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투자한 사람이 사용자로부터 비용 받는 것 당연"
LGU+ "망 이용 시 돈 받아야. 국민들로부터 받는 건 한계"
트럼프 당선인, 빅테크에 '망 이용대가' 분담압박 강화 예상
美 기업에 이용대가 강제 부과 시 통상문제로 번질 위험 커
한·미 관계 균열될 우려 존재…"강제 아닌 자율 계약 그쳐야"
"우리나라 단독으로 망 사용료 제도 만들면 여러 혼선 초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 경제를 호령하는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관세 폭탄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도체 현지 생산, 망 중립성 폐기 등 국내 주요 산업계에 타격이 예상된 가운데, 각계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SK브로드밴드 본사.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지난해 9월 SK브로드밴드(SKB)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 넷플릭스 간 망 사용료 소송이 마무리됐다. 넷플릭스 콘텐츠 이용속도 저하로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SKB와 다른 해외까지 망 사용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넷플릭스가 전격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양사는 올해 5월 결합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협력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와의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이동통신 3사에게는 그보다 더 큰 관문이 남아 있다. OTT 1위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과의 망 사용료 갈등이다. 

김영섭 KT 대표이사는 올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투자한 사람이 사용자로부터 비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구글이라는 거대한 기업과 힘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도 올해 2월 MWC 2024 차담회에서 "망을 이용했으면 돈을 내야 한다"며 "국민들로부터 요금을 받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 뿐만이 아니다.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아마존프라임, HBO MAX, 파라마운트+ 등 미국 OTT 업체와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해외 빅테크 '망 무임승차' 지적에 국회·정부 화답


지난 10월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월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신사들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은 매년 수백억씩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구글 등 해외 CP들은 비용을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매년 통신망 트래픽 사용량 순위에서 구글·넷플릭스·메타가 1~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안정적인 망 운영을 위한 비용은 지불하지 않고 있다.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이 깔아놓은 통신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도 화답하고 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대 국회 최초로 지난 8월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망이용계약 공정화법)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에서 해외 CP가 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금지행위로 규정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망 사용료와 관련해 "국내 플랫폼이 역차별받고 있지 않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망 중립성 폐기' 트럼프, 빅테크에 '망 이용대가' 분담 압박 강화 예상


지난 13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 13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런 가운데 '망 중립성' 폐지를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보낼 때 망 사용료나 처리 속도에 따라 차별해서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망은 공공재다. 어떤 사람이든, 어떤 기업이든 차별 없이 동등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망 중립성의 핵심 개념이다. 이에 따라 구글·넷플릭스 등 대형 CP들도 ISP에 데이터 발송량과 관계 없이 동일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당시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했다. 망 중립성에 따라 ISP들이 망 투자비용을 늘리지 않고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4월 망 중립성을 다시 부활시켰지만, 연방법원에 의해 다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통신위원회(FCC) 수장으로 브렌던 카 FCC 위원을 지명한 만큼 CP들에 망 사용료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카 위원은 빅테크 등 CP들이 네트워크에 투자해야 한다는 기조를 펼쳐 왔다. 그는 2021년 '빅테크 기업 무임승차를 끝내자'라는 칼럼을 발표해 CP에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동참을 요구했다.


美 기업에 망 사용료 강제 시 통상 문제 위험… 한미관계 균열 우려도  


(사진=뉴시스)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국내 통신사들은 해외 CP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에 '망 무임승차'를 이유로 비용 부과를 강제한다면 국가 간 통상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나라를 '부자 나라', '돈 버는 기계'로 표현하며 방위비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을 강조해왔다. 통상 문제에서도 이같은 기조가 실현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445억 달러(약 63조8797억원)에 달하는 만큼 현지 투자나 추가 관세를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국 기업에 비용을 부과하려 한다면 트럼프 당선인을 자극해 한미관계가 격랑 속에 빠질 수 있다. 단순한 트럼프 당선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한미 정상회담 방한 당시 미국 기업의 '망 중립성 원칙'을 보장하는 내용을 합의문에 넣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넷플릭스 한국지사 방문을 유력하게 검토한 바 있고,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 또한 방한 당시 구글코리아, 넷플릭스코리아를 만나 망 중립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국 기업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게끔 우리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약은 '자율'에 그쳐야" "우리나라 단독으로 제도 만들면 혼선"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를 감안하듯 국회는 ISP와 CP 간 계약이 자율임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국내 ISP와 글로벌 CP 간 자율적 망 이용계약을 보장하고, ISP가 CP에 차별적 조건을 부과할 수 없도록 '망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정감사 당시 "(망 사용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말하면서도 올해 8월 청문회에서는 "국가 간 통상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정책 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인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CP의 경우에는 가급적 당사자간 자율협상에 맡기는 것을 제안한다"며 "대형 CP의 경우에는 협상력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것이므로 독점력의 남용에 의한 왜곡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만의 단독 입법 움직임도 우려했다. 그는 "현재의 규율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글로벌 표준에 관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그 표준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단독으로 글로벌 표준에서 벗어나서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제도를 만드는 것은 혼란과 왜곡을 초래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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