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공언
BYD 韓 진출과 美 보편관세 위험
자동차 대미수출 의존도 50% 이상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 소외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 시간) 취임했다. 보편관세 부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2차 전지(배터리) 세액공제 축소, 반도체 현지 생산, 망 중립성 폐기 등 국내 주요 업계에 타격이 예상된 가운데, 국내 기업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중국은 2016년 스타트업에 불과한 '싱귤라토' 업체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라고 5억3500만 달러(약 7753억원)를 지원했다. 해당 회사는 자동차와 무관한 인터넷 보안회사의 기술 전문가들이 만든 곳이었다. 2018년에 전기차를 만드는 중국 업체는 500개까지 늘어났고, 이후 보조금을 받는 배터리 업체는 1000개까지 늘어났다.
중국 정부의 전폭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해 1~11월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43% 늘어난 164만대로 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점유율은 23.6%로 테슬라(10.2%)의 2.3배 이상이다. BYD는 한국 시장에도 준중형 전기 SUV '아토3'를 출시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 적자를 '일자리 약탈'로 인식하는 만큼 적자 해소를 위해 현지 일자리 창출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 폐지, 보편 관세(10~20%)와 멕시코 관세(25%) 부과 예고로 현대자동차그룹은 대미 수출 감소와 기아 멕시코 공장의 수익성 악화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中 전기차가 제3시장 수출 장악" 현대차그룹 6위 그쳐
"중국 정부가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산업 육성을 위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관련 업체에 보조금만 2309억 달러(약 330조원)를 지원했습니다. 전기차에서 BYD, 배터리에선 CATL, 소프트웨어에선 화웨이가 내수 시장을 장악한 뒤 해외에서도 점유율이 급등하고 있죠. 인공지능(AI) 시장에서는 미중만 경쟁하고 우리는 주변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박성규 HMG경영연구원 경제정책실장(상무)은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정책위원회 회의실에서 개최된 '트럼프 시대 대응:자동차 산업'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상무는 "최근 동향을 보면 중국 업체의 기술 확산이 빠르고 생태계에서 경쟁력도 강하다"며 "2049년에 사회주의 현대국가 실현을 목표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신흥국 시장 수출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현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장도 "미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는 중국 자동차가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등 제 3시장에서 가성비를 내세운 수출을 통해 경쟁이 극심해질 것 같다"며 "일본 차가 아니라 이젠 중국 전기차가 주요 경쟁 대상이 된 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점유율은 글로벌 12%, 중국은 27%까지 올라왔는데, BYD(1~11월)의 글로벌 판매량은 164만대로 1위였다. 3위도 81만대를 판매한 중국 기업 '지리'였다. 현대차그룹은 38만대로 6위에 그쳤다. 중국은 특히 전기차 구매 보조금까지 폐지하며,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가 많이 판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美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기대수익 감소 우려"
미국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취임식에서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의무화 정책은 없지만 전기차 구매시 세액 공제 등의 보조금을 지급해 왔기에 이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공언해왔다"며 "이미 미국 현지투자를 시행하고 있는 현대차 등 완성차·배터리 기업의 기대수익 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오히려 일론 머스크는 보조금 폐지에 찬성하는 편"이라며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지속 감소하고 있는데 경쟁업체 견제를 위해 보조금을 손 보는 데 공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다른 기업은 보조금 폐지 시 수익이 줄겠지만,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수익은 다른 기업보다 월등히 높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조금 폐지·축소는 전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럽에서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을 연기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보조금이 축소되고 있다"며 "한국 전기차 보급률이 세계 평균에 비해 높지 않은 추세에서 공급망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업체 단독으로 대응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미 무역흑자 82%가 자동차…"트럼프가 손볼 것"
관세 부과도 '뜨거운 감자'다. 작년 1월~11월 기준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131만대로 전체 수출량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대미 무역흑자(444억달러)에서 자동차는 82%(367억달러)에 달한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자동차 산업에 관세나 현지 투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상무는 "2018년 한미 FTA 재협상에서 미국이 픽업트럭 관세를 20년 연장해 사실상 수출 차단에 나섰는데 이번에도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압박이 강하게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전무도 "보편관세 부과 시 대미 의존도 50% 이상인 자동차 수출의 감소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김 전무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에 조사가 들어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높은 대미흑자로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데 결과에 따라 고율관세 부과 호은 쿼터설정(수출량 제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제품에 25% 관세 부과 예고로 기아 등 업체에도 타격이 예고되고 있다. 김 전무는 "기아의 현지공장 생산규모는 연 30만대로, 작년 1~11월 생산물량(22만대)의 약 60%(13만대)를 미국에 수출했다"며 "25% 고율관세 부과 조치가 가시화되면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현대차, 국내 투자 소홀 우려" "부품사 위기 가능성"
이날 간담회선 전기차의 부품 감소로 인한 부품사 위기 가능성도 언급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30년엔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1만8900여 개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내연기관차(3만 개)보다 37% 가량 적다. 박 의원은 "전기차의 부품 수 감소로 부품 업체들의 사업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미 현지투자로 국내 공장이 소외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현지투자 없이는 수출이 어렵기 때문에 (투자를) 하긴 해야겠지만 미국이 우리 기업을 훔쳐간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우리나라 입장에선 열심히 자동차 업체를 지원하고 있는데 미국에만 투자하면 안된다라는 비판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참석한 김동욱 현대차그룹 전략기획실장(부사장)은 "현대·기아차의 북미 자동차 생산 비율은 토요타·혼다와 미국 업체보다 훨씬 낮고, 자국에서 수출하는 비율이 높다"며 "330만대를 생산하는 국내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회사 차원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김 부사장은 "한국이 전기차의 허브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투자를 하고 있고,국내 생산 전기차 50만대는 기존 라인에서 분리 생산으로 신경쓰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100만대 생산 능력을 확보할 것이고, 미국에서 전기차 공장을 만들어도 한국에서 보내는 수출물량은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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