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 대규모 투자로 흑자 어려운데
영업이익 적자면 세액공제 혜택 못 받아
中 추월 위한 전고체 배터리 생태계 키우고
ESS 생태계 강화해 배터리 수요처 늘려야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초읽기에 들어섰다. 관세 폭탄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도체 현지 생산, 망 중립성 폐기 등 국내 주요 업계에 타격이 예상된 가운데, 국내 기업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민주연구원과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는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정책위원회 회의실에서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2차 전지 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민주연구원과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는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정책위원회 회의실에서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2차 전지 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제 지역구인 오송·오창에 30여개의 2차 전지(배터리) 관련 기업이 있는데,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에선 올해와 내년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집중해서 지원이 필요한데 적자면 법인세 공제도 안되는 치명적인 상황입니다. 흑자가 아니더라도 자금을 지원해줘야 합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지역구를 둔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배터리 수출 기업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배터리 산업은 국가 총력전인데 우리 정부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로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이를 감안해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도 정부에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위한 전고체·리튬인산철배터리(LFP) 연구개발(R&D) 지원 ▲폐배터리 사용처 확대 및 생태계 강화 ▲ESS(에너지저장장치) 규제 축소 및 보조금 지원 등을 건의했다. 


미중 경쟁 속 새우등 터지는 韓 배터리…"中에 시장 뺏길 우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과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 검토 등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LG엔솔은 작년 4분기 2255억원의 잠정 영업손실을 냈고, 증권가 전망치에 따르면 같은 기간 SK온과 삼성SDI도 각각 2000억원대, 10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도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IRA에 따른 세액공제(AMPC)의 축소가 시행된다면 적자 폭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보편관세(10%)와 중국 제품에 대한 고관세(60%), 배터리광물·소재 관세 또한 추진을 예고한 바 있다. 연방 차원의 전기차 의무화 폐지는 캐즘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신형원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는 "전기차 시장에 보조금 지출이 커졌다는 우려에 미국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많이 줄일 수 있다"며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일반 대중들이 내연기관 차보다 비싼 가격의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면서 수요가 둔화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 또한 전기차 보급과 배터리 산업을 국가 핵심 과제로 키우고 있다. 신 상무는 "2020년까지만 해도 한국 3사가 중국 업체보다 점유율에서 앞서갔지만 이후 추월을 허용해 현재는 3배 넘게 차이가 난다"며 "소재부터 중국이 장악하고 있으니 중국에 배터리 산업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정부에서 CATL에 지급한 보조금이 8.1억 달러(약 1조1783억원)에 달한다"며 "주도권을 뺏긴 일본도 공급망 구축을 위해 투자 금액의 일정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정책이 있다"고 언급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도 "셀 업체들이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자국 제품을 쓰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 먹거리 '전고체·LFP'에 R&D·산학협력 등 지원 필요" 


이날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신형원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이날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신형원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참석자들은 중국 추월을 위해 전고체·LFP 등 신(新)배터리 분야에 정부가 R&D·산학협력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 상무는 "중국이 반고체 배터리에 치중하는 사이 전고체 배터리에선 한국보다 R&D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며 "산학협력 여지도 많은 만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상무는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로 중국 전기차에 대응한다는 말이 있다"며 "삼성SDI가 토요타에 이은 2위인데 성공한다면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정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전기전자과장도 "2027년에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최초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LFP에 대한 정부의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신 상무는 "배터리 시장에서 LFP의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는데 95%를 중국 업체들이 공급하고 있다"며 "LFP 위주로 생태계가 변화되면 기존 3원계에서 패권을 가진 국내 업체들이 타격이 불가피하니 산업 협력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위한 폐배터리 자원화·ESS 생태계 강화 언급


폐배터리의 자원화 가능성도 논의됐다. 박 연구원은 "전기 중고차는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어려운데 폐배터리 시장이 활성화되면 달라질 수 있다"며 "폐차 시에도 폐배터리가 분쇄되고 다시 중간원료가 돼 리사이클링 할 수 있는 선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포스코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을 농업 비료,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폐배터리 순환경제가 구현되면 탄소중립과 자원 공급망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후문이다. 박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예고하고 있지만 미국도 장기적인 방향에서 탄소중립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SS 또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핵심 요소로 꼽힌다. ESS는 주로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받은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는 장치다. 박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2018년까지만 해도 ESS가 가장 많은 국가였는데 화재로 인해 규제가 강화됐다"며 "규제를 축소해주고 인센티브를 늘리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일론 머스크도 이익적인 측면에서 ESS를 만들고 있고, 트럼프 정부가 ESS에 대해선 보편관세를 유예하기로 했다"며 "중국 규제에 따라 중국 ESS 업체들이 차단되면 한국에 유리할 수 있으니 전기차보다 오히려 ESS를 키워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송재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1년에 2조 정도의 ESS 시장을 만들겠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를 환영하며 비전을 제시하면 시장도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이언주 국회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장(민주당)도 "에너지 안보 문제가 있어 ESS에 투자해야 하며, 국내 생태계가 위축돼도 LG엔솔이 미국에 ESS를 공급하고 있어 수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한국판 AMPC 만들어 적자 기업에도 세액공제 지원해야"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김병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좌장을 맡았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김병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좌장을 맡았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참석자들은 AMPC와 관련해선 트럼프 행정부와 국회의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완전 폐지될 가능성은 없다고 바라봤다. 조 교수는 "IRA는 법이기 때문에 행정부 임의로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며 "공화당인 하원 의장마저 IRA에 망치가 아닌 메스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며 다른 결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수위 또한 AMPC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AMPC와 별개로 한국판 IRA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신 상무는 "현재 법에선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기업에만 법인세를 공제하고 있는데, 배터리 산업은 대규모 투자로 흑자를 기록하기 어렵다"며 "주요국들은 다 공제를 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관련 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도 "세액공제나 보조금 지급, 한시적 전력 요금 인하 등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LG엔솔도 20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고 들었는데 무늬만 지원한다 하고 아무 지원도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적자가 있더라도 지원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업체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참석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제 지역구인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만 해도 1년에 3~40조원을 벌지만 팹 하나 준공하는 데 다시 3~40조를 투자하는 실정"이라며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는 기조가 있고, 우리 당이 대기업을 지원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언급했다. 

박 과장은 "산자부에선 양극재 원료 R&D에 3~40%, 시설 투자에 15% 세액공제를 추진하고 있고, 폐배터리 생태계 구축과 배터리 특화단지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며 "정책금융은 올해 7.9조원으로 전년 대비 2조원 더 확대하며 인력 양성을 위해 배터리 아카데미, 특성화 대학원 등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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