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북미본부장, 내년 현대차그룹 대표이사로 취임
무뇨스 사장이 이끄는 현대차 미국법인, 최다 판매기록 경신
IRA 폐지되면 품질로 승부? "더 잘할 수 있는 기회 될 것" 
中 전기차에 45% 관세 확정한 유럽 시장도 공략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 경제를 호령하는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관세 폭탄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도체 현지 생산, 망 중립성 폐기 등 국내 주요 산업계에 타격이 예상된 가운데, 각계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LA 오토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LA 오토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국권역본부장(사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이례적인 혼란에도 시나리오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스페인 출신의 무뇨스 사장은 북미·유럽·인도·중남미·중국 등 다양한 권역에서 판매와 운영을 담당해온 글로벌 인사로, 내년 1월 현대차그룹의 첫 외국인 대표이사로 취임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 생산 시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와 동맹국 제품에도 고관세를 예고하면서 완성차 업계에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반면 IRA가 폐지돼도 "오히려 모든 회사에 똑같이 (IRA가) 없어지면 더 잘할 수 있는 기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럽에도 자비에르 마르티넷 법인장이 새로 취임해 전기차 캐즘 극복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 


중국·유럽·인도·중남미 등 근무… 북미 최다 판매기록 경신


호세 무뇨스 신임 현대차그룹 대표이사(사장). (사진=현대차그룹) 
호세 무뇨스 신임 현대차그룹 대표이사(사장). (사진=현대차그룹)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대표이사·사장단 임원 인사를 실시해 무뇨스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낙점했다. 기존 대표이사였던 장재훈 사장을 완성차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완성차 사업의 근본적 체질개선과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무뇨스 사장은 IMF 위기 전후로 대우자동차 스페인 법인에서 근무했고, 토요타·닛산에서 유럽 법인 마케팅 담당과 북미·중국법인장까지 도맡았다. 현대차그룹에는 2019년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영입됐다. 

무뇨스 사장이 이끈 현대차그룹 미국법인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대비 12.1% 증가한 165만2821대를 판매해 미국 진출 후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GM, 토요타, 포드 다음 가는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도 81만7804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성과/능력주의, 글로벌 최고 인재 등용이라는 인사 기조에 최적화된 인재라는 판단하에 현대자동차 창사 이래 최초 외국인 CEO로 내정됐다"며 "향후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현대차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美에 메타플랜트 지었는데…전기차 보조금 날아갈 위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무뇨스 사장이 이끌 현대차그룹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IRA가 대규모의 세금을 전기차 확대, 풍력 및 태양광 발전에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전기차는 IRA의 수혜를 받은 대표 업종 중 하나다. 미 현지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제품을 생산하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현대차는 76억달러(약 10조6035억원)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메타플랜트를 건설해 지난달 초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다. 메타플랜트는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전기차 공장이다. 가령 아이오닉5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라 구매보조금(7500달러)을 회사가 현금으로 보상했지만, 미국에서 생산한 아이오닉5는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IRA가 폐지될 경우 현대차의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에 균열이 예상된다. 완전 폐지까지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지만 보조금 삭감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여기에 전기차 구입시 7500달러의 세액공제마저 폐지되면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세액 공제를 없애면 미국에서 향후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현재보다 31만7천 대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조금 아닌 질로 승부? "더 잘할 수 있는 기회 될 것"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그룹)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그룹)

반면 현대차그룹엔 되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뇨스 사장은 인터뷰에서 "IRA가 없어진다 해도 모든 업계 대상으로 없어지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더 잘할 수 있는 기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 경쟁으로 회귀할 시 단순히 미국 기업이라고 소비자들이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보조금보다 질을 앞세워 GM, 포드 등 미국 기업보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토모티브뉴스 등에 따르면 올해 1∼7월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0%로 포드(7.4%)와 GM(6.3%)보다 앞서고 있다. '인사이드EVs'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대비 고품질 옵션을 제공하면서 결실을 맺고 있다"고 분석했다. 


中 전기차에 45% 관세 확정한 유럽 시장도 공략


현대차 체코 생산법인(HMMC)에서 생산되고 있는 투싼 에디션 모델. (사진=HMMC) 
현대차 체코 생산법인(HMMC)에서 생산되고 있는 투싼 에디션 모델. (사진=HMMC)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인 유럽연합(EU)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 유럽법인은 올해 말 퇴임하는 마이클 콜 법인장 대신, 내년 1월부터 자비에르 마르티넷 신임 법인장을 취임시킨다. 마르티넷 법인장은 프랑스 브랜드 르노에서 영업·마케팅 부문을 시작으로 르노 이탈리아 대표, 다치아 브랜드 수석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27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EU는 올해 화석 연료보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높이며 '그린 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점유율에서도 25%로 중국(60%) 다음을 차지한다. 특히 EU는 회원국들이 인권을 중시하는 만큼 신장 위구르 강제 노동 논란이 있는 중국 업체가 성행하기는 어려운 시장이다. 여기에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최대 45%의 고관세를 확정하는 등 현대차에 유리한 시장환경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는 역량·성과를 중심으로 글로벌 차원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며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 이어 12월 중순에 있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성과 중심의 과감한 인적 쇄신뿐 아니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육성 및 발탁 등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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