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금호석화 지분 추가매입
경영권 분쟁 속 사측에 우호적 행보
미등기임원 이사 보수한도도 찬성
실적 악화 시 부정적 입장 선회 가능성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 이후로 지분을 추가매입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제48기 주총에서 회사 안건에 대해 찬성 의사를 표한 만큼 우호 지분으로 꼽힌다. 박철완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지분 10.6%까지 늘리고 보수한도 안건도 찬성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가 지난달 25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4일 금융감독원 전자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금호석유화학 보유지분을 9.72%에서 지난달 말 10.6%로 늘렸다. 추가매입한 주식수는 17만5541주(2일 종가 기준 209억원)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2년 말 6.59%였던 지분을 작년 5월 8.7%까지 확대했고, 올해는 2% 이상 늘렸다. 목적은 단순추가취득/처분이다.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서 찬성 의사를 표했다. 특히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회사로부터 지난해 28억원의 보수를 수령했음에도 이사 보수한도 안건을 반대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앞서 DB하이텍 등 다수의 기업 주총에서 미등기임원의 이사 보수한도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한 바 있는데, 금호석유화학의 같은 안건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6년 기업가치 훼손과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지만, 이후 연임과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릴 당시에는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주주제안 안건인 ▲정관 변경 건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자기주식 소각 건 ▲사외이사 김경호 후보 선임 건에는 반대하면서 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

박 회장의 조카인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9.51% 지분을 보유한 개인 기준 최대주주다. 박 전 상무의 우호 지분은 박 전 상무의 세 누나인 박은형, 박은경, 박은혜씨로 꼽히는데, 세 누나의 지분까지 합하면 11% 가량이다. 


경영권 분쟁 일단락…실적 선방 계속될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상무. (사진=뉴스포스트DB)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상무. (사진=뉴스포스트DB)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금호석유화학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했고, 2023년에는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에 의결권을 위임하여 주주제안을 통한 경영권 분쟁을 도모했다.

다만 지금까지 통과된 안건은 없고, 지난달 7일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와 특수관계인이 해소됐다는 공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이에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경영권 분쟁을 추진할 명분과 주체가 약화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사측에 우호적이지만 경영 실적이 악화될 경우 부정적 입장으로 돌아설 여지는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핵심 재료인 에틸렌이 공급과잉돼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LG화학 등 회사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27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호실적 배경에는 합성고무(57.6%)와 합성수지(26.4%) 사업의 높은 비중으로 공급과잉 영향을 덜 받았다는 데 있다. 올해 1분기도 800억원대의 영업이익 흑자가 전망되지만, 2012년 중국을 중심으로 합성고무 공급과잉 사태가 빚어진 바 있어 호실적이 계속될지는 지켜봐야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 회사의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 의사를 표했다"면서 "합성고무 수익 비중이 높아 다른 석유화학사들보다 에틸렌 공급과잉 타격은 덜 받았지만,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든 측면이 있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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