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 대신 기술통 영입한 삼성SDI
CAPEX·연구개발 위한 차입 확대 기조
'61%' 소액주주 비판 이어진 유상증자 결정
"미래 위한 투자, 회사채·주식 매각 함께 추진"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유상증자를 결의한 삼성SDI가 청약 일정 전까지 소액주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 회사채·외화채 발행을 병행하지 않게 되면서 주주 설득을 통한 신주 흥행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회사는 배터리 업계의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 증설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올해부터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유증과 배당 축소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현지 생산력 향상과 관세장벽에 대응하고, CAPEX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목표다.
'무차입' 재무건전성 중시에서 공격적 투자로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과거 무차입의 보수적 경영기조를 펼쳐왔다. 배터리 업계는 CATL·BYD 등 중국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차입을 통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다. 2023년 SK온, LG에너지솔루션의 차입 의존도는 각각 50%, 24%였으나, 삼성SDI는 19.3%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무차입 기조는 '재무통'으로 불리는 최윤호 전 삼성SDI 사장의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을 역임한 최 전 사장은 수익성을 놓치지 않는 '질적성장' 기조를 지켜왔다. 이에 캐즘 초기인 2023년에도 20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해 차입을 대폭 늘리며 공격적 행보에 동참했다. 단기차입은 2023년 2.8조원에서 지난해 6.5조원으로 2배 이상 폭증했고, 순차입금 비율도 44.5%로 크게 올랐다. 부채도 전년 대비 34.7%(4.8조원) 증가해 부채비율 88.2%를 기록했다.
기술과 설비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1.29조원으로 전년 대비 7.8% 늘었고, CAPEX도 ▲2022년 2.62조 ▲2023년 4.34조 ▲2024년 6.62조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같은 기조는 현 최주선 삼성SDI 사장 체제에서 강화될 수 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설계팀장·개발실장을 역임한 '기술통'이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기술력 확보에 생존이 달려있다"며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는 '기술력' 중심의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변동성 탓에 택한 유증, 61% 소액주주 원성
'기술' 중시가 되려 주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19일 열린 주주총회 장소 앞에서 "소액주주 기만하는 삼성SDI, 유상증자 철회하라"는 구호가 적힌 시위트럭을 보냈다. 주가는 주총 전날 종가 기준 19만800원으로, 1년 전 대비 57% 하락했다.
유증을 성공시키려면 소액주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삼성SDI는 작년 기준 삼성전자(19.58%)와 국민연금공단(7.39%) 등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지만, 동시에 지분 1% 미만의 소액주주가 전체 지분의 61.72%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이를 의식해 유증 논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김종성 CFO는 주총에서 "유상증자 외 다른 조달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순서의 문제로 이해해 달라"며 "회사채 발행과 주식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15.2%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채는 캐즘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기관들을 대상으로 회사채 수요 예측을 하는데, 수요가 많지 않을 경우 회사채 발행이 무산되기도 한다. 금리 또한 경제 영향을 받는 만큼 다소 부담스러운 형국이다.
해외 사업 자금을 위한 외화채도 검토할 수도 있다. 다만 외국 규제 영향과 환율 변동 리스크가 큰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채권 시장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Fed)에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는 점은 긍정 요소다.
1.72조원 자금 조달해 합작법인·시설보강에 투자
삼성SDI가 유증을 통해 조달받는 자금은 1.72조원 규모다. 1차 주당 모집가액은 14만6200원으로 총 1182만1000신주를 발행하며, 최종 확정 발행가액은 구주주 청약일 3거래일 전인 5월 16일에 결정된다.
이후 5월 21일부터 구주주 청약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해 6월13일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지며, 증자 비율은 16.8%에 달한다.
1차 발행가액 기준 자금 사용 계획은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1.3조원, 시설자금 3541억원, 발행제비용 73억원이다. 취득자금은 미국 내 스텔란티스와 GM과의 합작법인 투자에 사용한다. 시설자금은 전고체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양산하는 울산·헝가리 공장 등에 투입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해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 건설 등 해외공장 투자 및 연구개발 비용 확대로 차입이 증가했다"며 "중장기 성장을 위해 유증 외에도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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