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사업 비중 99.4%, 유가 변동위험 커
성장기반으로 SAF 설정해 생산량 확대
유럽은 올해 2%, 2050년 70% SAF 혼용
"추세 맞춰 미국·싱가포르 등에도 수출↑"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석탄 관련 기업에 투자중단을 밝힌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반(反)ESG를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전환금융 촉진 등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석유화학 기업들에겐 이러한 흐름이 호재일까. 정유·석유화학사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 가스 채굴 확대 방침을 내걸어 원유 생산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SK에너지가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비(非)원유 신사업에 투자한다. 당분간은 휘발유·경유 등이 주력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석유 수요 급감과 탈탄소 흐름에 발맞추겠다는 행보다. 


정유 의존도 99%, 유가 불확실성에 취약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25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에너지는 국내 경질유 업계 1위 기업으로 울산 CLX에서 하루 84만배럴의 원유를 정제해 단일공장 기준 세계 3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정유 사업 의존도가 높아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액에서 99.4%를 석유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은 538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3%(409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보통 1~3개월 전에 원유를 매입해 제품 생산에 나서는데, 유가가 하락하면 높은 원가로 정제한 제품을 현재 시세로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만큼 손해를 떠안는 구조다.

올해도 유가는 유의미하게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 중동 위주의 석유수출기구(OPEC)가 내년까지 원유 감산에 나서는 반면, 미국은 원유 생산량 최고치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거듭났다. 이는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국제유가는 최근 60달러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정유 사업은 원유·석유제품가격 변동위험이 큰 만큼 SK에너지는 유연한 공정 조절을 통한 수익구조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기반도 찾고 있는데 회사가 크게 주목하는 것은 SAF다. SAF는 폐식용유, 폐기물 등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친환경 원료로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후문이다. 


유럽 올해 SAF 2% 의무화…美·국내도 동참


SK에너지가 신규 투자한 전용 탱크 및 배관을 통해 이송한 바이오 원료로 코프로세싱 방식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연속 생산이 가능한 설비 전경 (사진=SK에너지)
SK에너지가 신규 투자한 전용 탱크 및 배관을 통해 이송한 바이오 원료로 코프로세싱 방식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연속 생산이 가능한 설비 전경 (사진=SK에너지)

일례로 유럽의회는 2023년 4월 SAF 의무화 타협안을 합의해 올해부터 SAF를 2% 이상, 2030년 6%, 2050년에는 70%를 항공사들에 필수 혼용하도록 정했다. 미국도 2050년까지 항공유 사용 전량을 SAF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8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혼합을 의무화한다고 밝힌 가운데, 대한항공은 같은 달 SAF를 여객기 상용 노선에 적용했다.

SK에너지는 가장 큰 유럽 SAF 시장 선점을 시작으로 글로벌 판매망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기존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의 생산라인에서 SAF 생산에 착수해, 지난 1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유럽에 SAF를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달에는 홍콩 국적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항공에 2027년까지 2만톤 이상의 SAF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원료 확보를 위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2023년 말 쓰촨진샹환경기술 지분 11.6%를 보유하며 폐식용유를 들여오고 있고, SK온 트레이딩 인터내셔널도 폐자원 기반 원료기업에 투자한 바 있다.

SK에너지는 다만 SAF를 비롯한 저탄소 제품 생산, 탄소 포집 저장 사업 등은 현재 계획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투자 계획 및 예상 자금 소요액은 확정하지 않았다. 향후 수요가 늘어나면 주력 사업으로 키울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SAF 시장은 유럽 시장을 제외하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자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면서도 "앞으로 미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의무 함량 비율이 늘어나면 추세에 맞춰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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