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행진' 전기차 충전 사업, 최대주주 변경
지난해 SK렌터카 매각해 8200억원 현금 확보
회사채·CP 3000억원 발행…현금 순유입 기대
올해 AI 사업 본궤도…웰니스 로봇 7월 출시

전기차 캐즘(수요 침체)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차입금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는 진퇴양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우려까지 제기되며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캐즘 극복을 위해 뛰는 제조, 충전, 완성차 등 핵심 플레이어들의 전략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SK네트웍스 삼일빌딩 전경. (사진=SK네트웍스) 
SK네트웍스 삼일빌딩 전경. (사진=SK네트웍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SK네트웍스가 올 들어 회사채·기업어음(CP)을 잇따라 발행하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올해 인공지능(AI) 사업 위주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결의했는데,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지주사 체제를 통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를 재편하고, 성장성이 높은 AI 사업 위주로 체질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사업 재편(리밸런싱)으로 현금 순유입이 지속될지 주목된다.


SK일렉링크 최대주주 변경, 캐즘 리스크 분산


고양아람누리에 위치한 SK일렉링크 전기차 급속 충전소. (사진=SK일렉링크)
고양아람누리에 위치한 SK일렉링크 전기차 급속 충전소. (사진=SK일렉링크)

25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의 전기차 충전 자회사 SK일렉링크는 지난달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앵커PE)로 최대주주 변경을 의결했다. 회사는 총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유상증자 및 지분양수∙도를 수반한 지분구조 변경 거래를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해 거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일렉링크의 지분구조는 ▲SK네트웍스 52.82% ▲Supernova Asia Ltd. 30.6% ▲에스트래픽 16.58%다. 거래 종결 후에는 앵커에퀴티파트너스가 약 6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며, SK네트웍스는 20% 내외의 지분율로 주요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SK네트웍스는 2022년 말 국내 급속충전기 운영 기업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사명을 SK일렉링크로 변경했다. SK일렉링크는 전국 5000기에 이르는 전기차 급속 충전기와 61만여명의 회원 등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확충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주요 목표였다.

하지만 캐즘에 전기료 인상 등 원가 부담이 더해지고,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LG전자는 올해 전기차 충전 사업 철수 의사를 밝혔고, GS도 지난해 충전 계열사 하이비차저의 투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하며 청산을 예고했다.


현금확보해 AI 투자…7월 웰니스 로봇 출시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서 주주들에게 영업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SK네트웍스)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서 주주들에게 영업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SK네트웍스)

SK일렉링크의 최대주주 변경 의결은 캐즘 리스크를 분산해 SK네트웍스의 현금흐름을 개선시킬 수 있다. SK일렉링크는 2022년 인수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영업손실은 1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다. 현금창출력과 관련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134억원에서 -162억원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올 1분기 1966억원으로 현금이 유입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2·3·4분기 FCF는 각각 -2524억원, -188억원, -1121억원으로 현금 유출이 지속됐다. 그나마 지난해 SK렌터카 지분 100%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매각하며 현금을 곳간에 쌓아뒀다.

회사채·CP 발행을 통한 현금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4월 2500억원의 회사채, 지난달에는 오는 8월 28일에 만기되는 50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내년 4월에는 36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어 차환이나 신사업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가 주목하는 먹거리는 단연 AI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연결대상에 미국 AI 사업회사 '나무엑스'를 편입했다. 올 2월 델라웨어주에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AI 웰니스 로봇을 오는 7월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과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도 타진할 방침이다.

올해 SK네트웍스는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위기에 강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보유 사업에 AI 접목을 통한 혁신과 수익성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는 "올해는 사업별 AI와 연계된 성장방향을 구체화하고, 어떤 기업보다 오퍼레이션이 강한 기업의 모습을 구축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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