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핵심은 운송 개념 넘어 이동성 추구
삼성·LG, 가전 넘어 전장서도 치열한 경쟁
자율주행 침체에도 현대차·통신사 실증 나서
자율운항 선박 기술 4단계까지 실증 넘본다
내년 UAM 상용화 목표로 1단계 실증 진행

2024년 산업계는 전례없는 경기악화로 그 어느 때보다 날개없는 추락을 겪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섰으며, 코스피는 2400선을 위협받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도 한때 5만원선이 무너지는 등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때보다 커진 상태다. 또한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이 공식적으로 종료됐음에도 기업 경기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위기, 고환율이 불러온 원자재값 상승,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 우려, 중국의 경기 부진에 의한 공급과잉에 국내 대표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편집자주-

우버 택시. (사진=우버)
우버 택시. (사진=우버)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우버, 리프트,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등 기업들은 자동차를 한 대도 만들지 않지만 대표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꼽힌다. 자동차에서 모빌리티 기술 적용의 핵심은 사람을 안전하게 운송(transport)하는 것을 넘어 편리함과 즐거움을 위한 이동성(Mobility)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재미와 편의를 제공하는 맞춤형 모빌리티로서 다양한 고객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산업은 이제 도입기를 넘어 성장기로 향하고 있다. 단순한 실증과 시범사업을 넘어 우리 실생활에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비게이션을 넘어 부분적 자율주행, 선박 원격제어,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실증까지. 올해 자동차·조선·항공 등 교통 산업에서 모빌리티 기술이 어떤 변화를 이끌었는지 나열했다. 


삼성·LG, 카메라·디스플레이·인포 등 전장사업 경쟁 구도 


LG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LG전자]
LG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LG전자]

LG와 삼성은 가전을 넘어 전장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대신 전장을 미래 먹거리로 꼽아 적극 키우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조명,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3대 분야가 핵심이다. 인포테인먼트는 주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시스템이고,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동력을 발생시키고 전달해 전기차의 심장 역할을 담당한다.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도 올해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 '고성능 라이다'에 이어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까지 선보이며 차량 내·외부를 아우르는 차량 센싱 솔루션 제품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 이를 앞세워 북미, 유럽 등 완성차 고객 대상 프로모션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CES 2023 하만의 레디 케어(Ready Care) 체험 부스. (사진=삼성전자)
CES 2023 하만의 레디 케어(Ready Care) 체험 부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뒤 2016년 약 80억(약11조) 달러를 들여 하만을 인수했다. 인수 첫해 600억원대였던 하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1737억원으로 뛰며 핵심 계열사로 발돋움했다. 하만은 2018년 디지털 콕핏을 시작으로 헤드업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 제품을 BMW, 토요타 등 글로벌 업체에 공급해왔다. 하만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9200억원으로 연간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룹사에선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과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아직 이 분야에선 LG디스플레이가 점유율 28.5%(1분기 기준)로 앞서가고 있지만 올해 원형 OLED를 BMW그룹의 소형차 '미니'에 독점 탑재하는 등 점유율을 올릴 기세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제품 라인업 확대와 차별화 기술을 통해 올해 전장용 MLCC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침체에도 현대차 '모셔널' 키우고 통신사 '5G 자율주행' 


지난 2021년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반도로에서 무인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을 하고 있는 모셔널 자율주행차.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 2021년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반도로에서 무인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을 하고 있는 모셔널 자율주행차.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미래 먹거리로 자율주행을 선정해 적극 키우고 있다. 2020년 미국의 자동차 부품 기업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적자 지속에도 올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4(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할 포부를 내비쳤다. 

이동통신사들도 자율주행 실증에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와 '무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향후 레벨4 자율주행시장에서 무인으로 자동차들이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까지 할 수 있도록 주행 전 과정에 5G 통신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KT도 5G 자율주행 셔틀을 관광/산업단지에서 운용하고 있다. 회사는 레벨4 진입 시기는 기술적 관점에서 2027년, 상용화 관점에서 2030년 이후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시장은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잇단 사고로 운행이 취소돼 사업을 중단했다. GM도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올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삭감했다. 포드는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했고,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 연구를 맡았던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며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했다.


2030년까지 4단계 자율운항 선박… 조선3사 각축전 


HD현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이 적용된 에이치라운해운 선박. (사진=HD현대)
HD현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이 적용된 에이치라운해운 선박. (사진=HD현대)

해양에서도 자율운항 기술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자율운항 선박은 인공지능(AI) 시스템이 기존 선원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선박을 뜻한다. 자동차 자율주행처럼 자율운항 등급도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수준, 2단계는 원격제어는 가능하지만 선원 승선이 필요한 수준, 3단계는 선원 승선 없이 원격제어가 가능한 수준, 마지막 4단계는 완전 자율운항 단계다.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6년간 약 1600억원을 투입해 자율운항 수준을 3단계로 높이고 2030년까지 4단계 수준의 '완전 무인 자율운항 선박'을 개발하여 자율운항선박 시장의 50% 선점을 목표로 설정했다. HD현대는 HD현대가 자율운항 선박 사업을 키우기 위해 자회사 아비커스를 설립했고, 올해 미국 기업 팔란티어와 협력해 자사 소프트웨어에 미션 오토노미(AI 기반 임무 자율화)를 접목하기로 했다. 

HD현대는 지난달 울산에서 8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장착한 자사 자율운항시스템 실증 테스트를 실시해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자율적으로 피하는 충돌 방지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실험한 단계는 4단계로 이미 완전 자율운항까지 염두에 둔 셈이다. 삼성중공업도 자율운항 실증 선박 '시프트 오토'를 지난달 출항시켰다. 한화오션도 내년 '커넥티드십(육지서 원격 운항관제가 가능한 선박)' 개발에 이어 2030년까지 '레벨4'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K-UAM 실증사업에 SKT·현대차·한화·KT 등 실험 진행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리나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조비에비에이션의 두 번째 UAM 기체 모델 N54IJX의 시제품. (사진=조비에비에이션)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리나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조비에비에이션의 두 번째 UAM 기체 모델 N54IJX의 시제품. (사진=조비에비에이션)

항공 분야에선 내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각계 기업들이 실증에 나서는 형국이다. 정부는 UAM 분야 37개 기관과 'K-UAM 그랜드챌린지' 운용계획안을 의결해 올해 1단계 실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T는 UAM 기체 제작사 조비에비에이션과 협력하며 K-UAM 그랜드챌린지(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등과 'K-UAM 드림팀'을 결성해 기술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조비의 'S4' 기체를 실증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KT, 현대건설과 함께 K-UAM 1단계 실증을 완료하며 앞서가고 있다. eVTOL(전기수직이착륙) 항공기와 UAM 운용시스템, 5G 항공통신망 간의 통합 시스템도 검증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며 변화의 핵심 축으로 로봇과 UAM을 꼽은 바 있다. 그는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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