' 등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돼 조회수 139만 회를 기록하면서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유한양행은 회사 성장 발전에 모태가 된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후세에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 문화 예술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에서 많은 고민들을 해왔고, 또 실천에 옮겼다.
'민족기업인 유일한은 독립운동가였다', '유일한의 생애와 사상', '리스펙트 유일한' 등 유일한 박사 관련 서적 출판과 유튜브 채널 '유일한의 청년독립단' 운영 등이 그 일환에서 이뤄졌다.
유한양행은 오는 2026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렉라자'를 필두로 매출 4조의 글로벌 50대 제약사 목표를 위한 발걸음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 여정 속에서, 이종 산업 간 협업으로 탄생한 'K-콘텐츠'가 유한양행의 앞으로의 행로에 어떠한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