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장 정체에 AI·자율주행·클라우드 등 신사업 추진
SKT, 에이닷·데이터센터로 AI 피라미드 전략 가속화
KT, AICC·모빌리티·MS 협력… 구조조정으로 내부 갈등
LGU+, AICC BRO·익시오 성과… 오리지널 콘텐츠는 과제

2024년 산업계는 전례없는 경기악화로 그 어느 때보다 날개없는 추락을 겪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섰으며, 코스피는 2400선을 위협받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도 한때 5만원선이 무너지는 등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때보다 커진 상태다. 또한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이 공식적으로 종료됐음에도 기업 경기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위기, 고환율이 불러온 원자재값 상승,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 우려, 중국의 경기 부진에 의한 공급과잉에 국내 대표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편집자주>

2019년 4월 3일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달성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지난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뤄낸 국내 이동통신 3사. 통신사들은 올해 5G 상용화 5년을 맞아 농어촌 5G 공동이용 계획을 마무리했다. 대상 지역은 강원 고성군·영월군, 경남 거창군·산청군, 전남 강진군·신안군 등 전국 52개 군 432개 읍·면이었다. 전국 모든 곳에 5G 망을 구축한 셈이다.

통신사들은 더이상 통신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휴대폰 가입 회선(알뜰폰 포함) 수는 5616만으로 보급률 100%를 넘었다. 5G 가입자 수는 3280만 명으로 약 60% 수준이나 5G만이 누릴 수 있는 킬러 콘텐츠(핵심 콘텐츠)가 없다는 약점 때문에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이처럼 통신 사업 성장의 한계로 인해 통신사들은 수년 전부터 탈(脫) 통신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AI)·콘텐츠·자율주행·데이터센터·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에서 기술 기반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실질적인 성과는 도출됐을까. 


SKT, 에이닷·데이터센터로 AI 피라미드 전략 가속화


유영상 SKT 대표. (사진=SKT)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를 '글로벌 AI컴퍼니' 성과를 거두는 해로 설정했다. SKT는 지난해 9월 '글로벌 AI컴퍼니'를 위한 'AI 피라미드 전략'을 공개했다.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자강'과 AI 협의체 중심의 '협력' 모델을 피라미드 형태로 단계별로 묶어낸 전략이다. 전략은 'AI 인프라', 'AIX', 'AI 서비스' 3대 영역으로 나눴다.

'AI 인프라' 영역은 Telco LLM(거대언어모델), AI데이터센터, AI 칩셋, AI 유무선 인프라 등이 해당한다. 'AIX' 영역은 모바일, 브로드밴드, 엔터프라이즈 등 핵심 비즈니스에 AI를 접목하고 모빌리티, AI 헬스케어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피라미드 최상단 'AI 서비스' 영역은 AI 개인비서 A.(에이닷)을 통해 국내와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성과를 살펴보면 에이닷은 지난 9월 말 기준 가입자 5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340만명에서 62% 성장했다. 지난 10월에는 T전화에 AI 기능을 도입한 에이닷 전화와 에이닷의 PC 버전 '멀티 LLM 에이전트'를 선보여 가입자를 더욱 끌어모을 기세다.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글로벌 LLM도 에이닷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자사 보유 데이터로 사내 업무 혁신을 이룬다는 Telco LLM은 고객 상담, 인프라 구축에 본격 활용될 방침이다.

SKT는 메타버스 소셜 서비스 '이프랜드'를 내년 3월 공식 종료하기로 했다. (사진=SKT)

데이터센터 사업에선 엔비디아의 GPU인 'H100'을 배치해 데이터 저장·처리 중심의 데이터센터를 AI 학습·추론에 특화한 AI 데이터센터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구독형 GPU 서비스도 도입해 기업이 AI를 개발·활용할 때 클라우드라는 가상공간에서 일정 금액을 내고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반면 소셜 서비스 '이프랜드'를 내년 3월 공식 종료하기로 하며 메타버스 사업에선 철수하는 모양새다.


KT, AICC·모빌리티·MS 협력… 구조조정으로 내부 갈등도


김영섭(가운데) KT 대표, 오승필(왼쪽) KT 기술혁신부문장 부사장, 정우진(오른쪽) KT 컨설팅그룹장 전무가 10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AICT 사업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KT)
김영섭(가운데) KT 대표, 오승필(왼쪽) KT 기술혁신부문장 부사장, 정우진(오른쪽) KT 컨설팅그룹장 전무가 10월10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AICT 사업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KT)

김영섭 KT 대표이사(사장)는 올해 신년사에서 IT전문성을 강화해 ICT 전문기업으로 변화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AI 등 LG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계열사 LG CNS의 사장 출신이다. 이에 ICT를 넘어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결의했다. 이를 위해 AI고객센터(AICC)·모빌리티·IoT·스마트공간·에너지 등 5대 성장 사업을 설정했다.

AICC는 AI 솔루션이 실시간 고객 상담체계와 업무 자동화가 구축된 고객센터를 뜻한다. 업무 효율화와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AICC는 금융사의 도입 확대와 원격근무 활성화 등으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 모빌리티에선 5G 기반 자율주행 버스의 시범 운행과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가 가능한 커넥티드 카 사업을 하고 있다. 내년 상용화 예정인 미래항공교통(UAM) 분야에서도 자사 최대 주주인 현대차그룹과 협력하고 있다.  

KT가 초거대 AI '믿음'을 기반으로 추진한 AI 사업에선 오픈AI 투자사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기로 했다. 메타, 구글 등 빅테크의 생성형 AI 기술과 국내 통신업계의 동맹이 이어지면서 자사 단독 실행보단 MS와 협력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클라우드에서도 공공·금융 등 분야를 대상으로 보안성을 강화한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공급을 추진하는 등 협력 중이다.

김영섭 KT 대표(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이 6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이먼드 MS 본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KT)

AICT 전환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AICT를 위해서는 필수 인력이 필요한데 자사는 50대 이상 직원이 60%대라 다른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회사 전출·희망퇴직 등을 통해 상반기 기준 1만8617명인 직원 30% 가량을 감축하기로 하면서 내부의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KT 노조는 지난달 1일 입장문을 내 "전출 압박 중단하고 회유 나선 임원을 문책하라"고 목소리롤 높였다.


LGU+, 'AICC BRO·익시오' 성과… 오리지널 콘텐츠는 과제 


LG유플러스도 AX(AI 전환)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AI 부문의 중점 과제와 초거대 AI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점 과제는 ▲고객센터의 AICC ▲B2B AICC ▲모바일 서비스의 AI Agent(대리인) ▲임직원을 위한 Work Agent 등 4가지다. 2028년 매출 2조원을 목표로 AI 관련 B2B(기업간 거래) 사업에 1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LG유플러스가 영위해온 기업 콜센터 솔루션(IPCC) 사업은 AICC 사업으로 탈바꿈시켜 KT와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AICC 클라우드가 그 예시다. AICC를 위탁·운영하는 AICC BPO(업무처리아웃소싱) 서비스도 곧 출시한다. 이는 기업고객의 상담·CS와 같은 업무 일체를 위탁해 처리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누적 매출 51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익시오 소개 홈페이지.
익시오 소개 홈페이지.

LG유플러스는 AI 통화 에이전트 서비스 '익시오(ixi-O)'를 키워 에이닷의 대항마로 키울 방침이다. 지난달 7일 출시한 익시오는 ▲보이는 전화 ▲전화 대신 받기 ▲실시간 보이스피싱 ▲통화 녹음 및 요약 등 기능을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제공하는 AI 기반 서비스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콘텐츠 분야에선 U+모바일tv와 아이들나라, 아이돌라이브에 이어 올해 스포츠플랫폼 '내맘대로 프로야구(내프야)'를 출시했다. 프로야구 1000만 관객 인기에 편승한 내프야는 직접 가상의 팀을 만들고 경기 결과에 따라 점수를 받는 시뮬레이션 서비스로 7월에 8만2000여명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의 '웨이브', 스튜디오지니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KT에 비해 LG유플러스는 자체 OTT가 없어 오리지널 콘텐츠 파워가 약한 만큼 콘텐츠 역량을 키워야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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