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기여 불만 등 독일 극우정당 'AfD' 돌풍
폭스바겐, 공장 폐쇄·일자리 감축 등 구조조정
현대자동차, 조직문화 혁신·SDV 전환 과제

AP알리스 바이델 독일 극우정당(AfD) 대표가 9일(현지 시간) 하이덴하임에서 총리 선거 유세를 마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알리스 바이델 독일 극우정당(AfD) 대표가 9일(현지 시간) 하이덴하임에서 총리 선거 유세를 마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작년 9월 옛 동독이었던 튀링겐 주 의회 선거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32.8%의 득표를 얻으며 제1당이 됐다. 나치독일 이후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득표율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AfD는 반이민·반세계화와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를 주장하며 지지세를 끌어모았다. 

독일 연방의회 선거가 2주도 남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도 AfD는 20% 안팎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까지 "독일인들이 AfD를 지지하지 않으면 독일의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과거사 사과와 나치 청산에 앞장선 독일에서 어쩌다 대안우파 정당이 약진하게 됐을까.


우크라이나·유로존 지원에 등골 휘는 獨


(사진=EU)
(사진=EU)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은 최근 몇년 째 0% 대의 저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0.9%로 발표됐는데, 이중 독일은 0.2% 역성장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독일의 경제 침체는 유로존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지원과 EU 기여금은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 지원 규모는 총 74억 유로(약 11조원)에 달한다. 침공 이전인 2021년에도 EU 공동지출액에 251억 유로(약 37조원)를 기여하며 가장 많은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브렉시트로 인한 손실 만회를 위해 2027년까지 기여금을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독일은 EU 탈퇴에 대한 공론화 움직임은 아직 없지만, 경제침체가 지속되면 국민투표에 부쳐질 수 있다. 앞서 AfD는 집권 시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 中 시장 뒤처지고 관세 불확실성↑


중국 상하이의 상하이자동차(SAIC) 폭스바겐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 중인 모습. (사진=신화/뉴시스)
중국 상하이의 상하이자동차(SAIC) 폭스바겐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 중인 모습. (사진=신화/뉴시스)

독일은 자동차, 기계, 화학 등 제조업이 국가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전체 GDP의 20%에 육박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데,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균열과 반도체 공급난, 최근 중국의 공급과잉 등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자동차 사업의 타격이 컸다. 독일 제조업의 상징인 폭스바겐은 지난해 창사 이후 최초로 독일 공장을 폐쇄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공장 3곳 이상을 폐쇄하고, 수만 명의 일자리 감축과 10%의 급여 삭감을 계획 중이라고 발표했다. 전기차사업에 막대한 투자에도 미국 테슬라, 중국 BYD와의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을 넘어 보쉬, ZF 프리드리히샤펜, 콘티넨탈 등 부품사도 감원 및 일자리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 측은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전체 일자리의 11%를 차지하는 만큼 이번 위기는 단순히 자동차 제조 기업에 그치지 않고 부품 공급사로까지 고용 충격이 확산 중"이라고 밝혔다.

관세 타격도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산 제품에 25%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가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단 2.5%만 부과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관세 부담이 커지면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 中 생산·수출 비중 낮고 관세부담 덜해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차)

한국 제조업의 산실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위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앞서 폭스바겐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점유율도 줄곧 1위를 유지했지만 2023년 처음으로 BYD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점유율도 10%대 초중반으로 떨어져 위기의 단초가 됐다.

현대차는 미국이 시장이 주력인 만큼 폭스바겐보다 피해가 덜하다. 현대차의 지역별 판매량은 북미가 제일 높고, 그 뒤를 한국, 유럽, 인도 등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중남미, 중동에도 판매량이 밀리는 추세다.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 지난해 충칭 공장 등을 매각하며 중국 내 생산거점을 5곳에서 3곳으로 줄였다.

관세 이슈도 폭스바겐보다 자유롭다. 폭스바겐은 25% 관세 부과가 예고된 멕시코 생산 비율인 49%로 가장 높은 반면, 현대차는 미국 판매 중 멕시코산 비중이 0.4%에 불과하다. 기아도 18%로 여타 완성차 업체에 비해 낮은 편이다. 

현대차는 여기에 76억달러(약 10조원)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메타플랜트를 건설해 지난해 말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문화 변화, 일자리 창출 앞장서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6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 현대자동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6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 현대자동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 위기가 가중됐는데, 현대차도 폭스바겐처럼 전통 제조업 기업인 만큼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조직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올해까지 모든 차종을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로 전환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를 직접 지시했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도 공언한 만큼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

경제위기와 일자리 감소는 지지층 이탈을 불러오는 최대 리스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국을 관세로 위협하는 배경에도 자국민 일자리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지난달 자동차 산업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자동차 업체를 지원하고 있는데 미국에만 투자하면 안된다는 비판도 있다"며 현대차를 겨냥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기본도 일자리 창출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에 걸쳐 국내에 68조원을 투자하고 국내 인력 8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완성차 부문 고용 증가에 따른 11만8000명의 부품산업 고용 유발 효과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경기가 어려운 만큼 현대차가 더욱 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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