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권으로 수익창출
기후솔루션 "비용책임 있는 유상할당 확대해야"
업계 "탄소저감 투자·노력에 대한 성과로 봐달라"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석탄 관련 기업에 투자중단을 밝힌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반(反)ESG를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전환금융 촉진 등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석유화학 기업들에겐 이러한 흐름이 호재일까. 정유·석유화학사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GS칼텍스가 탄소 배출량 감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매각하며 수익을 내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에 대한 유상할당 비율을 높여 탄소감축을 장려할 방침이다.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무상할당 비율이 축소될 수 있어, GS칼텍스의 수익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무상할당 배출권으로 수익창출하는 제도 불합리"
17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와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2035년까지 총 10년간 적용할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다배출기업을 대상으로 배출허용량을 정하고 여유·부족 기업 간의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2015년에 도입돼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4%를 관리하는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동안 배출권거래제가 탄소 다배출 업종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탄소 배출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철강,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등 업종에 대해 정부는 배출권을 무상할당해왔다. 이들 업종이 수출 비중과 배출권 거래량이 높은 만큼 부담을 경감시키고, 탄소규제 완화 국가로 수출거점 이전을 막기 위해 무상할당을 도입했다. 환경부는 제3차 기본계획에서 무상할당, 유상할당 비율을 각각 90%, 10%로 정했고, 남은 배출권은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도록 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2023년 기준)은 각각 5200만 톤(CO2e), 1620만 톤으로 국내 전체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해당 업종의 무상할당량 비율은 실제 배출량을 초과해 배출량 대비 할당량이 100%(SK에너지, LG화학, 롯데케미칼)를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높은 무상할당량은 배출량 저감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되려 업계가 무상할당된 배출권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무상할당되는 기업들이 많다보니 오히려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저감에 신경쓰기 보다 남는 배출권을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어 제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무상을 줄이고 배출한 만큼 비용책임이 있는 유상할당을 확대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배출권 매각수익 수십억원…"탄소저감 노력에 대한 성과"
GS칼텍스는 배출권 거래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3년 987만톤의 배출권을 확보해 35만톤을 매각했다. RE100정보플랫폼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온실가스 배출권 국내 시세는 톤당 11000원으로 이를 적용하면 배출권 매각 수익은 약 38억원이다.
지난해엔 전년 배출권 105만톤을 이권받아 배출권 1021만톤을 확보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는 846만톤 가량인데, 무상할당받은 배출권은 약 827만톤으로 배출량 대비 할당량은 97%에 달한다.
GS칼텍스는 배출권 매각을 자사 탄소저감 노력에 대한 성과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를 포함한 정유·석유화학사들은 공장에서 탄소저감, 에너지효율화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탄소감축으로 배출권 매각을 이룬 것이니 이를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올해 6월까지 할당계획을 수립해 업종별로 무상할당 비율을 다시 조정할 방침이다. 다만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대폭 상향을 예고한 대신, 산업 부문은 업계 경쟁력·감축기술 상용화시기 등을 고려해 유상할당 상향수준을 조정한다고 밝힌 만큼 현행 제도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정부는 2031년부터 2035년까지의 5차 할당계획 기간에는 탄소누출업종도 산업보호조치를 도입하면서 유상할당 대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기업의 감축노력이 기업의 '부담'이 아닌 '기회'로 이어지도록 배출권거래제도를 개편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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