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티 스즈키 이어 승용차 시장 2위
SUV·전기차 대중화로 공략 나섰지만
이륜차 많고 인프라 구축 어렵다는 평가도
작년 정의선-모디 회동…올해 푸네 공장 완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제품에 고관세와 수출 제재 강화 예고로 중국에서 제조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균열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을 이을 '세계의 공장'으로는 인도·베트남·멕시코 등 국가가 거론된다. 이중 인도는 세계 1위 인구 대국이라는 탄탄한 내수 시장과, 높은 경제 성장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인도 역시 자국우선 기조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제조업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 인도 수출과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의 발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살펴본다. -편집자주-

(사진=타타모터스)
(사진=타타모터스)

[뉴스포스트=최종원 기자] 타타그룹은 인도의 '삼성'으로 불리는 인도 내 최대 기업집단이다. 정보기술(IT), 철강, 금융, 항공우주, 관광, 무역, 통신 등 다양한 산업을 영위하며 인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인도자동차딜러협회(FADA) 통계에 따르면 타타모터스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13.6%로 3위였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는 13.8%, 기아는 5.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룹 차원에서 합산 점유율은 19.5%로 타타모터스와 격차가 꽤 나지만, 1위 마루티 스즈키(40.8%)와는 2배 이상의 차이가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 스즈키는 인도에서 현지 생산 체제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반 점유율을 기록하던 과거와 달리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997년 진출 이후 SUV 공략해 스즈키 점유율 탈취 


현대자동차의 인도 최초 현지 전략 모델 '쌍트로'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의 인도 최초 현지 전략 모델 '쌍트로'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공격적 전략으로 스즈키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1997년 인도 첸나이 인근에 생산 공장을 건설해 현지화 전략을 펼쳐 2년 만에 소형차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인도 첸나이에 총 10억 달러를 투자해 2005년 2공장 착공에 돌입했고, 2008년 준공식과 함께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기존 1공장에 2공장을 더해 당시 총 6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2010년 현대차는 인도공장에서 60만대 생산·판매를 이뤄냈고, 내수 시장에서도 전년 대비 23% 늘어난 35만대를 판매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당시 스즈키는 연 100만대 차량 생산·판매를 이뤄냈고 내수시장 점유율도 54%로 압도적인 1위였다. 현대차는 스즈키의 점유율을 뺏어오기 시작했고, 2020년부터 스즈키의 점유율이 과반 밑으로 떨어지며 효과를 봤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 점이 주효했다. 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2014년과 2018년 인도 내 소형차의 비중은 23%에서 18%로 하락한 반면, 고급차인 세단은 20%에서 22%로 상승했고, SUV도 16%에서 25%로 상승했다. 현대차는 2015년 7월 첫 전략 SUV 모델 크레타를 출시해 3개월 연속 인도 전체 SUV 중 월 판매 1위를 기록했고, 출시 첫 해에만 4만대를 팔며 '2016 인도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도 2위 자동차 기업으로 연 150만대 생산 계획


현대차 인도 첸나이공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인도 첸나이공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2014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친기업' 행보에도 발맞추고 있다. 모디 총리는 민간기업 투자 독려로 고용과 소비를 늘려 2010년대에 연 평균 7%, 2020년대에도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성장하고 있는 인도에 현대차는 2020년~2021년 초에만 5조원에 달하는 현지 투자 방안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푸네지역에 3공장을 건설 중이며 올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1단계 17만대 생산규모로 시작해 2028년 총 25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거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푸네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150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동시에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 지난해 충칭 공장 등을 매각하며 중국 내 생산거점을 5곳에서 3곳으로 줄였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한국 제품 기피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이른바 '탈(脫)중국' 조치다.


제조업 성장 정체·전기차 인프라 부족 등 과제 산적  


현대자동차의 인도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의 인도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사진=현대차그룹)

인도는 정말 중국을 대체할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의 시장일까? 인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초반 17%에서 2022년 13%로 되려 하락했다. 이는 중국(27%)이나 베트남(24%)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카스트 제도 고착화와 낮은 교육열로 제조업 취업자보다 농업 종사자가 4배 가량 많아 극적인 제조업 성장을 이뤄내긴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전체 시장으로 보면 좁은 도로와 교통체증으로 인해 이륜차 수요가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내 차량 판매 현황에서 이륜차는 77%(1797만대)로 현대차의 주력 분야인 승용차(18%)의 4배 이상에 달한다.

현대차는 인도 내에서 전기차 대중화에 나서며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밝혔지만 비싼 가격, 낮은 주행거리, 충전소 부족 등 인프라 부족에 따른 한계 또한 뚜렷하다. 인도 정부의 인프라 구축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기업 단독으로 해결하기엔 어려운 구석이 많다. 국민들도 전기 승용차보다 올라그룹 등 인도 기업이 만든 전기 이륜차를 훨씬 선호하는 추세다.

현대차는 당장의 수익보다 시장 선점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아직 인도에 직접 진출한 전기차 관련 업체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을 회사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만큼 자사가 선점할 수 있고 생태계도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인도 정부와도 협력해 인프라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선-모디 회동만 6번… 첫 외국인 CEO 선임도


인도 모디 총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21일(현지시간) 인도 델리에 위치한 총리관저에서 인도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발전과 인도-현대자동차그룹간 다각적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현대차그룹)
인도 모디 총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21일(현지시간) 인도 델리에 위치한 총리관저에서 인도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발전과 인도-현대자동차그룹간 다각적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현대차그룹)

인도 시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면담하는 등 정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외국인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올해 최고경영자(CEO)에 내정한 것도 인도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혁신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올해 신년회에서 설명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내부 핵심역량을 결집하고, 미래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그룹사 대표이사와 주요 직책에 과감히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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