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리즘 프로젝트 통해 전세계 정상 인사 불법사찰
애국자법 통해 전화·이메일 감청하고 영장 없이 구금
페이스북, 동의 없이 트럼프 캠프에 사용자 데이터 제공
'챗GPT' 오픈AI도 데이터 불법 수집해 '감시 회사' 가능성
'빅 브라더' 우려…  편리함 위해 사생활 포기할 것인가

미 국가정보국(NSA)의 기밀자료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미국의 공적(公敵)은 누구인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개인으로 한정한다면 에드워드 스노든을 꼽을 수 있다. 스노든은 2013년 홍콩으로 망명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자료를 폭로한 내부고발자다. 그는 NSA가 프리즘 프로젝트라는 통신 감청 시스템을 통해 미국인들과 전 세계 정상 인사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는 망명해 있는 스노든을 체포하기 위해 국제 사회에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 미국의 압박 때문에 브라질, 스위스, 스페인, 인도 등 11개국은 망명을 거절했고, 러시아가 겨우 망명을 받아들여 스노든은 현재 러시아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다. 20대의 나이로 NSA의 최고 보안자료를 열람할 수 있을 정도의 엘리트였던 그는 왜 이런 위험까지 무릅 쓰고 감청 사실을 폭로한 것일까? 


美, 애국자법 통해 전화·이메일 감청하고 영장 없이 구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미국 의회는 9.11 테러 이후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2006년 '애국자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전화나 이메일에 대한 광범위한 감청과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은 무기한으로 영장 없이 구금이 가능해졌다. 정부의 정보 수집 권한이 대폭 확대돼 근거 없이 범죄나 테러에 연루됐다는 의심만으로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이동통신사 AT&T는 매일 약 3억2000만건에 달하는 정보를 제공했다. 구글 검색 기록과 웹사이트 방문 내역을 볼 수도 있어 사실상 국민 감시에 성공했다. 애국자법은 감청을 당한 메르켈 독일 총리,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등 세계 정상들의 거센 항의와 NSA가 권한을 남용했다는 논란 속에 결국 2015년 폐지됐다. 


페이스북, 동의 없이 트럼프 캠프에 데이터 제공해 '곤혹'


2016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로 페이스북(Facebook)은 매우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애국자법이 폐지된 지 10년, 챗GPT가 대세인 현재는 감시로부터 안전할까? 8월 기준 챗GPT의 전 세계 이용자는 2억 명을 넘었다. 페이스북은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2009년에야 1억 명을 돌파했는데, 챗GPT는 정식 출시 2년도 안 돼서 2억 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메타)보다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 될 게 자명하다.

페이스북의 경우 사용자 동의 없이 제3자에 데이터를 제공해 큰 파장이 일었다. 영국 정보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2016년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의 정보를 트럼프 대선 캠프로 넘겨 선거 운동에 활용토록 했다. 주가는 급락했고, 수많은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탈퇴했다. 메타는 아직도 개인정보를 수집해 광고에 이용하고, 얼굴 사진을 요구하기도 한다.


오픈AI도 데이터 불법 수집해 '감시 회사' 가능성


지난해 6월 9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열린 K-Startups meet OpenAI 행사에서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의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챗GPT는 다를까? 미국 로펌 클락슨은 지난해 오픈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개인 데이터를 불법으로 수집·활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개인정보를 포함한 천문학적인 데이터들이 동의와 보상 없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노든은 올해 오픈AI 이사회에 폴 나카소네 전 NSA 국장이 합류하자 챗GPT를 신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스노든은 "지난 20년간 축적된 대량 감시 데이터와 AI의 결합은 책임감 없는 소수의 손에 정말 끔찍한 권력을 쥐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리 마커스 뉴욕대학교 명예교수는 아예 오픈AI가 '감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의 사례처럼 자금 확보를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기업이나 정치 캠페인, 정부 등에 팔아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챗GPT '빅 브라더' 우려…  편리함 위해 사생활 포기할 것인가


(사진=뉴시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과 기업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데이터는 국가 기관이나 기업의 이익에 맞게 무분별하게 수집되고 오용될 수 있다. 스노든은 "개인이 아닌 조직도 정보를 통제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소설 <1984>는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 브라더'의 출현을 경고했다.

21세기의 빅 브라더는 무엇인가? 국가 권력인가? 빅테크 기업인가? SNS인가? AI인가? 분명한 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챗GPT는 우리를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정보를 훔친다. 당신은 편리함을 위해 기꺼이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겠는가?    

"일시적 안전을 얻기 위해 근본적인 자유를 포기하는 자들은, 자유도 안전도 가질 자격이 없다(Those who would give up essential Liberty, to purchase little temporary Safety deserve neither a Liberty nor Safety)." (벤저민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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