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린빌딩서 34기 주주총회 개최
최태원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 통과됐지만
주가 부진·투자 실패·상법 반대 등 지적도 제기

26일 오전 서린빌딩서 개최된 SK(주) 주주총회 현장 현수막.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26일 오전 서린빌딩서 개최된 SK(주) 주주총회 현장 현수막. (사진=뉴스포스트 최종원 기자)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주)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의결 정족수 충족 아래 원안 대로 승인됐다. 회사는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민첩한 대응을 통해 그룹 성장을 이끈 최 회장의 노고를 높이 평가한 반면, 일부 주주들은 주가가 최저치라며 부양책과 계열사 투자 실패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최태원, AI 반도체 역량 수립·선제 투자로 성장 주도"


SK(주)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SK본사(서린빌딩)에서 제34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장용호 SK(주)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작년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경기불황과 美 정권교체 등 불확실성 지속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웠던 시기"라면서도 "SK(주)는 매출 3.3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실현했고 기업가치를 공고히 하고자 자회사 밸류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또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SK E&S 합병, SK스페셜티 매각 등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며 "지주회사로서 자회사 밸류업을 이끌고, 외부 환경에도 흔들림 없이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OL을 주도하며 수익성 개선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가치 증대 계획도 밝혔다. 장 대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내년 8%, 이후 10%까지 확대하겠다"며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 ESG 관련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계자와도 소통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여타 위험요인으로 우호적인 경영환경은 어렵지만 본원전 경쟁력 강화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핵심 안건은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었다. 장 대표는 "최 회장은 그룹이 요구하는 민첩한 대응 역량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며 "그룹 내 AI 반도체 역량 수립과 선제적인 투자, SKE&S 합병 주도, 이사회가 의사 결정 중심이 되는 이사회 경영, 독립적 이사회 활동 보장 등 본 후보가 성장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주사인데 주가 부진"에 "디스카운트 영향" 답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결과적으로 최 회장은 SK(주) 사내이사에 선임됐지만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한 주주는 "주가가 최저점인데 IR(기업담당)팀은 뭐하는 것이고,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까지 겸임하는 게 정녕 맞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주는 "SK그룹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시총이 7조원대에 불과하다는 게 부끄럽다"며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이라는 건 시장이 실망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 새로운 주주가치제고 계획은 없는가"라고 질문했다.

장 대표는 지주회사들의 디스카운트(국내 주식 저평가) 현상을 감안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SK 순자산가치는 전년 대비 30% 증가했는데, 지주사에 대한 시장의 디스카운트는 70%에 육박하는 게 현실"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철수,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재원 축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이어 "재무구조 및 현금흐름 개선, 비핵심자산 매각, 자회사들의 운영 효율성을 강화해 자회사들의 가치를 상승시키면 저희의 가치도 올라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 주주는 "지주회사면 자회사보다 프리미엄이 형성돼야 하는데 경영진 분들이 지주회사가 저평가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건 잘못된 것 같다"며 "SK 주주도 10만명이 넘는데 특정 한 사람의 회사가 아님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코로나19 이후에 SK가 엄청난 투자를 했음에도 전부 다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외이사와 경영진은 그대로 있다"며 "자사주 1~2% 매입·소각과 PBR 1 이상의 약속도 안 지켰는데 약속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장 대표는 "성급한 투자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성과를 내는 투자도 상당하다"며  "SK온은 대규모 투자 이후 캐즘(수요 침체)에 직면했지만 북미 쪽에서 공장을 증설해 가동을 시작했고, 가동률 상승과 자체적 노력을 통해 수율도 개선되고 있다"며 "비핵심, 저수익 자산 재편과 자회사 가치 제고, 배당금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으니 올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자회사 투자 실패" "상법 개정 왜 반대하나"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전경. (사진=SK그룹)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전경. (사진=SK그룹)

폐회 직전에도 질문이 이어졌다. 한 주주는 "최재원 부회장이 SK텔레콤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게 맞는 것인지, SK글로벌파워와 SK파워텍 투자 실패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장 대표는 "글로벌파워는 투자 대비 손실이 큰 건 맞고 SK키파운드리가 SK파워텍과 거래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SK파워텍의 전력반도체 양산을 위해선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해 증자가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파워텍이 양산 역량과 SK키파운드리의 설계 역량이 합쳐지면 시너지가 날 것이란 판단도 있었고 SK하이닉스도 효과를 받을 수 있으니 이해하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주주는 "회사 외에 주주의 이해관계도 고려하는 상법 개정이 화두가 됐는데 SK수펙스 대표가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SK그룹의 기조에 반대되는 방향인데, 그룹 내 전략을 담당하지만 주주와는 관련이 없는 SK수펙스가 왜 상법개정을 반대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장 대표는 "말씀주신 부분을 확인해보겠다"며 "상법에 대해선 여러가지 고려할 사항이 많지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강동수 사내이사, 이관영·정종호 사외이사, 김선희 감사위원 선임과 이사보수한도 안건도 주주들의 지지 속에 원안 대로 모두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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