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확산에 배터리 사용량 늘었지만
포드 손실 확대 발목...북미 공장 가동 지연
현금흐름 악화에 유상감자·채권 등 자금 확보

전기차 캐즘(수요 침체)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차입금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는 진퇴양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우려까지 제기되며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캐즘 극복을 위해 뛰는 제조, 충전, 완성차 등 핵심 플레이어들의 전략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이석희 SK온 대표가 지난 6월 1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CEO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SK온)
이석희 SK온 대표가 지난 6월 1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CEO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SK온)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SK온은 재무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 회사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51%로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99.23%)과 삼성SDI(89.02%)를 크게 상회했고, 순차입금은 23조원으로 전년 동기(15.6조원) 대비 32% 늘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능력(CAPA) 확대와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임을 감안해야 하지만, 자금 소요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면서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전동화 확산에 SK온 점유율↑…현대차그룹과 협력 확대 


'인터배터리2025' SK온 부스에 전시된 배터리.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인터배터리2025' SK온 부스에 전시된 배터리.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전기동력차 시장현황'에 따르면 지난 1∼5월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동력차는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773만대였다. 이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3675만대)의 21% 수준이다. 순수전기차(BEV)는 작년 대비 34.5% 증가한 502만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31.9% 늘어난 272만대였다.

SK온도 전동화 확산에 배터리 공급을 늘리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에 탑재된 SK온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24.1% 성장한 13.4GWh로 4위를 차지했다. 

회사는 배터리 부문에서 1분기 기준 국내 매출 비중이 6.6%인 반면 해외 매출은 93.4%에 달해 수출 의존도가 높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현대차, 메르세데스 벤츠,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전기상용차 등 다양한 고객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북미에서 SK온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EV 전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특히 올해 가동을 시작한 메타플랜트에서 아이오닉 시리즈, 기아 조지아 공장의 EV6, EV9 등의 판매가 증가하며 2분기 CAPA가 크게 개선됐다는 후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QA, EQB와 폭스바겐의 ID 등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한 유럽 전기차 모델도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포드 전기차 상각 전 손실 7조원…SK온, 현금유출 9조원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전경. (사진=SK온)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전경. (사진=SK온)

북미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와 내연기관차 판매 제한 해지, 낮은 전동화율 등으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배터리 수요를 지탱할 고객사 상황도 녹록지 않은데, 포드는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연기했고 현대차그룹은 관세 등 여파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GM에 내줬다. 

동시에 BYD 등 중국 업체는 테슬라 판매량 급감을 틈타 점유율 격차를 벌리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에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CATL는 포드와 합작해 내년부터 연간 약 20GWh의 LFP 배터리 셀 생산을 계획하는 등 관세 우회 전략에 돌입했다. LFP 배터리는 통상 국내 업체들의 주력인 3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SK온은 침체된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늦추고 있다. 회사는 포드와 총 10.2조원을 투자해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129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3개를 준공하기로 했다. 올해 1분기부터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할 방침이었지만, 켄터키 1공장만 가동을 계획 중이며 테네시주 공장은 가동 목표를 올해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특히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모델 E'에서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51억 달러(약 7조원)의 손실을 기록한 데다, 올해도 비슷한 손실이 예상돼 흑자 사업인 내연기관·상업차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포드가 차세대 픽업트럭 연기에 전기차 생산마저 줄이게 되면 SK온 입장에선 배터리 공장을 가동해도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SK온은 이미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에서만 지난해 당기순손실 1470억원을 냈고, 올해 1분기엔 전체 사업 손실이 1632억원이었다. 지난해 채무상환을 위한 신주발행(유상증자)으로 약 1.5조원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대규모 투자를 지속했던 2022년(-2.09조원) 대비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1199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유형자산 취득 금액도 9조원 대를 유지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9.49조원을 기록했다.


HMGMA 배터리 공급 등 현금흐름 개선 잰걸음


HMGMA 의장 공장에서 아이오닉 9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HMGMA 의장 공장에서 아이오닉 9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흑자 전환이 현재로선 요원한 만큼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현금흐름 개선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지난 3월과 5월 4번에 걸쳐 1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올해 초엔 블루오벌SK의 2차 유상감자를 통해 2.45조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올해 설비투자 예정액은 3.5조원으로 축소해 현금흐름을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포드 대신 현대차 메타플랜트에 배터리 공급을 늘려 적자폭을 축소할 방침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SK온의 2분기 영업손실은 전분기 대비 축소된 1178억원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조지아 1~2공장 총 12개(22GWh) 라인 중 9개는 현대·기아차, 2개는 폭스바겐, 1개는 포드로 전환 후 현대·기아차 판매량 호조 덕분에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상향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