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R&D센터서 주주총회 개최
사업전략 발표·질의응답 소통 늘렸지만
주주 대화보다 노사 감정싸움으로 번져
"극단 선택 사과 필요" vs "구조조정 합리적"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KT가 'AICT(인공지능+정보기술)' 기업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본업인 통신업이 등한시되거나, 구조조정으로 고용 안정성 저해와 여러 사고를 우려하거나, 호텔·부동산 등 사업 매각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다.
KT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KT는 의안 보고와 투표를 진행했던 과거와 달리 사업 전략 발표와 질의응답 세션을 통해 주주들과 소통을 늘렸다.
하지만 이날 현장 분위기는 주주들과의 건설적 대화보다 노사 간 다툼이 비화되며 양쪽 다 얼굴을 붉혔다. KT 새노조와 직원들은 구조조정 이후 직원의 극단적 선택이 일어난 데 대한 사과와 저수익 사업 매각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실무진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 강화 등 발표와 사업 전략에 대한 답변을 내놨고,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직접 연단에 올라 민감한 사항에 대해 즉각 해명했다. 다만 노사 간 감정 섞인 발언이 나오는 등 현장 분위기가 격해지기도 했다.
김 대표의 구조조정이 합리적인지 인위적인지 논란으로 불거진 가운데, 한 주주는 "주주총회는 주주들과의 소통 자리인데 노사 문제 토론장으로 변질된 것이 안타깝다"며 "주주들도 질문할 수 있게 발언 기회를 제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장 분위기를 전하고자 이날 KT 노조·직원·주주들의 질문에 대한 경영진들의 답변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글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연체는 지양하고, 간결하게 정리했습니다.
MS 협력·AICT 계획·기업가치 제고 등 질문
Q. MS와 협력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셨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추진하는지 듣고 싶다.
정우진 전략·사업컨설팅부문장: 기술과 역량을 더해 현재 산업에서 매출을 만들어낼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MS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IT 역량을 기반으로 오픈 AI를 보유한 입증된 글로벌 기업이다. MS와 한국적 AI 모델과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만들고, KT가 보유한 고객 관리 역량도 적용한다. MS는 윈도우,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서 에이전트 회사로 변화 중이며 관련 매출도 3~4배 성장했다. 단순한 상업적 계약을 넘어 기술, 역량, 비즈니스 사업을 일임할 수 있는 혁신파트너로 볼 수 있다.
Q. 경영 전략과 관련해 AICT를 강조하는데 조직, 인력, 경영 인프라 구축을 올해 어떻게 진행하고 어떤 성과가 있는지?
박효일 전략실장: 조직 측면에서 B2B(기업 간 거래), AX(AI 전환)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에 있다. 조직에선 구성원들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AX 역량을 위해 신규 채용과 기존 인력 교육을 통해 동기를 유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역량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갖출 것이다. 회사는 연공서열 타파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구성원들도 역량 기반 보상에 대해 동의할 것이다. 회사가 가진 방대한 AI 역량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데이터에 초점을 둔 시스템 고도화로 자체 AI의 자기학습 수준을 높일 것이다.
Q. KT가 올해 2500억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더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장민 재무실장: 발표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은 차질 없이 실행해 나가겠다. 이를 위해 4가지를 결의하고 있는데 ▲AICT 매출 3배 이상 ▲저수익 사업 정리 ▲부동산 및 증권 매각 ▲2028년까지 1조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다. 주주들이나 시장에서 반응은 상당히 좋은 것 같고, 이 약속들을 처리해 나가는데 올해 최선을 다하겠다.
Q. 올해 경영전략 발표, 훌륭하지만 공허한 느낌이다. 본업인 통신은 없고 AI만 있고, 구체적 매출도 제시하지 않았다. 작년 구조조정 이후 4군으로 일을 주는 등 통신 사업이 위험해진 데다 잔고장이나 큰일이 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이니텍은 저수입 사업 매각이라는 명목 하에 사모펀드와 정치권이 얽혀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주가 밸류업을 위해 부동산 등 자산을 팔고 있는데 미래 성장 동력을 빼서 장기적 동력이 없다는 우려도 있다. AI 역량 강화라는 명분 하에 대부분 인력을 낙하산으로 받고 있는데, 올해 3월 출범한 딜리버리센터도 외부인사들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닌가. 내부의 좋은 인재들을 등한시하는 느낌이다.
재무실장: 통신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 회사는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 CAPEX(설비투자)에 2.3조~2.5조를 쓰고 있다. 매출에서 무선사업 비중도 높고, 신사업을 위해선 무선·인터넷·TV 수익성을 가져가야 투자할 수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을 매각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수익성이 낮은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지,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파는 게 아니다. 그런다고 주가가 상승하지도 않고 시장도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지금의 주가 상승도 단기 매각이 아닌 장기적으로 이런 변화를 하면 좋아질 수 있겠다는 시장에서의 판단으로 보고 있다.
고충림 인재실장: 현장인력 자회사가 올해 1월 출범했다. 3개월 간 네트워크 품질이라든가 고객 서비스에 있어서 어떤 문제도 발생하고 있지 않다. 대규모 신규채용도 진행 중이다.
전략실장: 이니텍은 별도 주주가 있고, 이사회가 있다. 충분히 경영 관련 사항을 결정할 수 있다. 이사회의 합리적 판단이 가능해 절차적 정당성도 획득할 수 있다.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는 만큼 앞으로도 유념하겠다.
Q. 작년 8~9월 이후 MS와 협력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력재배치라는 구조조정을 갑작스럽게 추진하며 AI 사업에 5년간 2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근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자할건지 나온게 없다. 딥시크 충격 이후 천문학적인 자금으로 AI에 투자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져 궤도 수정이 필요한 것 같다. KT는 회사가 보유한 호텔도 매각했는데, 수익성이 안 나온다는 이유다. 문제는 AI에 보다 적은금액을 투자 할 수 있는데 매각을 접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김영섭 대표는 르완다·베트남·싱가포르 등 해외사업 적자를 메우는 데 왜 국내 매출을 투입하는지, 해외 사업이 불투명한 만큼 비자금 창구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해외 배당도 전체 배당 금액 중 53%(4조7000억원)를 넘기고 있다. 통신은 내수산업 특성상 국민들에게 수익이 나오는데 결국 국부유출이 아닌가 우려된다.
재무실장: 법으로 외국인 지분한도는 43% 제한이 있다. KT의 외국인 지분은 40% 수준인데 외국인 주주들한테 배당이 특별히 많지 않다. 해외사업 적자는 과거 5~10년 것이고 정리 중이다. 그리고 이건 자산에 대한 평가손익이지 당장 적자가 나는 손익이 아니다. 급한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도 않고, 호텔보다 더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걸 찾는 것일 뿐이다.
구조조정, 부동산 매각, 민감국가, 국부유출 등 질문
Q. 작년에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을 김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을때 없다고 했다. 근데 불과 몇달 뒤 시행했다. 회사 내부에선 42살의 젊은 직원이 유명을 달리했다. 여기에 추가로 6월이나 9월에 구조조정이 다시 있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알짜 사업인 부동산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한 데 대해선 대표의 연임과 관련 있다는 뒷말도 오간다. 이에 대해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영섭 대표이사: 작년 주주총회에서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합리적인 구조조정은 경영권 그 자체고, 경영자가 늘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또 비합리적인, 상식선에서 벗어난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그럼 작년 10월 구조조정은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 선로의 배치와 관리는 중요한 일이고, AI가 대체할 수 없어 젊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현실을 보면 해당 직원 5700명 중 중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 이상이 60~70%를 차지한다. 평균연령이 56세다. 신입사원 못 뽑은 게 15년째다. 인력 구조에서 신입사원, 중간, 고참 비중이 균형 잡혀야 할텐데 이런 문제 때문에 신입사원을 못 뽑았다. (안 뽑은 것 않은가?) 못 뽑기 때문에 못 뽑았다. 구조조정은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합리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신설회사도 만들어서 일할 수 있게 하고 정년 이후에도 의지와 기술이 있으면 2~3년 추가로 근무할 수 있게 보상하고 있다. 급여 차이도 전액을 한꺼번에 보장한다. 이런데도 비합리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통신 사업도 잘하자고 하는 것이지, 잘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Q. 그럼 왜 사람이 죽었나?
김 대표: 사람이 돌아가신 건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과해달라) 그 분이 KT 직원이고 그렇지만 구조조정, 회사의 업무와 관련돼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증거가 있는지 묻고 싶다. (문서가 있다) 문서를 그럼 제출해달라. 문서에 결정적인,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사과하겠다.
Q. 대표께서 유서를 못 보신거 같다.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은 유서를 써놓고 돌아가셨다. 유서에 보면 '나 열심히 살았는데, 나 회사에서 시키는 거 다 열심히 했는데 나 왜 이런 교육을 받아야 되지, 자괴감 들고 자존심 상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라는 내용이 있다. 이 유서를 보내드릴테니 책임자 처벌하고 사과하길 요구드린다.
Q. 다른 주주들도 질문하고 싶은 사항이 1~2가지는 있을텐데 일부 분들께서 마이크 잡고 질문 3~5개 해서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질문 기회를 1~2개로 제한을 부탁드리고, 명예퇴직도 돈을 받아서 기쁘게 나가는 경우도 있다. 유서까지 쓰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가지 상황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주주총회고 싸우는 자리가 아니니 적절하게 서로 양보했으면 한다.
김 대표: 극단적 선택은 안타깝지만 구조조정은 합리적으로 했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공식적으로 유서가 공개되지 않았고, 만일에 유서가 공개되고 회사가 책임져야 될 게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자산 매각에 대해선 KT는 통신 회사고, 기술 발전하다 보니 유휴 부지가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부지에 (회사가) 호텔과 임대 아파트를 왜 짓는지 의문이 든다. 유휴부지를 잘 활용해서 가치를 높여서 유동화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중요한 재원으로 쓸 수 있다. 호텔업은 관련 기술진, 경영진들을 육성하고 영입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기본적으로 AICT 기업을 도모하고, 저수익 사업이나 부동산은 제 값을 받고 향후 발전에 쓰는 것이 경영진의 마땅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Q. 부동산업을 하게 된 이유가 있지 않나. 회사에서 많은 전화국과 건물을 매각하면서 유휴부지가 남으니까 거기에 호텔을 지어야겠다 싶어 호텔을 지었다. 근데 대표께서 오시자마자 KT에서 왜 부동산, 호텔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셨다.
김 대표: 가지고 있는 자본을 최적으로 본업에 투자해서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게 경영이다. 딥시크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선 좋은 일이다. 자사도 경쟁사 대비 선제적으로 수업료를 낸 셈이다. 어디 기업이 잘하는지, 어떤 기업과 잘 맞는지 안목이 생기기 때문에 전략적 협업하는 데 힘이 된다. 산업하려면 클라우드 센터도 지어야 하고, 여러 인프라도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오랫동안 방치해왔다. KT 직원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MS도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향후 5년 간 우리의 인프라도 같이 발전할 수 있다. 단순히 벤처투자를 만들고 거기에 투자하는 게 아니다. 딥시크 충격으로 우리도 MS가 가지고 있는 AI 역량을 자사에 장착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당초 계획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협업이 5년 내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Q. 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수정될 수 있나?
김 대표: 계획을 수정하는 게 아니고, 경쟁자가 많이 생기면 시장 가격이 내려간다. 그러면 우리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조정이 당연히 일어날 수 있다.
Q. 우리나라가 민감국가로 지정된 데 대해 MS의 첨단 기술을 받는 데 문제가 될 수도 있나?
김 대표: 금시초문이다. MS의 핵심 기술을 이전받는 게 아니라 산업적으로 이미 출시된 서비스를 도입해서 활용하는 리터러시 강화 측면이라 상관없다. 해외투자는 자금이 유출되는 손실이 아니다. 평가손실로 잡히는 회계상 감액 수준이다. 해외 사업은 제 임기 때 결정이 아니고 전임 경영진 일이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부채 손실은 연결결산에 반영해야 하고, 앱실론은 작년 말에 이사회에 상정해서 650억 가까이 추가 증자를 했다. 앱실론 투자는 통신업의 본질이라 생각하는데, 국내 투자만 하는 게 아니고 해외와 연결된 통신도 있고 해저케이블 투자도 있기 때문이다. 해외와 연동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해외배당에 따른 국부유출 우려도 있는데 고배당은 동의하기 어렵다. 경쟁사 대비 비슷한 수준 내지는 약간 개선해야 될 수준이다. 생각을 달리 해보면 해외에서 국내 주식을 사면 그것도 그 나라 입장에서 국부유출이다.
Q. 지금까지 노사간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없기 때문에 주총장에서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처럼 회사와 다른 생각,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들을 초대하는 간담회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김 대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직접 질문도 받고 제 생각도 적절히 설명했다. 우리 경영진을 포함해서 현장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는 데 노력을 최대한 해보겠다.
- KT, 팔란티어와 AX 사업 가속화 협력
- [MWC 2025] KT "AI·6G·양자통신 등 업계 주목"
- KT 생성형 AI '믿음' 과제는? "MS 의존도 탈피·인재 확보" [한국형 LLM]
- [신년사] KT "올해 AI 기업 전환에 속도… MS와 협력 강화"
- [2024 산업 결산 ③] 대세는 AI…비통신 각축전 벌인 통신사들
- [트럼프 시대] 망 사용료 받겠다는 KT·LGU+…'망 중립성' 폐기는 호재?
- [M&A] "통신기업 한계 봉착"…KT, 'AI 전문기업' 간판 달았다
- KT, 저궤도 위성통신 구축 미흡…스타링크 등 외국 인프라 의존 [6G 전략 점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