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 이후 연간 영업이익 최대
"올해 운임 상고하저, 영업익 하락 예상"
민영화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에 더 방점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체제에서 강달러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고환율로 원자재 값이 상승하고 현지 투자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와 환차익과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고환율은 우리 기업에게 기회일까 위기일까. -편집자주-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국적 선사인 HMM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역대 세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동량 증가로 운임이 상승했고, 자산 상당액을 달러로 보유해 환차익 효과까지 누리면서다.

호실적과 별개로 주가는 유의미한 상승을 기록하지 못하며 정체되고 있다. 올해 말 민영화를 계획했던 채권단(정부) 입장에선 지분 매각이 미뤄지면 민영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물동량 증가로 영업익 급증…올해는 하락 예상


18일 금융감독원 전자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1.7조원, 영업이익 3.5조원, 당기순이익은 3.7조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코로나 특수시기인 2022년, 2021년에 이은 역대 3번째다.

홍해 사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구간 물동량 증가로 전 노선에서 운임이 상승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2024년 평균 2506p로 2023년 평균 1005p 대비 149%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1만3000TEU 신조 컨테이너선 12척 도입 및 미주항로를 투입하고, 멕시코 신규항로(FLX) 개설, 항로·지역별 수급 변화에 맞춘 최적의 운송 서비스망 구축 등을 통해 수익성 극대화를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미국 보호관세 정책으로 인한 무역 갈등과 공급망 재편 가속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으로 바라봤다. 또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 전 세계 교역 위축 등 수급 불균형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의 올해 실적 전망치도 하향됐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선 운임은 상고하저 흐름으로 전망하며, 이에 따라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각각 9%, 51% 감소한 10.6조원, 1.7조원으로 추정치를 하향한다"고 밝혔다.


기업가치 제고 방점…지분 재매각 시점 불확실


(사진=HMM)
(사진=HMM)

HMM은 호실적에 자축하기 보다 기업가치 제고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회사는 2030년까지 23.5조원의 중장기전략 투자와 추가 성장을 위한 친환경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미드 티어 규모의 컨테이너 사업 역량을 확장하겠다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했다.

주주환원 계획도 밝혔다. 2030년까지 배당성향 30%와 시가배당률 5% 중 작은 금액 이상 환원을 확대해 환원 예상금액을 2.5조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주주환원 확대와 주가 부양을 바탕으로 총주주이익률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HMM은 한진해운 파산 전후로 유일하게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적 선사다. 해운사 유동성 이슈로 2016년 1조원 이상 규모의 감자(자본 감소)를 결정했고, 같은해 7월 채권단 출자전환으로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대주주로 등극했다.

현재 과점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의 합산 지분은 67.05%에 달한다. 2010년 30만원 선을 넘었던 주가는 감자 이후 11000원대까지 하락했고, 분리 이후 한때 2000원대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17일 종가 기준 주가는 18100원으로, 분리 당시(11462원)와 비교했을 때 1.6배 이상 상승했다. 

2021년 매각을 추진할 당시 HMM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2023년 하림그룹이 HMM 지분 약 57.9%에 대해 6조4000억의 인수가를 제시했지만 ▲현금배당 제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결렬됐다. 

재매각을 다시 추진할 수 있지만 높아진 몸값 때문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7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올해 4월 주식으로 전환하면 합산 지분이 71.7%로 상승하게 된다. 이에 몸값이 10조원 이상으로 널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HMM의 민영화 시점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해양수산부는 "민영화는 해운·자본시장의 변동성, 인수자금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관계기관 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해운산업과 HMM의 기업 경쟁력,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해 HMM 경영권 민간 이양에 대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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