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일에 자동차 관세 발표, 관세율은 25%"
"반도체 관세 25% 이상, 1년 지나면 더 높아져"
주력 산업 타격 우려에 방미단 오늘 오전 출국
美 현지투자 사례 강조해 관세 부과 방어할 듯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 현실화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재계 인사들이 통상외교로 불확실성 대비에 나선다. 3대 주력 산업(자동차·반도체·배터리)의 미국 현지 투자와 보조금 등 이슈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갈라 디너, 백악관 면담…"시설 투자·기술 협력 등 제안"
대한상공회의소는 19일부터 20일까지(현지시간) 양일 간 워싱턴 D.C.에서 '대미 통상 아웃리치'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국 시간으로는 19일 늦은 밤부터다. 경제사절단은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 조선, 에너지, 플랫폼 등 한미 경제협력의 핵심 산업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다.
사절단은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이형희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 원장 등 26명으로 꾸려졌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과 만나 관세를 비롯한 통상정책을 논의하고, 양국간 전략적 협력의제와 對美 투자협력을 위한 액션플랜을 소개할 계획이다.
첫 공식 일정은 19일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의회 부속 도서관의 토마스 제퍼슨 빌딩 그레이트홀에서 갈라 디너 자리다. 이 자리에는 사절단을 비롯해 미국 상·하원 의원, 주지사, 내각 주요 인사 등 150여 명이 참석한다. 사절단은 한국기업의 미국 투자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설명하고, 각 기업과 주요 투자 주 관계자의 개별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20일에는 미국 백악관 및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에 돌입한다. 이날 양국 간 산업협력 강화와 함께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경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제안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조선 분야 협력 ▲완성차 및 부품 제조 시설 투자 ▲미국 차세대 원전 개발과 SMR 협력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4월 車 25% 관세 위협…성김 돌파구 찾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 부과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자택에서 자동차 관세에 대한 질문에 "아마 4월2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시점을 콕 집었다. 관세율에 대해선 "25% 정도 될 것"이라고 답했다.
2023년 대미 무역흑자(444억달러)에서 자동차는 82%(367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 비중은 10.4%로 반도체(20.8%) 다음으로 컸다. 미국 입장에선 그만큼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만큼 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낸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 278만대 중 미국 수출량은 143만대로 대미 의존도가 53%에 달한다. 예정대로 관세 부과 시 경영 악화와 수출물량 감소가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 대표로 미국을 방문하는 성 김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최고위직인 경력 대사 칭호를 받아 2018년 북미정상회담을 이끈 외교통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강력한 네트워킹 역량을 바탕으로 경제부처 고위 인사들과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앨라배마·조지아 및 메타플랜트 공장 등에 200억달러(약 28조원) 투자, 57만명 고용창출 효과를 강조할 수 있다.
반도체 美 투자 강조하고 中 수출규제 논의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에 대해 "25% 이상이 될 것이고 1년이 지나면 더 높아질 것이다"고 말하며 반도체 업계에도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으로 다시 생산시설을 옮기도록 하는 리쇼어링에 보조금 부여와 인텔·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자국 위주로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보조금도 삭감될 수 있다. 이안재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은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아도 미국에 팹(Fab, 반도체 제조시설)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최대 삼성전자에 47.45억달러(약 6.8조원), SK하이닉스에 4.58억 달러(약 6594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CES 2025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달에는 샘 알트먼 오픈 AI CEO와 회동하며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칩 공급과 미국 내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투자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방미에선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38.7조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美 HBM 현지 양산에 나선 점을 강조할 수 있다.
김원경 사장은 외교통상부 출신의 글로벌 대외협력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HBM 수출 물량 가운데 중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지난해 12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대(對) 중국 HBM 수출규제 조치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규제 대응을 위해선 외교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만큼 관련 논의가 오갈 수 있다.
"2년 연속 대미 최대 투자국…신뢰 파트너로 확인시킬 것"
배터리 업계는 이미 위기감이 높은 상황이다. 잔기차 캐즘(수요 정체)에 트럼프 대통령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 주장이 더해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4분기 22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같은 기간 삼성SDI의 배터리 부문도 영업손실 2683억원을 기록했다. SK온도 지난해 연결기준 1조86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IRA에 따른 세액공제의 축소가 시행된다면 적자 폭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에선 이번 방미에 동행하는 인사가 따로 없다. SK온에선 유정준 부회장이 출국했다. 유 부회장은 미국 조지아주에 1·2공장과 현재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투자를 강조할 수 있다.
한국이 대만을 제치고 대미 최대 투자국으로 발돋움한 사실이 전반적으로 강조될 수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미국의 최대 그린필드 투자국이며, 2017년 이후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분야 등에 1600억달러(약 230조원)를 투자했다.
여기에 8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 당시 575억달러(약 82조원) 규모의 구매계획을 약속했는데, 같은 기간 약정했던 규모의 160%에 달하는 908억달러(약 130조원) 구매를 달성한 바 있다. 대한상의 측은 "트럼프 1기 Buy America 약속을 적극 실천한 대미 투자의 모범국가이자 우등기업임을 적극 강조할 예정"이라며 "트럼프 2기에도 한국기업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확인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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