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성장 위한 핵심원료로 각광
SK·GS·HD현대·에쓰오일 등 정유사
항공유·선박유 원료로 폐식용유 활용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오감을 자극하는 설날 음식은 대개 기름을 많이 사용해 볶고 지지는 경우가 많다. 차례를 지내는 가정에선 동그랑땡, 산적, 동태전, 호박전 등 각종 전을 준비한다. 전라도에선 육전도 제사상에 올린다.
전과 튀김을 하다 보면 식용유가 남게 되고, 폐식용유를 무심코 싱크대나 하수구에 흘려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폐식용유는 무시할 수 없는 대체 자원이다.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폐식용유의 자원화에 주목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SK, 항공유·합성섬유 생산에 폐식용유 활용
SK그룹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글로벌 수준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2020년 11월 8개 회사가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한국 최초로 가입하기로 하며 운을 띄웠다.
계열사 SK지오센트릭은 석유화학 및 섬유·의류 분야 기업들과 팜잔사유와 폐식용유 등 재생원료를 기반으로 폴리에스터(합성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폐식용유 등에서 뽑아낸 리뉴어블 나프타를 공급받아 울산공장에서 리뉴어블 파라자일렌을 생산해 수출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티셔츠 약 10만 개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을 생산했다.
이달 초 SK에너지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유럽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수출했다. 회사는 폐식용유 및 동물성 지방 등 바이오 원료를 가공해 만든 SAF를 유럽에 공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말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해 쓰촨진샹환경기술 지분 11.6%를 보유하며 폐식용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자회사인 SK온 트레이딩 인터내셔널도 폐자원 기반 원료기업에 투자했다. 올 상반기에 국내 공급을 비롯해 글로벌 SAF 시장을 지속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유사 뛰어들고 선박에도 공급…바이오디젤 자원화
다른 정유사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웰푸드로부터 폐식용유를 공급 받아 지난해 일본에 SAF를 수출했다. 에쓰오일은 SAF 생산을 위해 폐식용유 온라인 수거 플랫폼업체인 올수에서 120t의 폐식용유를 공급받기로 했다.
항공유 외에 선박유로도 활용되고 있다. 바이오선박유는 바이오연료와 기존 화석연료 기반 선박유를 혼합하여 생산되는 탄소 저감 원료다. GS칼텍스는 HMM과 포스코 등 기업의 선박에 이를 공급해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폐식용유를 활용해 생산하는 바이오 원료는 미래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부는는 저탄소 연료의 국내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일반 경유와 혼합해 사용하는 바이오 디젤의 의무혼합비율을 2030년까지 8%로 높이기로 했다.
수요 확대에 품귀 현상…18L당 2만원 이상도
수요 확대로 품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바이오원료수집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폐식용유(발생량 52만톤)의 46%(24만톤)만이 연료‧에너지 용도로 재활용되고 있다. 당시 국내에선 1080만톤의 항공유를 수출하고 있는데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폐식용유 재활용 기준을 마련해 해당 기준을 만족하는 원료를 이용하는 경우 정유사나 석유화학업체가 폐기물 재활용업 허가없이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독려한다는 입장이다.
폐식용유 가격은 국제 유가, 운송비, 전쟁 등 요소로 등락을 거듭한다. 수요가 많은 동절기엔 18L 1통당 가격이 2만원 이상으로 뛰고, 하절기엔 1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폐식용유를 그냥 버릴 경우 1L 정화에 무려 20만L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식용유를 잘 모아서 원료로 활용하면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방지에도 기여하고, 돈도 벌 수 있다. 수거업체끼리 경쟁이 심화된 만큼 수요도 많다. 조금씩이라도 모아서 판매하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