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순환출자 구조
현대모비스 사업 부문 분할해 현대글로비스 합병 유력
외부 고객사 매출 확대 관건…토요타 등 日 수주 가능성

PBR, PER, ROE 등 재무 상태와 경영 활동 등을 분석하는 펀더멘탈 분석은 기업의 개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기업이 결정한 사안의 이면까지 알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배구조와 총수 일가의 상황, 기술적 분석을 더해 기업의 이면을 톺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6일(현지 시간) HMAGA 준공식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6일(현지 시간) HMAGA 준공식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공급사를 넘어 실질적인 지주회사로도 평가받는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지분 22.36%를 갖고 있고, 현대차는 기아 지분 34.5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를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회사인 셈이다.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그룹 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많이 확보해야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가 최종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가 될 것이란 업계 중론이 나오는 이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이 0.33%에 불과해 경영 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계열사를 향후 현대모비스와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 키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사업 회사 합병'


현대모비스 영남물류센터 전경.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영남물류센터 전경.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주도의 수직계열화 체제에선 대량 생산·공급망 리스크 감소, 그룹 전동화 전략에 적합한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순환출자 및 독점 공급으로 인한 높은 내부거래 의존도 해소 등 과제도 남아 있다. 

공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현대모비스의 주요 매출처는 현대차·기아 종속회사이며 비중은 매출 대비 각각 39.4%, 36.4%(합산 75.8%)에 달한다. 현대모비스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4.75조원인데, 약 11.18조원의 수익을 두 회사에서 창출하는 것이다. 두 회사의 매출 비중은 ▲2024년 76.1%(41.2%, 34.9%) ▲2023년 78.3%(43.0%, 35.3%) ▲2022년 76.7%(41.9%, 34.8%)이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2018년 현대모비스를 모듈·AS 사업 회사와 핵심부품·투자 회사로 나눠 사업 회사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대신 현대모비스는 2022년 100% 출자로 모듈·부품 제조 통합계열사로 각각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를 출범시켰는데, 해당 계열사들을 향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글로비스의 몸집을 키워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총수 일가가 특정 계열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감시를 받아야 하고, 이재명 정부도 상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선진화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어 여러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합병은 수년 뒤로 미루더라도 현대모비스를 지주사 역할을 하는 투자 회사와 부품·모듈 사업 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은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기업가치 부양을 위해 부품·모듈 사업회사를 전장 중심 글로벌 부품사로 재편하고, 외부 수주 확대로 현대차·기아 매출 의존도를 낮춰 수직계열 구조를 완화하는 것이다.

인적분할은 수익성 개선과 주가 부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지난 5년 간 영업이익률 평균은 4.62%로 같은 기간 현대차(6.32%) 대비 낮은 편이다. 부품 ·모듈 사업부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수주를 확대해 흑자 전환을 도모하고, 기업 실적에 플러스가 되는 공급 계약 공시로 주가를 띄울 수 있다.


외부 수주 확대 관건…토요타 등 日 업체 협력 가능성


현대모비스의 인캐빈 모니터링 시스템.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인캐빈 모니터링 시스템. (사진=현대모비스)

이를 위해 북미·유럽·일본 등 완성차 업체에 전장 부품 공급 확대가 중요하다. 현대모비스는 미국 앨라바마주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샤시모듈 생산을 시작했고, 제너럴모터스(GM)에는 오디오와 공조장치를 제어하는 중앙 컨트롤 장치 ICS와 주차브레이크를 공급하고 있다. 유럽에선 스텔란티스의 주요 차종에 헤드/리어램프 및 디스플레이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선 미쯔비시에 첨단 LED 헤드램프 및 리어램프를, 스바루와 마쯔다에는 리어램프를 공급하고 있지만 비중이 높지 않고 현지 법인도 따로 없다. 일본은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17.1%(2023년 기준)로 한국(11.2%)보다 높아 자국 업체 위주로 공급망을 보호하고 있다. 덴소·아이신 등 부품사가 토요타에 독점에 가까운 형태로 부품을 공급하는 이유다.

협력을 강화할 여지는 충분하다. 토요타는 전동화 추진 과정에서 여러 신규 솔루션을 검토하고 있고, 외부 수주 확대가 절실한 현대모비스가 비핵심 전장 모듈을 시범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 정 회장도 지난해 토요다 아키오 회장과 두 번이나 회동해 친분을 쌓았고, 올해 초엔 토요타 임원진들이 한국을 찾아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연구개발(R&D) 현장을 살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모비스는 한국, 미국, 독일, 중국, 인도 등 지역별로 특화된 R&D 거점을 운영해 현지 협력과 우수 인재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포부다. 회사 측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자율주행, IVI(차량내 인포테인먼트), 전동화 등 실행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전동화에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필요한 고출력 구동 시스템 및 고용량 배터리시스템, 전력변환 시스템 등 다양한 친환경 전동화 부품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