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양극재 불확실성 지속에 신용등급 하락
LG엔솔 지분 첫 매도…재무구조 개선 가속화
일각서 "지분 추가 매각 후 자사주 소각" 요구
엔솔 독립성 훼손 우려…자구적 노력 성과 관건

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LG화학이 석유화학·첨단소재 등 본업 정체와 LG에너지솔루션(엔솔)의 투자 지속으로 현금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에선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을 이뤄냈지만, 양극재 사업 수익성이 되려 악화돼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주가 또한 횡보하면서 일각에선 LG화학이 보유한 엔솔 지분을 추가 매각한 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엔솔 매각이 자회사 독립성과 지배구조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자구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석화 살아났지만 양극재 수익성 후퇴…원가 경쟁 난항


LG화학 구미 양극재 공장 LG-HY BCM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구미 양극재 공장 LG-HY BCM 전경. (사진=LG화학)

1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3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이익 291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첨단소재부문의 영업이익은 73억원에 그쳐 전년(1502억원) 대비 4%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LG화학은 지난 15일 미국 업체와 3.76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고, 내년에는 토요타향 양극재 제품 출하로 반등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롱바이 등 중국 업체의 양극재 공급망 장악과 미국 전기차 보조금 종료에 전지재료 출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배터리 양극활물질 시장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LG화학은 지난 2월 내년 양극재 생산 목표를 연산 20만 톤에서 17만 톤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석유화학 부문도 녹록지 않다. 러시아 원유를 저가에 매입한 중국의 공급과잉과 중동의 신규 설비 가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에는 에쓰오일의 대규모 석화 프로젝트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도 예정돼 있어 원가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일 LG화학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하향 조정하며 "수년간 배터리 시설 증설에 따른 부채 증가와 석유화학 시장 및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압박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올해 상반기 누적 -4.36조원으로 현금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엔솔 지분 70%대로 하락…재무구조 개선 위해 활용


LG에너지솔루션 ESS용 LFP 롱셀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ESS용 LFP 롱셀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거듭된 실적 악화로 LG화학은 엔솔 지분 매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회사는 지난달 30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2.46%를 약 2조원에 장외매도했다. 회사가 보유한 엔솔 지분은 81.84%에서 79.38%로 줄었다.

LG화학은 앞서 같은달 1일 LG엔솔 주식을 활용한 PRS(주가수익스와프) 계약을 통해 2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기준금액은 전일 종가인(9/30) 주당 34만7500원이며, 계약기간은 3년이다. 

PRS는 정산 시기에 기초자산인 주식 가치가 계약 체결 시점보다 높으면 차액을 조달 기업이 가져가며, 주가가 하락하면 기업이 투자자에게 손실분을 보장하는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LG화학은 이번 PRS를 지분 매각에 준하는 구조로 활용해 사실상 주가수익만 교환할 방침이다. 이는 지분은 실질적으로 처분하되, 만기 시점에서 주가 상승분을 받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올해 들어 엔솔 주식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엔솔 주식 412만9404(1.76%)를 담보로 10억달러(약 1.46조원) 규모의 외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투자자는 투자교환권을 청구해 LG화학이 보유한 엔솔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 청구기간은 2028년 6월 9일까지다.

LG화학은 확보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가치 제고에 활용할 방침이다. 연결 기준 지난해 LG화학의 차입금은 27.3조원으로 전년(21.9조원) 대비 약 20%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2022년 말 81.4%에서 지난해 말 95.6%로 상승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13%에 달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가 부양 위해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해야"…지배구조 리스크 우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외관 전경. (사진=뉴시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외관 전경. (사진=뉴시스)

LG화학이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 엔솔 지분 매각에 나선 사이, 반대 급부로 LG화학에 대한 주가 부양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은 지난달 LG화학에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주주가치 제고 계획' 추진 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주가 부양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추진 중인 가운데,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주식이 줄어 주주가치가 상승한다. 다만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엔솔 지분 매각은 LG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LG가 엔솔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해온 만큼,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계열분리 없이 핵심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상황에서 결국 LG화학의 자구적 노력으로 리스크를 방어하는 게 중요한 형국이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겠지만 고부가·고수익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고, 미래 신규 사업 발굴과 운영 최적화 활동 등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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