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핵심으로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거론
IPO나 매각으로 정의선 자금확보 가능성
기업가치 상승 중이나 현금흐름은 악화
싱가포르·미국 생산시설에 시범 투입 계획

PBR, PER, ROE 등 재무 상태와 경영 활동 등을 분석하는 펀더멘탈 분석은 기업의 개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기업이 결정한 사안의 이면까지 알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배구조와 총수 일가의 상황, 기술적 분석을 더해 기업의 이면을 톺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이미지.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이미지.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로봇의 브레이크댄스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본 로봇 중 가장 인간처럼 보행한다" "뒤집기, 달리기, 기어가기, 손으로 서 있고, 넘어지고, 하체 전체를 회전시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모든 행동이 인상적이다."

인스타그램·유튜브에서 각각 조회수 265만, 714만회를 기록한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Walk, Run, Crawl, RL Fun'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영상 속 로봇은 인간처럼 걷고, 달리고, 기어가고, 앞구르기를 하고, 물구나무를 서고,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공중제비를 돈다. 이같은 동작을 하면서 다시 일어서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아틀라스'라는 해당 로봇은 전기로 구동하는 액추에이터를 장착해,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하는 휴머노이드다. 오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이르면 올 하반기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공장에 투입해 성능을 검증할 방침이다.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AI '아이작' 탑재 등 협력을 더해 테슬라 등 경쟁 업체보다 앞서나간다는 전략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 숙원을 풀 회사로 입지도 강력하다.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정 회장 지분율이 높아,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그룹 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서 지배력 강화와 기업가치 상승을 동시에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 IPO나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그룹 지배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과정에서 사재 2400억원을 직접 투자한 바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매입…기업가치 2배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그룹. (사진=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그룹. (사진=현대차그룹)

2020년 12월 현대차그룹은 1조원 가량을 투자해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올해 6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을 시 소프트뱅크 지분(20%)을 매입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거듭된 유상증자로 소프트뱅크 지분은 인수 당시에 비해 많이 줄었다.

현재 지분을 살펴보면 HMG글로벌 54.75%, 정 회장 21.9%, 현대글로비스가 10.95%를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는 소프트뱅크의 지분(12.4%)이다. HMG글로벌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소재 투자회사로 지분율은 현대차 49.5%, 기아 30.5%, 현대모비스 20%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 20%, 현대차 4.88%, 정몽구재단 4.46%의 물류 회사다.

당장은 IPO를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보스턴다이나맥스 지분(10.95%) 취득 원가는 2647억원이다. 이를 80% 지분으로 환산한 금액은 1.93조원이다. 인수한 지 약 4년 반 만에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처럼 기업가치 상승세가 가파른 데다, IPO를 하면 의사결정 지연·경영권 약화 등 부작용도 뚜렷해 당장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IPO를 따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 매입이 유력하다. 앞서 이승조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 1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IPO 계획 질의에 "확정된 바가 없어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현금흐름 지속 악화…상용화 동력 확보 나선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세대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세대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다만 현금흐름이 지속 악화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440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23년(-3348억원) 대비 더욱 확대됐고, 매출(1161억원)에 비해서도 손실이 훨씬 높다. 현대차가 47.5% 지분을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인공지능연구소도 44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연구소 특성상 매출액은 발생하지 않는다.

지분법손실도 증가세다. 작년 말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법손실은 506억원으로 전년(379억원) 대비 늘었다. 정 회장의 보유 지분으로 따져 보면 손실은 약 1012억원이다. 테슬라 등 경쟁 기업 대비 앞서가기 위해 선제적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당장 현금흐름 확보는 힘들 전망이다. 

그나마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53.7%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대규모 차입보다 연간 수백억원의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확보에도 도움이 됐지만, 계열사들의 자금을 유증에 투입하는 만큼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영상 속 작업장 한가운데 서 있는 아틀라스가 머리 부분의 카메라를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의 비전 시스템으로 시야 속의 공간과 물체를 정확히 인식했다. (사진=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영상 속 작업장 한가운데 서 있는 아틀라스가 머리 부분의 카메라를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의 비전 시스템으로 시야 속의 공간과 물체를 정확히 인식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앞으로의 과제는 신속한 검증에 따른 상용화 동력 확보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올해 말까지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와 미국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 생산시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HMGICS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보행 로봇 개 '스팟(SPOT)'이 투입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보틱스 AI의 기술적 진보를 기반한 아틀라스를 향후 현대자동차그룹 완성차 공장 등에 시범 투입을 추진해 작업자의 부담을 경감시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첨단 로봇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그룹의 또다른 계열사 '로보틱스 앤 AI연구소'와의 파트너십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2월 강화학습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이후 로보틱스 AI 관련 연구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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