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 바이든 대통령과 관계 냉랭했지만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 회복 예상… PIF 총책임자와도 대화
에쓰오일, 유가 하락에 영업이익 적자… 정유 호황 기대되나
"석유 2~3배 증산" 예고에 우려 교차… 탄소국경세도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 경제를 호령하는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관세 폭탄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도체 현지 생산, 망 중립성 폐기 등 국내 주요 산업계에 타격이 예상된 가운데, 각계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3월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사실이 확정된 뒤 가장 먼저 통화한 세계 정상 중 한 명이다. 사우디는 트럼프 당선인 집권 1기 당시 1100억 달러(현재 환율로 153조2850억원) 규모의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돼 무함마드 왕세자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을 때도 사우디를 지지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크지 살해에 대해 비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도 석유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모회사인 에쓰오일(S-OIL) 또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파악된다. 


양국 관계 회복 분수령?…"PIF 총책임자와 대화"


지난 2022년 함께 라운드를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야시르 알 루미이얀 PIF 총재. (사진=AFP)
지난 2022년 함께 라운드를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야시르 알 루미이얀 PIF 총재. (사진=AFP)

20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당시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치적 부상을 도왔으며, 사우디는 트럼프 일가에 이익이 되는 거액의 투자를 하는 등 밀월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설립한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7870억원)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여전히 PIF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UFC 대회장에서 야시르 알-루마이얀 PIF 총책임자와 대화를 나눴다. 폭스 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사우디의 전략적 투자와 미국 내 영향력 확대를 논의한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사우디와 관계 회복은 중요한 의제다.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 양국 간 냉랭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고유가 회복을 위해 사우디에 원유 증산을 압박했다가 거부당한 적도 있다. 사우디는 대신 작년 3월 이란과 외교관계를 복원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석유 감산 등을 논의하는 등 미국의 적대국과 밀착하고 있다. 


에쓰오일, 유가 하락에 영업이익 적자…정유산업 호황 기대 


후세인 알 카타니 CEO(왼쪽)와 사우디 아람코 올리비에 토렐 부사장이 2022년 1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한-사우디 스마트 혁신성장 포럼에서 수소 공급망 구축 협력 MOU를 체결했다. (사진=에쓰오일)
후세인 알 카타니 CEO(왼쪽)와 사우디 아람코 올리비에 토렐 부사장이 2022년 1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한-사우디 스마트 혁신성장 포럼에서 수소 공급망 구축 협력 MOU를 체결했다. (사진=에쓰오일)

정유·석유화학 기업 에쓰오일은 사우디 왕실이 100% 지배하는 아람코를 모회사로 하고 있다. 아람코는 에쓰오일 지분 63%를 가진 모회사로 에쓰오일은 아람코와 장기 원유 공급 계약을 맺고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소매경질유 시장 점유율은 2019년 23.7%에서 지난해 27.1%로 상승해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과 고환율 영향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4149억원이라고 밝혔다. 정유 부문에서 573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3분기 소폭 상승했으나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크게 하락했다.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단 공장 야경 전경.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단 공장 야경 전경. (사진=에쓰오일)

정유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의 친(親) 화석연료 기조에 기대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유 산업 규제 및 세금 완화, 연방 토지 시추 허가 확대 등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산업 강화를 예고하면서 유가가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친환경 투자 부담이 줄어드는 우호적 환경이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앞서 9조2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친환경 소재 양산과 친환경 원료인 바이오 원료를 정유 공정에 사용하고 있다. 모회사 아람코와 협력해 청정수소 생산 및 탄소 포집 관련 신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2050년 탄소배출량 0을 목표로 단순 정유사에서 친환경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이다.


"석유 2~3배 증산" 예고에 우려 교차… 탄소국경세도 리스크


에쓰오일은 지난 2022년 11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건설업체와 샤힌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선정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롯데건설 하석주 대표이사, S-OIL 후세인 알 카타니 대표이사 CEO,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이사, 현대엔지니어링 홍현성 대표이사.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은 지난 2022년 11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건설업체와 샤힌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선정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롯데건설 하석주 대표이사, S-OIL 후세인 알 카타니 대표이사 CEO,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이사, 현대엔지니어링 홍현성 대표이사. (사진=에쓰오일)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회복 또한 에쓰오일에 호재이지만 우려 또한 공존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원유 증산 계획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대선후보 수락 당시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럽 전역과 세계에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며, 2~3배 수준으로 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면 유가가 장기적으로 약세를 지속할 수 있다.

원유 수요 또한 줄어들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월간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원유 수요를 하루 164만배럴에서 154만배럴로 하향시켰다. 최대 고객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이 내수 부진에 예상보다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OPEC은 중국의 원유 수요를 당초 하루 41만배럴에서 31만배럴로 낮췄다.

유럽연합(EU)이 2026년 시행할 탄소국경세(CBAM) 또한 위험 요소다. EU는 철강, 시멘트, 비료, 전기 등을 수입할 때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정유 분야도 유력 부과 대상이다. 탄소국경세가 전체 수출액에 차지하는 비중은 4~5%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지 않은 비용이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석유화학제품에 탄소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 또한 고관세 정책을 시사한 만큼 전임 정부의 기조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에쓰오일 측은 샤힌 프로젝트을 성공시켜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해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샤힌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 중"이라며 "2026년 상반기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프로젝트를 진행(EPC 진행률 42%)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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