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 사장 "내년까지 반등 어렵고 내후년 되야 반등 예상"
IRA 폐지하면 영업이익 적자… 美 현지 투자 요구 가능성도
전기차 캐즘에 가격 싼 中 업체 각광… 中 애국소비도 관건
美·EU·中 이어 인도 공략… "임원 줄이고 원가 경쟁력 강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 경제를 호령하는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관세 폭탄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도체 현지 생산, 망 중립성 폐기 등 국내 주요 산업계에 타격이 예상된 가운데, 각계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1일 제4회 배터리산업의 날 행사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1일 제4회 배터리산업의 날 행사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사장은 지난 1일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업황 반등은) 내년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후년부터는 반등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 배터리 1위 LG엔솔이 배터리 업계 불황을 시인하며, 내후년 반등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시사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까지 겹쳐 분기당 수천억원의 보조금마저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대(對) 중국 고관세 및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IRA 폐지를 통한 손실이 더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의 올해 3분기 매출은 6조8778억원, 영업이익 은 44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38% 감소한 수치다.


트럼프 'IRA 폐지' 시사…LG엔솔 "당장 큰 변화 없어"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는 전기차, 태양광과 함께 IRA의 수혜를 받은 대표 업종 중 하나다. 미 현지에서 배터리 제품을 생산하면 세액공제를 포함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LG엔솔의 경우 IRA 의존도가 매우 큰 편이다. IRA를 통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4660억을 제외하면 3분기에 17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에도 보조금을 제외하면 영업손실이 각각 316억원, 2525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IRA 폐지를 시사하고 있다. 그는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활용을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전기차, 태양광 발전 등 청정 분야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폐지 혹은 상당 부분 삭감할 기세다.

앞서 김 사장은 미국 대선 결과 발표 전 보조금에 대해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정권이 교체돼도 큰 틀의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으로 해석된다. 


LG엔솔, 미국 의존도 낮춘다 …미시간주 공장 건설 백지화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캐나다 상품에도 25% 관세를 예고하는 등 최우방국에도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동맹국인 한국도 '부자 나라', '돈 버는 기계'로 칭해온 만큼 안심할 수 없는 형국이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제품은 미국서 만들어라"는 기조를 펼치고 있는 만큼, 미국 현지 투자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의 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445억 달러(약 62조3534억원)에 달한다. 적자 축소를 위해 수출보다 현지 투자를 강하게 요청할 수 있다. 

반면 LG엔솔은 대미 투자를 줄이는 추세다. 회사는 지난해 미국 미시간주의 4공장 건설을 백지화한데 이어 올해 3공장 건설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김 사장은 "전년 대비 투자를 줄이기 보다는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지"라며 "투자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에 대해 밸런스를 맞춰 효율성을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불확실해진 중국 공급망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Chevrolet Bolt EV)' (사진=LG전자)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Chevrolet Bolt EV)' (사진=LG전자)

캐즘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개발 이후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수요가 후퇴하거나 정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삼일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률은 2022년 54.4%을 기록한 뒤 지난해 35.2%, 올해 상반기 기준 20.8%로 둔화되고 있다. 올해 성장 전망치는 25.4% 수준이다.

전기차 수요 하락 시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가격을 줄여 수요를 창출시킬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업체에 원가절감을 요구하거나 값싼 배터리 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되려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엔솔의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점유율은 전년 14.3%에서 12.1%로 하락했다. 글로벌 1위 중국 CATL의 점유율은 36.7%로 0.1% 하락했지만, 2위 BYD는 0.3% 늘어난 16.1%를 기록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계는 각종 보조금과 세제 감면 혜택 등 자국 정부의 지원 속에 성장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CATL이 상반기에 받은 정부 지원금은 38억5000만 위안(약 7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차 생산도 겸하는 BYD에도 4년 간(2018~2022) 수조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원했다.

중국 당국은 미중 갈등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자국민들에게 애국 소비를 독려하고, 업체들에게도 자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도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가성비' 전기차를 내세우고 있고, 테슬라도 일부 차종에 중국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대체 시장' 인도 낙점… 원가 개선하고 임원 줄이고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엔솔은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미국·유럽·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14억 인구의 인도를 낙점했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인도의 TVS모터, OLA일렉트릭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인도 전기 이륜차 시장에 지난 2015년 진출해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내부에선 임원을 줄여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2명 ▲상무 신규선임 10명 ▲수석연구위원(상무) 신규선임 1명 등 총 14명의 내년 임원 승진안을 결의했다. 이는 지난해 24명(부사장 1명, 전무 4명, 상무급 19명) 대비 대폭 축소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근본적 경쟁 우위 확보 및 미래 준비 강화를 위해 ▲R&D 경쟁력 제고 ▲제품/품질 경쟁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 ▲미래기술 및 사업모델 혁신 관점의 조직역량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김동명 사장은 "어느 때 보다 급격한 대외 환경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치밀한 전략을 통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압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고객가치를 높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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