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정기 주총서 사업전략 공유
"900억달러 투자해 전기차 200만대 판매"
"수소 통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자리매김"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차)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관세율 25%를 책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수조원대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체 자동차 수출(683억달러)에서 미국 비중은 50.8%(347억달러)로 전년(47.1%) 대비 의존도가 심화됐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의 작년 미국 수출량도 97만대에 달하는 만큼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미국차 수입은 21억 달러에 불과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자동차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다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덧붙이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현대자동차 제 57기 주주총회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현대자동차 제 57기 주주총회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현대차의 대응 전략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해 수출 의존도를 줄일 기세다. 여기에 올해 사업목적에 '수소사업'을 추가해 수소를 주요 미래먹거리로 키운다는 포부도 밝혔다.


권역별 최적화 및 전기차 리더십·파트너십 강화


"당사는 향후 10년간 900억달러(약 146조원)를 투자해 신형 전기차 21종을 개발하고, 하이브리드를 14종으로 확대하며 전세계에 전기차 200만대를 판매하겠습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주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주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제57기 주주총회서 이같이 밝혔다. 스페인 출신의 무뇨스 CEO는 창사 이래 첫 외국인 CEO로 북미·유럽·인도·중남미·중국 등 다양한 권역에서 판매와 운영을 담당해 온 글로벌 인사다.

무뇨스 CEO는 "지정학적 리스크, 경제 불황, 공급망 비용 상승, 글로벌 소비 위축으로 신차 수요가 둔화됐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며 "연간 매출 최대, 영업이익률 8.1%, 누적생산 1억대, 팰리셰이드·아이오닉5 미국 판매 신기록,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등을 달성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올해 여러 전략을 시행한다. 먼저 권역별 최적화 전략에 따른 시장 확대다. 관세 이슈 대응을 위해 HMGMA에서 아이오닉5 생산을 늘리고 1분기 말을 목표로 아이오닉9도 생산도 준비한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확대하며, 파트너사와 126억달러(약18조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추가 확보한다. 

유럽에선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캐스퍼 EV 등 신모델을 출시하고, 브랜드 리런칭을 추진한다. 중동 시장에선 사우디 파트너사와 CKD 생산기지를 구축해 공략한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중국향 전기차도 출시한다. 이처럼 권역별 최적화를 통해 규제에 적정 대응하고 부품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을 최적화한다는 계획이다.

EV리더십도 강화한다.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전기차 충전기 '아이오너'를 향후 3만대 수준으로 확산해 인프라를 늘린다. 배터리 비용절감과 주행거리 상승도 이뤄내며, 전동화를 주도하면서도 수요를 고려해 하이브리드 및 주행연장 전기차, 수소전지차, XEV 등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로봇), 슈퍼널(UAM), 웨이모(자율주행), HTWO(수소) 등 파트너십도 강화한다. 특히 아마존, 웨이모, GM과 전략적 파트너십 추진해 웨이모의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을 아이오닉5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현대캐피털,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와도 협력을 강화해 금융, 물류 분야 비용절감을 이뤄낸다.

품질과 안전의 중요성도 당부했다. 무뇨스 CEO는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적기 대응을 위해 글로벌 원팀 체계 구축하고, 임직원들에게 성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부여해 품질과 안전을 중요시하는 기업 문화를 육성하겠다"며 품질과 안전의 측면에선 결코 타협하지 않고, 서비스 제공 모든 절차에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소 통한 2045 탄소중립, 산업 전반에 체인 확보


"수소를 통한 전기 생산은 오로지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의 보고입니다. 우리 공기 중에도 존재하고 하수처리수, 폐기물에서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높은 접근성을 토대로 모빌리티를 포함해 다양한 사업군에 수소를 적용하고, 국내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이인아 에너지수소사업본부장은 이날 '수소사업 동향 및 수소사업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현대차 탄소중립 시점을 2045년으로 제시해 정부에서 계획하는 시점보다 5년 일찍 달성을 결의했는데, 이를 이루기 위해선 수소사업 확장이 필수라고 바라봤다.

수소를 통해 모빌리티 기업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에너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이 본부장은 "그룹사 역량을 바탕으로 수소 생산·저장·운송 등 모든 단계에서 고객 수요를 충족하는 맞춤형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수소 산업 전반에 걸친 현대차의 솔루션도 제시했다. 그는 "자원순환형 수소는 깨끗한 수소를 생산하는 데 더해 일상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는데, 자사는 충주에서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시설을 가동해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바이오 가스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청주에서는 하수처리를 통해 바이오 가스를 생산 중이며, 인도네시아에서도 폐기물을 활용한 수소시설 생산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칼 제로'라는 항만 내 수소 트럭 도입 프로젝트도 언급했다. 이 본부장은 "청정 물류 솔루션을 제공해 항만 탈탄소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항에도 적용 가능해 인천국제공항에 물류용 자동차와 트럭을 수소차로 공급했다"고 덧붙였다.

탈탄소화 실현을 위해 국내 여러 지자체와도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전북과 울산과 함께 수소 지게차와 트랙터를 도입했고, 미국 조지아주에선 청정 물류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글로비스 아메리카와 HTWO 로지틱스 간 조인트 벤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수소를 통해 이룬 성과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넥쏘는 글로벌 25개국에서 누적 판매량 4만대로 수소차 중 1위고, 상용 영역에선 글로벌 13개국에 수소 버스와 트럭을 공급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수소차 누적주행거리는 1200만km인데 이는 소나무 84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친환경 예산 삭감 등 변수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수소 사업 발전 속도는 더딜 수 있지만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결국 수소가 올바른 신념이라고 확신한다"며 "차량 개발과 판매, 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항만 탈탄소를 위한 연료전지 적용 등 확대 등 그룹 역량을 결집해 수소 생산 전 단계에 걸쳐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동반성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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