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 중 시가총액 최하위 수준…ROE 하락세
메타버스·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매출 비중 20% 약속

(사진=롯데이노베이트)
(사진=롯데이노베이트)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롯데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었던 롯데이노베이트가 신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 사업은 시장 침체와 빅테크 위주 양극화로 서비스 지속이 어려워지고 있고,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경쟁업체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다.

수익성 악화로 자본금 대비 수익률을 가리키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의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2028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과 신규 사업 매출 비중 20% 확대를 목표로 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에도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칼리버스·전기차 초급속 충전, 시장 침체·경쟁 확대에 난항


칼리버스 내 FPS 게임 화면 (사진=롯데이노베이트)
칼리버스 내 FPS 게임 화면 (사진=롯데이노베이트)

롯데이노베이트는 2021년 7월 가상현실·메타버스 회사 '비전VR'을 인수해 '칼리버스'라는 자회사로 실사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약 3년의 준비를 거쳐 지난해 8월 초실감형 메타버스 '칼리버스'를 공식 론칭했고, 가상공간 '오리진 시티'를 기반으로 아바타를 생성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칼리버스는 개인화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걸었다. 서비스 내에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점 등 브랜드 쇼핑과 가수들의 공연, 농장과 낚시터, 미로 등 개인의 취향에 맞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유저가 직접 퀘스트 내 아바타, 건축물, 줄거리 등을 구성하는 유저 창작 퀘스트도 가능하다.

롯데이노베이트가 이처럼 칼리버스를 통해 메타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메타버스 열기가 식으면서 사업을 접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SKT는 지난해 말 '이프랜드'를 공식 종료했고, 올해 초엔 넥슨의 '넥슨타운'과 NHN의 메타버스 학습 플랫폼 '원더버스'가 서비스를 정리하기로 했다.

외국의 경우 메타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가상현실 장비에 적극 뛰어들며 시장을 키우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경쟁에 참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실시간 3D 협업을 지원하는 메타버스 솔루션 '엔비디아 옴니버스'를 론칭하기도 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올해 CES 2025에서 이들 기업과 협업에 나섰는데, 자본력 차이가 상당한 만큼 직접 경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EVSIS의 전기차 급속 충전기. (사진=롯데이노베이트)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EVSIS의 전기차 급속 충전기. (사진=롯데이노베이트)

전기차 충전 사업에선 자회사 EVSIS를 통해 최근 환경부가 관할하는 '2025년 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 제작 및 설치 사업'을 수주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엔 미국 현지 법인을 세우고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 20% 확대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캐즘에 전기료 인상 등 원가 부담이 더해지고,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LG전자는 올해 전기차 충전 사업 철수 의사를 밝혔고, GS도 지난해 충전 계열사 하이비차저의 투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하며 청산을 예고했다.


신사업 매출 비중 20% 약속…ROE 개선될까


2022년 2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의 주요 현안과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메타버스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롯데)
2022년 2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의 주요 현안과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메타버스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롯데)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이 과거 임원진과 메타버스 플랫폼 회의를 제안하고,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회장이 CES 2025에서 가장 먼저 롯데이노베이트 부스를 찾을 정도로 메타버스는 롯데 내에서도 밀어주는 신사업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이노베이트 지분 66.1%를 보유 중인데, 메타버스·전기차 충전 시장의 침체로 수익성이 지속 악화되면 롯데지주의 유동성 위기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는 형국이다.

롯데이노베이트의 ROE는 지난해 말 기준 3.09%, 올해 1분기 기준 2.64%로 2023년 (9.98%) 대비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ROE는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가 주주지분인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가리키는 지표다. 기업들은 밸류업 공시를 내면서 앞다퉈 ROE 개선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지난해 10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해 2028년까지 매년 매출 성장 10%, 신사업 비중 20% 달성을 약속했다. 다만 올 1분기 매출에서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매출은 전체의 7%에 불과하고, 칼리버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32억7633만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135억9646억에 달했다.

칼리버스의 매출 대부분은 롯데이노베이트와 내부거래에 의해 발생한 만큼 고객 유치를 통한 수익원 창출도 과제로 남아 있다. 5분 내 완충이 가능하다는 EVSIS의 초급속 메가와트(MW) 전기차 충전기의 공급 확대도 관건이다.

롯데이노베이트 측은 "기존 사업들과 새로운 IT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 모델을 발굴하며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 모빌리티 등 다양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객의 비즈니스 전환을 이끌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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