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등 저수익 사업 재편 및 매각
첨단소재 사업 흑자 지속…현금흐름 개선
내년 북미서 CAPA 확대…분리막 사업 속도조절
전기차 캐즘(수요 침체)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차입금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는 진퇴양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우려까지 제기되며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캐즘 극복을 위해 뛰는 제조, 충전, 완성차 등 핵심 플레이어들의 전략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LG화학은 지난해 석유화학 등 저수익 사업을 재편하고 양극재 등 미래 먹거리 강화에 힘썼다. 경기 침체와 중국의 공급과잉 영향에 석유화학 투자를 크게 줄이는 사이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매출 비중이 커졌고, 캐즘에도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LG화학이 배터리 소재 투자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사업 자체를 축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년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상반기 가동을 시작하면 국내에서도 중국에 준하는 석화 제품 공급과잉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원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캐즘을 빌미로 배터리소재 투자를 줄일 이유도 없다.
양극재 등 첨단소재 사업으로 현금흐름 개선
2006년 양극재, 전해액 등 전지재료 사업화를 시작한 LG화학은 2016년 양극재 소재업체 GS이엠을 인수하고 2018년 중국과 합작 생산법인을 설립한 뒤 2019년 첨단소재사업부를 출범시켰다.
첨단소재사업부가 LG화학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9.6%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0년 8.5%, 2021년 7%, 2022년 6.6%로 서서히 줄어들었다. 캐즘 여파로 2023년엔 4.4%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5.4%, 올해 1분기엔 5.8%까지 상승했다.
2020년 배터리 사업부인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면서 별도 기준 CAPEX(설비투자) 규모가 줄긴 했지만, 2021년 1.99조원, 2022년 1.73조원, 캐즘 초기인 2023년에도 2.37조원의 투자를 단행하며 배터리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밀어줬다. 지난해 CAPEX는 1.44조원으로 공급과잉·캐즘이 겹친 여파로 투자를 다소 줄였다.
이 기간 LG화학의 별도 기준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평균은 2.38조원으로 평균 영업이익(1.08조원)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초기 투자인데다, 자체 영업활동으로도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니 현금흐름 확보는 문제가 없었다.
LG화학의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엔솔 물적분할 이후 2021년 2조원으로 감소했다가 2022년 -3454억원으로 현금이 유출됐다. 2023년에도 - 2673억원으로 유출세가 지속됐지만, 작년과 올 1분기는 각각 2167억원, 2022억원으로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다.
외부 차입도 거의 받지 않으면서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68.94%다. 100%를 넘는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 300% 이상의 엘앤에프에 비해 낮은 편이다. 순차입금은 2021년 6.21조원에서 올해 1분기 8.12조원으로 늘긴 했지만, 6000억원 이상의 단기차입 규모를 지난해 말 603억원으로 크게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다만 2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악화할 전망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5015억원으로 시장 예상치(3300억원)를 52% 상회할 것"이라면서도 "이는 LG엔솔의 실적 서프라이즈 영향으로 첨단소재(배터리소재) 및 기초소재 실적은 기존 예상보다 약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올 2분기 첨단소재 사업의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566억원으로 전망했다.
내년 북미서 양극재 6만톤 생산…저수익 사업 청산
LG화학이 공급과잉과 캐즘에도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엔 저수익 사업 청산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자리하고 있다. 회사는 첨단소재사업에서 편소재 및 필름 사업을 중국에 약 1.1조원에 매각했고, 지난달에는 수처리 필터 사업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자회사에 1.4조원에 사업 양도를 의결했다. 수처리 필터 사업의 작년 매출은 2220억원으로 연결 매출의 0.45%를 차지했다.
유럽 지역 분리막 수요 대응을 위해 헝가리에 일본 도레이 화학과 합작법인 설립 속도 조절에도 들어갔다. 당초 LG화학은 합작법인 지분 20%를 추가 인수해 총 지분 70%를 취득할 예정이었으나 인수 시점을 올해 6월 30일에서 12월 19일로 재변경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시장의 80% 이상을 중국계 업체들이 차지하며 업황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불황에 대응해 여수의 PVC, EG, SM 라인 등 효율화와 최적화 작업도 완료했다. LG화학 측은 "대산 공장 정전에 따른 가동중지, 국내 전력단가 상승 등 수익성 악화 요인 있었었지만 원가 절감 노력 및 환율 강세 영향 등으로 올 1분기에 전분기 대비 적자폭을 축소했다"며 "향후 납사 등 원료가 하락 예상되는 가운데, 계절적 성수기로 인한 판매 물량 증가로 수익성은 개선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 철강 공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DRM(메탄건식개질)' 실증과 배터리 열 폭주를 억제하는 신소재 개발, 온실가스와 폐수를 저감할 수 있는 '전구체 프리 양극재'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배터리소재 '규모의 경제'를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연산 6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에서 고성능 전기차 약 60만대에 필요한 소재를 내년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북미 지역 신규 고객과의 계약 체결 등 고객 다변화에 성공하며 양극재 구미 JV 양산과 북미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삼성SDI, 유상증자 흥행에 차입구조 개선...다음 과제는 주가 부양 [캐즘 오디세이]
- 롯데이노베이트, 메타버스·전기차 침체에 ROE 개선 '첩첩산중' [캐즘 오디세이]
- SK네트웍스, AI 투자 위한 현금확보 총력…회사채·CP 발행↑[캐즘 오디세이]
- LG엔솔, 회사채·대출 등 재무 부담 확대…믿을맨은 '특허·ESS' [캐즘 오디세이]
- LG화학, 부정적 전망에 배터리소재 올인…내부거래 해소 관건 [석유화학 점검]
- 7~8월 '최악 폭염' 예상...당정 "전기요금 누진구간 완화"
- SK온, 포드 전동화 난항에 현금유출 9조원대...현대차 협력 중요성↑[캐즘 오디세이]
- 현대모비스, 순환출자 해소 위한 합병 가능성 솔솔…토요타 등 수주 관건 [지배구조 방정식]
- 한화 1500억원 투입에 여천NCC 디폴트 위기 '일단락'…노조 "깊은 감사"
- HL만도, 시험대 오른 車 부품 사업…모빌리티 솔루션·로봇 상용화 과제 [캐즘 오디세이]
- LG화학, 엔솔 팔아 빚 갚는데…자사주 소각 압박에 고심 커진다 [지배구조 방정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