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차입금 늘어나며 재무 부담↑
CAPEX 보수적 집행, ESS 강화
"무단사용 비용 협상"…특허 수익화

전기차 캐즘(수요 침체)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차입금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는 진퇴양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우려까지 제기되며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캐즘 극복을 위해 뛰는 제조, 충전, 완성차 등 핵심 플레이어들의 전략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LG에너지솔루션의 E101A Cell 배터리. (사진=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의 E101A Cell 배터리.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회사채·외화대출 등 1년 이내 갚아야 할 유동성차입금의 증가로 재무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회사는 특허를 통해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와 수익화라는 두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회사채 등 차입 확대에 CAPEX 보수적 집행


LG에너지솔루션 CEO 김동명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CEO 김동명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29일 1250억원 규모의 공모회사채(2-1) 만기상환을 앞두고 있다. 표면 이율은 4.097%로 현재까지 지급한 이자액은 89억원에 달한다.

1800억원 규모의 공모회사채(3-1)도 내년 2월 상환을 앞두고 있고, 장기 차입금 중 1년 이내 갚아야 할 금액은 약 1.35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4% 늘어났다. 회사의 유동성차입금도 올 1분기 기준 약 3.1조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9% 늘었다.

당장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리스크가 큰 단기 유동성 확보에 나서진 않았지만, 회사채와 대출을 통한 장기 차입규모는 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1.5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했고 만기일은 2~7년 사이로 정했다. 올 1분기에는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공급망안정화를 위한 기금채 명목으로 2691억원을 조달받았다. 

차입 부담이 늘어난 만큼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기존보다 보수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재무건전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전년 대비 30% 이상 CAPEX를  축소하고 운영 효율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솔은 그동안 공격적으로 CAPEX를 집행했다. 규모는 ▲2022년 6.3조원 ▲2023년 10.9조원 ▲2024년 13조원이었다. 전년 대비 30% 이상 줄이면 올해 CAPEX는 수조원 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CAPEX를 줄이는 만큼 올해 회사채 등 추가 자금조달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열티·특허 매각비 등 수익화 방침


2025년 제1차 지식재산 전략포럼에서 LG에너지솔루션 특허그룹장 이한선 전무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2025년 제1차 지식재산 전략포럼에서 LG에너지솔루션 특허그룹장 이한선 전무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회사는 캐즘 극복을 위해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강화를 내걸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가 확대되며 ESS 또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엔솔은 지난 1일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업체 중 미국 내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가동한 곳은 자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전략적 현지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친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급증하는 ESS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허 확보도 하나의 수단이다. 엔솔은 올해 4월말 기준 등록 약 4.2만 건, 출원 약 7.5만건의 특허를 확보해 전 세계 배터리 회사 중 1위라고 밝혔다. 회사는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자사 특허는 주력사업 제품에 쓰이거나 향후 핵심 기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익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수익화는 타회사가 자사 특허 사용 시 로열티를 받거나, 특허 라이선스화를 통해 매각 시 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배터리 분야는 특허 로열티 시장이 초기에 가까워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특허 무단사용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인 튤립이노베이션에 대응을 맡겨 최근 중국 선워다 그룹을 상대로 낸 배터리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에 성공했다. 이외 중국 업체들의 특허 침해 정황을 확보해 해당 업체들에 경고장을 보내고, 라이선스료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소재부터 셀, 팩, BMS, 제조 공정 전반에 이르는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인재 격려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허 실적에 대해선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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