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직함 3년 만에 신설…장재훈 사장 부회장으로 승진
순혈주의 깨고 외국인 '사장 '발탁…북미시장서 성과 낸 공로
올해 인사 '계열사 경영진 교체폭' 확대… 과감한 인적 쇄신
트럼프 2.0 시대 대비한 선제적 대응…"성과·능력 더 중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초 미래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초 미래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뉴스포스트=김주경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파격적인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이 항상 강조해왔던 혁신 기조에 따라 장재훈 현대차 사장을 부회장으로,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대표이사에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이번 사장단 승진 인사의 기조를 보면 성과주의와 조직 쇄신 및 트럼프 시대에 대응하고자 미래 혁신의 기반을 견고히 다진 것이다. 그동안 강조했던 내부 혁신 기조에 맞춰 계열사 경영진의 교체폭을 넓혀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회장이 보여준 인사원칙…"성과주의·능력 탁월해야"

반면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현대트랜시스 등 사업실적이 저조했던 계열사에 대해서는 대표이사를 과감하게 갈아치우면서 신상필벌식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현대차·건설·엔지니어링·트랜시스·케피코 등 상당수 계열사 CEO가 교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그룹 신임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대표이사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그룹 신임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대표이사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정 회장이 발표한 현대차그룹의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3년 간 없앴던 부회장직을 신설했다는 점과 외국인 출신을 대표이사에 과감하게 발탁했다는 점이다. 

우선 정의선 회장은 2021년 말 윤여철 전 부회장의 퇴임을 끝으로 폐지했던 현대차·기아 부회장직을 신설해,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재훈 사장을 발탁했다.


장재훈 사장, '2인자' 됐다 …전기차 기술 끌어올린 장본인  


장재훈 부회장은 2020년 현대차 사장에 취임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을 완성차 업체 글로벌 3위의 반열에 올리는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자 전기차 기술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장 부회장은 앞으로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하는 한편 원가 관리 및 품질혁신을 위한 기반체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주도할 예정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이 지난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에 위치한 현대차 미국법인(HMA)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호세 무뇨스 사장이 지난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에 위치한 현대차 미국법인(HMA)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 최고경영자가 된 무뇨스 사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 출신이 국내 대기업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현대차 창사 57년 만에 처음이다. 대기업 중에서도 유일무이한 사례이기도 하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도요타 유럽법인과 닛산 미국법인 등을 거쳐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해 글로벌 COO 겸 북미·중남미법인장을 맡았다. 무뇨스 사장의 마케팅 능력을 알아본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최초로 외국인인 그를 사장급으로 영입했다.


호세 무뇨스, 순혈주의 깨고 CEO 내정 


무뇨스 사장은 마케팅과 차량 판매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매출액은 2018년까지만 해도 약 15조원(68만대 판매)에 불과했으나 무뇨스 사장이 합류한 2019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40조원(87만대 판매)을 돌파했다.

매출이 급증한 것은 판매 마진이 적은 가솔린 세단에 비해  수익성도 좋은 SUV와 하이브리드카, 전기차에 대한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다.  


美 매출, '15조→40조' 2.5배 늘려 …전기차·하이브리드 주력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미주, 유럽 등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했다. 지난 2년 간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괄목할만한 성과가 계속 이어지자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순혈주의'를 깨고 파격 인사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선 무뇨스 사장이 CEO로 취임하면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판매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1순위에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자동차그룹 싱크탱크 수장으로 임명된 성 김 신임 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싱크탱크 수장으로 임명된 성 김 신임 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아울러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대외협력·정세분석·PR 등을 관할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인 사장으로 임명한 것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불확실해진 글로벌 정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 회장의 메시지가 함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2.0시대 대응…미국 전략통 '성 김 사장' 발탁

성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전문가다.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았다.

특히 그는 올해 현대차 고문으로 합류 이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과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왔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현대차의 대(對) 미국 전략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최준영 부사장과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이규복 부사장을 각각 승진으로 승진시켰다.

기아 대표이사로 내정된 최준영 부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 대표이사로 내정된 최준영 부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는 대표이사 사장 2인 체제로 운영된다. 송호성 사장과 함께 기아 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였던 최준영 부사장이 이달 18일자로 사장으로 승진한다.

최준영 사장은 전기차 전용 공장 준공 등 미래차 중심 오토랜드 전환 전략을 주도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전기차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왔다. 또한 기아타이거즈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2024 KBO 정규리그 및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공로도 인정됐다.

현대글로비스 수장(대표이사)이었던 이규복 부사장도 사장에 오른다. 

현대글로비스 이규복 사장은 재무 건전성을 대폭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핵심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상필벌' 원칙 재강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수장 동시 교체


현대차그룹은 이 밖에 백철승 현대트랜시스 부사장, 오준동 현대케피코 부사장을 각각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왼쪽부터) 이한우 현대건설 신임 사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왼쪽부터) 이한우 현대건설 신임 사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사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이끌 수장도 동시 교체한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후임으로는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전무)을 새 대표이사(부사장)로 발탁한 것으로 전해진며, 현대엔지니어링은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주 부사장은 기아 내 핵심 재무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한편, 현대트랜시스 여수동 사장, 현대케피코 유영종 부사장,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현대엔지니어링 홍현성 부사장은 고문 및 자문에 위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는 성과·능력에 입각해 글로벌 차원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면 된다"며, "조만간 나올 정기 임원인사도 성과 중심의 과감한 인적 쇄신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보편관세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을 공약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에 출범하는 만큼 중장기 경쟁력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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