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규모 기업어음 만기일 연장 조치
수익성 개선 안되면 향후 발행 난항 예상
자회사 지분 PRS로 인한 주가 부양도 과제
해외 고부가제품 생산, 관세 리스크 상존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에틸렌 공급과잉 등 영향으로 실적이 꺾인 석유화학사들이 올해 도약 의지를 다지고 있다. 대(對)중국 고관세 부과 반사이익, 현지 생산, 탈(脫) 석유화학, 자산 매각 등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업별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롯데케미칼이 높은 금리와 신용등급 하락 등 부담이 큰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유동성을 조달하고 있다. 만기일을 연장하는 돌려막기와 자회사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왑(PRS) 등 차입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지는 만큼, 회사 입장에선 수익성 개선을 통한 순수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회사채 대신 CP 돌려막기…수익성 개선 절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7일 3개월 만기의 1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CP는 주로 1년 이하의 단기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기업이 발행하는 약속어음으로, 발행 절차가 간단하고 기업과 어음투자자 사이 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회사채 대비 위험 부담이 낮은 편이다.
회사채는 반면 증권사들이 기관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통해 발행하는데, 금리는 기업의 신용도와 경제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가 많지 않을 경우 회사채 발행이 무산되기도 한다.
롯데케미칼은 다년 간 적자 지속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작년 상반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된 만큼 수요 예측 단계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CP를 통해 조달받은 자금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과 해외 프로젝트 지원 등을 위해 사용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8월 2750억원, 9월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으며 내년 3월과 4월에도 각각 3950억원, 20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된다.
다만 이번 CP는 3개월의 초단기 상품인 만큼 회사채 상환보다는 다른 CP를 차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지난 1월 2일에 3월 27일 자로 만기되는 CP 1000억원어치를 발행했는데, 해당 CP 만기일과 이번 CP 발행일이 같기 때문이다.
차환을 위한 자금 조달은 '빚을 돌려막는' 행보로 해석돼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는 성공적으로 CP를 발행하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이 요원하면 향후 발행에도 어려움이 가중된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선 흑자 전환으로 유동성을 빠르게 확보해 빚 리스크를 털어야 하는 셈이다.
회사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 지분을 활용한 PRS 계약을 맺으며 자금 65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PRS는 만기 시점에 주가 변동 차익을 정산하는 구조인데, 주가가 하락할 경우 그로 인한 손실분은 롯데케미칼이 직접 떠안아야 한다. 롯데케미칼만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17로 주가가 매우 저평가되긴 했지만, 주가 상승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회사 상황에 맞춰 그 시기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CP를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거점 확보해 고부가제품 생산…관세 리스크 과제
롯데케미칼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선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LC타이탄에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중이며, 인도네시아에선 '라인 프로젝트'라는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를 준공하고 있다. 이 공장에선 연간 에틸렌 100만 톤 외에도 프로필렌(PL) 52만 톤,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수출 다변화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미국이 최근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시장에 높은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데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는 베트남·싱가포르와 달리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지 않아 높은 관세 리스크가 존재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물류비를 고려했을 때 석유화학 제품은 내수 시장이나 주변국으로 주로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석유화학제품은 내수 수요를 충당한 뒤 40%를 수출하는데, 수출물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저가 경쟁으로 국내 기업들이 밀려나는 형국이다.
삼일경영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위기의 K-석유화학, '팀 코리아'로 돌파하라' 보고서에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근접 국가 이점으로 동반 성장해왔으나, 중국의 완전 자급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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